<1박2일> 시즌2
박상혁의 예능예찬
잘나가는, 혹은 잘나갔던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불행히도 어느 순간 출연자가 교체되거나 시청률이 떨어져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방송사는 인기 프로그램의 ‘이름값’이 아깝다. 더군다나 요새는 신설 프로그램은 성공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럴 때 방송사는 제작진에게 특명을 내린다. 바로 시즌2다.
방송하는 사람들은 이때부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과연 무엇을 그대로 가져가고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 사람을 바꿀까, 구성을 바꿀까, 자막을 바꿀까, 세트를 바꿀까 고민에 고민이 거듭된다. 잘해야 본전. 그러나 제작진은 바로 그 ‘본전’이 급하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왜 새롭지 않으냐’고 다그친다. 그러나 얄밉게도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해주지 않는다.
지난주 <1박2일> 시즌2가 시작됐다.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멤버의 절반 이상이 교체되었다. 내용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여행의 즐거움, 제작진과 출연자의 신경전, 여행지에서 만나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 유치하지만 즐거운 게임들. 모두 그동안 <1박2일>을 시청해온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한 것들이었다. 오히려 초창기 <1박2일>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관념보다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자신감이 먼저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들이 펼쳐지자 역설적이게도 새롭게 참여한 멤버들이 더 잘 보였다. 만약 새로운 제작진이 변신에 초점을 맞춰 스케일을 키우고 거대한 미션에 도전했다면 아마 사람들은 기존의 것과 새것이 어떻게 다른지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닭싸움을 하는 순간 중요한 것은 오직 새 멤버들의 리얼한 모습들이었다. 어쩌면 이날 방송에서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새로운 사람들의 <1박2일> 적응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은 시작과 동시에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진화의 속도 조절이 결국 그 프로그램의 수명을 결정한다.
사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즌2는 많은 제작진에게는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경쟁력이 떨어진 기존의 룰에 집착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변화를 시도하다가 수많은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더군다나 예능프로그램은 한번 변화를 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독소조항인 역진방지 조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즌2를 만드는 사람들은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어딘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해피투게더 3>도 사우나를 찾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청춘불패 2>도 아직 새로운 방향을 찾는 중이다. <나는 가수다 2>, <슈퍼스타케이 4>를 준비하는 제작진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당장 개편의 계절이 다가온다. 보통 시즌2를 준비할 때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을지 몰라도 ‘전편만큼 성공하는 속편’은 많이 있었다. 그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박상혁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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