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손호영 <오페라스타2>
‘오페라스타2’ 도전자들이 풀어놓은 뒷얘기
곡당 500여번 미친듯 연습
손호영-박기영 이번주 결승 “카타리~카타리~” 9일 오후 6시께 서울 서초동의 한 공연장 지하 대기실에 이탈리아 가곡 ‘무정한 마음’이 울려 퍼졌다. 묵직하지만 감미로운 목소리에 대기실 밖 복도에선 길 가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은 이는 누굴까. 살짝 엿보니 유명 성악가가 아닌 5인조 아이돌그룹 지오디 출신의 가수 손호영이다. “미치겠어요, 잠깐이라도 부르지 않으면 음정을 잊어버릴까 불안하다니까요.(웃음)” 손호영이 가곡을 부른 이유는? 대중음악 가수들이 오페라 아리아 부르기로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페라스타2>(티브이엔 금 밤 9시50분)에 참가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10일 시작해 매회 시청률 1~2%(에이지비닐슨 집계)에 머물러 있지만, 화제는 만발이다. 가수들이 본래 장기인 가요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라는 새 장르에 도전해 잘 부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시즌1에 이은 인기 비결이다. <오페라스타2>는 가수 김종서·박기영·손호영·박지헌·다나·더원·주희·박지윤 등 8명이 대결해 9일 준결승에서 박지헌과 박지윤이 탈락하고 박기영과 손호영이 결승에 올랐다. 9일 생방송 경연날에 준결승 진출자 4인방을 만나 <오페라스타2>에 도전한 이유와 고충을 물었다. 5위로 탈락한 김종서는 전화로 만났다.
가사 외우는 데만 사나흘 <오페라스타2>는 매주 오페라 아리아 한 곡을 연습해 경연한다. 대중 가수들의 가요 경연인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문화방송)도 3주에 2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드 트레이닝’이다. “전문 성악가들도 한 곡을 한 달 이상 연습한다는데, 아마추어인 우리가 1주일마다 새 오페라를 익혀야 하는 게 말이 돼요? 힘들어 죽겠어요.(웃음)”(박기영)
가장 힘든 것이 “발성”이라고 한다. “성악은 소리가 나오는 통 자체가 달라요. 가요를 부르던 발성을 지워야 하니 너무 힘들었죠.”(박지윤) 손호영은 “아기가 노래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가사 외우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페라 아리아 가사는 한국어·영어 같은 익숙한 언어가 아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심지어 러시아어를 언제 접해봤겠어요. 오페라는 노래에 감정을 싣고 연기까지 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툭 치면 가사가 나와야 하는데 언어가 생소하니 외우는 데만 사나흘은 걸리죠.”(박지헌)
그래서 다들 “미친 듯이 연습한다”고 했다. “가수들이 식음을 전폐하며 이렇게까지 열정을 다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박지헌)는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사를 보고”(손호영), “손가락으로 혓바닥을 밀면 고음이 더 잘 나온다고 해서 혓바닥을 밀며 연습하다 구토를 하기도”(박기영) 했다. 무대 경험이 많은 가수들이지만 “생소한 아리아를 부르다 보니 <오페라스타> 무대는 특히 더 떨린다”(박지윤)고 한다. 시청자가 모르는 실수도 나온다. “‘돌아오라 소렌토로’(이탈리아 가곡)를 부를 때 가사를 틀렸죠.(웃음)”(김종서)
몸바친 연습 ‘오페라 러브콜’도 다들 1주일에 곡당 500번은 연습했다고 한다. 박지헌은 “‘더이상 날지 못하리’(피가로의 결혼)”, 박기영은 “‘방금 들린 그대 음성’(세비야의 이발사)”, 손호영은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세비야의 이발사)”, 김종서는 “‘그라나다’(스페인 가곡)”가 지금껏 부른 노래 중 가장 잘한 곡으로 꼽았다.
