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사우나 토크로 시원한 웃음 제조…“처음엔 1~2개월만 생각했죠”

등록 2012-08-23 20:07수정 2012-09-07 10:43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김광수 책임피디(오른쪽)와 주기쁨 작가가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사옥 앞 정원에서 얘기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김광수 책임피디(오른쪽)와 주기쁨 작가가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사옥 앞 정원에서 얘기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우리는 짝] ‘해피투게더’ 김광수 PD-주기쁨 작가

예능 토크 프로그램 제작진이라면 왠지 걸쭉한 입담으로 서로를 들었다 놨다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 시종일관 ‘자화타찬’만 했다. ‘쟁반 노래방’, ‘친구 찾기’, ‘사우나 토크’, ‘야간 매점’까지, 꾸리는 꼭지마다 흥행하며 <한국방송>(KBS) <해피투게더>(해투)를 ‘무적 토크 프로그램’으로 만든 김광수(41) 책임피디(CP)와 주기쁨(36) 작가 얘기다. 최근 한국방송 사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상대를 칭찬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는 투였다.

병아리 피디-초보 작가로 첫 인연
‘해투’ 무적프로 만들며 신뢰 단단

김 피디가 말하는 주 작가
후배 잘 챙겨주는 ‘작가계 테레사’
시청률 낮아 SOS쳤을때 와줬죠

주 작가가 말하는 김 피디
연예인 배려 잘해 섭외능력 뛰어나
꼼꼼한 성격, 처음엔 진짜 힘들었죠

이유는 단박에 밝혀졌다. 김 피디는 “5~6%였던 시청률이 주 작가가 오고 12% 정도로 단번에 올라갔다”며 “이후로 지금까지 상대 프로그램에 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해투>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주 작가도 “배울 게 많은” 김 피디에 대한 신뢰가 쇠처럼 단단한 듯했다. 둘의 만남은 ‘병아리 피디’와 ‘초보 작가’였던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피디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한국이 보인다>프로그램의 막내 조연출이었고, 주 작가는 이때 처음 꼭지를 맡았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것도 같았고, 인천으로 퇴근할 때 동행도 해 자연히 가까워졌다. 김 피디가 워낙 꼼꼼해 처음에는 주 작가가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그렇게 한 것이 배운 점도 많고 작가로서 놓치게 되는 일도 줄어 사실은 가장 편하게 일한 셈”이었다. 김 피디는 형편이 어렵던 주 작가가 제때 수당을 받도록 힘써주기도 했다. 주 작가는 이에 “피디보다 강한 책임감”으로 답했다. 인연은 2007년 <해투>로 이어졌다. 미끄럼틀을 탄 시청률에 입이 타들어가던 김 피디가 에스오에스(SOS)를 쳤다. “<해투>시즌2가 연예인이 친구를 찾는 내용이었는데 섭외도 힘들었고요. 식상했어요. 이어 시즌3이 시작된 뒤 5주 동안 시청률이 형편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작가가 8명인가 나갔어요. 작가를 구해야 했어요.” 당시 주 작가는 한창 인기 좋던 <문화방송>(MBC)의 <무한도전>에서 일하던 때였다. 김 피디는 “주 작가가 어려운 선택이었을 텐데 과감히 와주더라”며 “그 고마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작가는 <무한도전>김태호 피디에게 공을 돌렸다. “그때 김태호 피디께 양해를 구해야 했는데요. ‘작가는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며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김태호 피디가 김광수 피디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전열을 정비한 <해투>시즌3은 ‘사우나 토크’로 성공했다. 재미있는 꼭지를 고민하다 ‘도전 암기송’ 꼭지를 일단 한두 달만 목욕탕(사우나)에서 진행해보자고 했는데 시청률이 폭발했다. <해투>는 승승장구했다. ‘환상의 복식조’에게도 위기가 있었을까? 둘은 한참 생각한 뒤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김 피디가 “아, 맞다” 하고 무릎을 쳤다. “2008년이었던가. 초대손님(게스트) ㅅ씨가 오질 않는 거예요. 다른 게스트인 룰라 멤버들은 다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녹화장이 있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남산 옆 ㅅ씨 아파트로 달려갔어요.” 주 작가는 그때 녹화장에 있었다. 어렵게 섭외한 초대손님들을 모아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녹화장에 책임자인 피디는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라도 발을 동동 구를 만할 텐데 주 작가는 담담했다. “데려올 것이란 믿음이 있었어요. 당연히.” ‘당연히’란 말을 발음하는데 한 글자 한 글자 힘이 들어갔다. “능력이 있으니까요. (김 피디에 대한) 그런 믿음이 있어요.” 결국 김 피디는 ㅅ씨를 어르고 달래 겨우 녹화장으로 데려왔다. 방에 틀어박혀 안 나오는 것을 밖에서 1시간, 거실에서 1시간 기다리며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였다. 밤늦게 녹화한 방송은 다행히도 매우 재밌었다. ㅅ씨는 미안한 마음이 컸는지 여느 때보다 더 열심히 입담을 과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 작가의 김 피디에 대한 믿음은 굳어졌다. “연예인들이 광수 피디가 한다면 믿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연예인에 대해 배려가 있다’는 거죠. 토크쇼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토크 프로그램에서 피디의 섭외 능력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김 피디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꼼꼼함과 평상시 사람을 챙기는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주 작가의 말이다. 김 피디가 말이 나온 김에 그 기술을 풀어놓았다. “연예인에 따라 잘 맞는 프로그램을 고르는 것이 중요해요. 예컨대 혼자 나가는 것 좋아하면 <승승장구>나 <힐링캠프>같은 프로그램이 더 적합하고, 단체로 나오는 게 더 좋으면 우리 것이 잘 맞는 식이죠. 영화나 드라마 스케줄 정리해서 타이밍을 찾고, 어떤 때는 섭외를 위해 술도 마실 수도 있고…. 계속 공을 들여야 해요.” <해투>로 이름값을 올린 주 작가는 <청춘불패>와 <정글의 법칙>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프로그램 3개를 한꺼번에 맡으면 피디가 싫어할 것 같은데, 김 피디는 오히려 <청춘불패>에도 다리를 놔줬다. 그는 “메인 작가는 3개 정도 프로그램을 맡는 것이 아무 문제도 안 된다”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여러 섭외 대상의 면면을 보고 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섭외가 8할이라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피디는 “네 것 내 것 따지면 발전이 없다”며 “방송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작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청춘불패>에 출연한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해투>같은 틀(포맷)에서 재미있게 할 것 같다’라든가 ‘이 사람은 <정글의 법칙>에서 오히려 더 재미있겠다’는 식의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이태곤씨 같은 경우가 그랬고, 추성훈씨도 <정글의 법칙>에서 본 뒤 <해투>로 섭외했고요. 노우진씨는 <해투>나왔을 때 잘해서 <정글의 법칙>으로 섭외했어요.” <해투>는 최근 새 코너 ‘야간 매점’으로 큰 변신을 꾀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야매 요리’(대충 해먹는 요리)가 모티브다. 주 작가는 “방송에는 맛있고 화려한 음식만 나오는데,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것은 다르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프로그램 성격이 서민적이라는 점에서도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피디는 여기에 “확장성이 큰 아이템”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엄마가 해주셨던 요리처럼 추억의 요리나 사연이 담긴 요리 등으로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해투>의 인기 행진을 뒷받침한 주 작가는 ‘2011 한국방송 연예대상’에서 쇼오락 부문 방송작가상도 탔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때 뒤에 펄럭이는 펼침막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작가계의 아이유 주기쁨’. 주 작가가 호호거리며 설명했다. “아, 그거는요. 예전에 문화방송에서 상 탈 때 친정엄마 얘기를 안 했어요. 그래서 강박이 있었어요. 후배들이랑 가족들 이름 까먹지 않고 말하려고요. 그것에만 사로잡혀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개그맨들이 그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더라고요.” 이때만큼은 김 피디한테서 예능 피디의 기질이 반짝 엿보였다. 아이유라는 말에 “인정할 수 없다”며 강짜를 부렸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얘기야. 그 부분은 인정을 못하겠네. 아이유는 정말 어린 친구인데.” 주 작가는 살짝 김 피디를 흘겨보며 “나이에서 밀리네요”라며 하하 웃었다. 결론은 또다시 찬사였다. “주 작가는 어떤 때는 피디보다 더 책임감이 있어요. 또 프리랜서인 작가들이 그렇게 하기 힘든데, 자기 수당을 깎더라도 후배들 수당을 올려주라고 요구하기도 하고요. ‘작가계의 아이유’가 아니라 ‘작가계의 테레사 수녀’죠.”(김 피디) “막내 작가 생일까지 챙기고 항상 믿음을 주는 분이에요. 좋아하는 후배랑 항상 그런 얘기 해요. 워낙 꼼꼼해서 일할 때는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정말 배운 것도 많고 오히려 일을 쉽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요.”(주 작가)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시계방향으로) 유재석, 박명수, 신봉선, 박미선
(시계방향으로) 유재석, 박명수, 신봉선, 박미선