마음에 들게 부르려고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링거를 맞는 것은 기본이다. 박기영은 “성대에 이상이 생겨 의사가 무조건 쉬라고 했다”며 “첫 경연 3일 전부터는 긴장돼서 잠을 못 자 수면유도제까지 먹었다”고 한다. 박지윤은 “목소리가 안 나와 2일 경연에 기권할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손호영은 “목에 염증이 생겨 약을 먹고 있고” 김종서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허리에 무리가 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오페라스타2>는 다음 경연에 진출하면 울상, 탈락하면 웃음꽃이 핀다. “탈락한 지윤이 이제 말을 많이 해도 된다며 좋아하더라고요.”(박기영)
가수들의 재발견 계기도 됐다. 심사위원인 성악가 한경미가 “당장 오페라 무대에 서도 될 정도”라며 환상적인 고음을 칭찬한 박기영은 “내게 이런 고음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아이돌 출신 손호영의 가창력도 화제다. 손호영은 “2006년 솔로 데뷔 때부터 가창력을 드러내는 노래를 불렀는데 잘 몰라주더라. <오페라스타>를 통해 칭찬을 많이 들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손호영은 오페라 쪽에서 실제로 러브콜을 받고 “고민중”이다. 이번 도전은 가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박기영은 “경연이 끝난 뒤에도 성악 발성 레슨을 꾸준히 받아 팝페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서는 “앞으로 모든 노래에 성악의 발성과 호흡을 가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우승할까. 결승에 오른 박기영과 손호영은 서로 상대방을 꼽았다. <오페라스타>는 100% 시청자 문자·온라인 투표로 우승자를 가린다. 나머지 3명은 “두 사람 모두 실력이 뛰어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밤마다 성폭행 당하다 도망나온 티베트 비구니
■ “현대차, 정몽구회장 구명 로비 친노 386의원 8명에 1000만원씩 건네”
■ 삼성가 소송싸움 ‘계열사 이해관계’ 따라 갈리나
■ 박세일 “전여옥 비례대표 1번은 오보”
■ 이 물고기를 먹으면 새색시가 집 나간다
손호영-박기영 이번주 결승 “카타리~카타리~” 9일 오후 6시께 서울 서초동의 한 공연장 지하 대기실에 이탈리아 가곡 ‘무정한 마음’이 울려 퍼졌다. 묵직하지만 감미로운 목소리에 대기실 밖 복도에선 길 가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은 이는 누굴까. 살짝 엿보니 유명 성악가가 아닌 5인조 아이돌그룹 지오디 출신의 가수 손호영이다. “미치겠어요, 잠깐이라도 부르지 않으면 음정을 잊어버릴까 불안하다니까요.(웃음)” 손호영이 가곡을 부른 이유는? 대중음악 가수들이 오페라 아리아 부르기로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페라스타2>(티브이엔 금 밤 9시50분)에 참가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10일 시작해 매회 시청률 1~2%(에이지비닐슨 집계)에 머물러 있지만, 화제는 만발이다. 가수들이 본래 장기인 가요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라는 새 장르에 도전해 잘 부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시즌1에 이은 인기 비결이다. <오페라스타2>는 가수 김종서·박기영·손호영·박지헌·다나·더원·주희·박지윤 등 8명이 대결해 9일 준결승에서 박지헌과 박지윤이 탈락하고 박기영과 손호영이 결승에 올랐다. 9일 생방송 경연날에 준결승 진출자 4인방을 만나 <오페라스타2>에 도전한 이유와 고충을 물었다. 5위로 탈락한 김종서는 전화로 만났다.
가수 박기영 <오페라스타2>
■ 밤마다 성폭행 당하다 도망나온 티베트 비구니
■ “현대차, 정몽구회장 구명 로비 친노 386의원 8명에 1000만원씩 건네”
■ 삼성가 소송싸움 ‘계열사 이해관계’ 따라 갈리나
■ 박세일 “전여옥 비례대표 1번은 오보”
■ 이 물고기를 먹으면 새색시가 집 나간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