김 피디·주 작가가 본 MC들

“유재석, 술은 한잔도 안마셔”

“박명수, 본모습 인간미 넘쳐”

“박미선·신봉선, 워낙 재밌어”

#유재석
유재석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거의 없는 것 같네.”(김광수 피디) “술 한 잔도 안 마셔요. 사적으로 누구랑 술 마시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죠.”(김) “관리도 관리인데, 몸에 배어 있어요. 항상 잘되는 쪽으로 도우려고 해요.”(주기쁨 작가) “녹화 전에 우리와 밥을 먹긴 하는데요. 대기실에서 30~40분씩 이야기하곤 하죠.”(김) “비(B)형 남자? <무한도전> 6년 하면서 두 번 회식했어요.”(주)

#박명수
시청자들에게 욕먹을 때가 많은데, 실상은? “그분 좋은 분이에요. 굉장히 인간적이에요. 제가 볼 때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에요.”(김) “저랑 <백점만점>이란 프로그램도 같이 말아먹었기 때문에…(각별하죠) 굉장히 인간적이에요.”(주) “독설은 역할일 뿐이고, 솔직하고 인간미가 넘쳐요. 누리꾼들한테 욕을 먹어도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김) “그래서 제작진도 편하죠. (욕먹는 것) 신경 안 쓰고 제 몫을 해주니까.”(주) “유재석씨가 고마워해요. 솔직히 자기가 할 수 없는 역할이잖아요. 악역이 필요하니까.”(김)

#박미선과 신봉선
“신봉선씨는 ‘친구 찾기’ 꼭지 때부터 나왔고. 박미선씨는 4주만 해보자고 했는데, 잠깐 인기가 주춤할 때였어요. 그런데 워낙 재미있게 해줘서 계속 같이 하게 됐어요. 박미선씨는 진행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분이에요. 자기를 잘 낮추기도 하면서.”(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