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내공 훨씬 센 분 많아요
제가 용기를 냈을 뿐이죠”
제가 용기를 냈을 뿐이죠”
“신동엽(사진)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 나온 적도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그 자리를 모두 채울 것 같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신동엽을 보내지 않았고, 신동엽은 가지 않았다. <한국방송>(KBS)의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 <에스비에스>(SBS)의 <강심장>과 <티브이 동물농장>에서 여전히 입담을 과시한다. 최근 공개된 2011년 한국방송 출연료 순위에서 1위(6억950만원)를 차지한 것도 그의 건재를 입증한다.
신동엽은 ‘19금 개그의 달인’으로 또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시작한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의 <에스엔엘(SNL) 코리아> 세번째 시즌에 고정 출연하며 생방송 콩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신동엽은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야릇한 보도국장’이나 ‘야동 마니아 연구원’으로 나와 이름값을 했다.
지난 4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그는 본디 콩트와 ‘19금 개그’에 관심에 많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출연한 <남자 셋, 여자 셋>도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정웅인·박상면·윤다훈이 출연한 <세 친구>도 원래 그가 제안한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좀 솔직해지자는 거예요. <프렌즈> 보고 불쾌해하는 사람들 없잖아요. 미드에서는 야광콘돔처럼 진짜 성인들이 겪는 경험에서 나오는 소재를 그대로 사용하는데도요.” 지상파 방송을 보다 채널을 돌리면 케이블 방송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막상 국내 제작 프로그램에서 그런 소재를 다루면 갈고리눈을 하는 분위기가 아쉽다는 것이다.
콩트에 대한 열망도 컸다. “대본을 고치고 또 고친 뒤 연기를 하고 원했던 부분에서 사람들이 웃어줄 때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그런데 신동엽이 연기하면 왜 야한 소재도 그저 웃기기만 할까. 그는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을 타깃으로 공격하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다 선을 넘게 될 때가 많죠.” 신동엽은 그 상처받을 사람의 입장이 신경 쓰였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인 자신의 형이 가족의 대화에서 소외될까봐 걱정하던 경험 때문이란다.
이런 배려는 <불후의 명곡> 녹화장에서도 드러난다. 긴 녹화 시간 동안 관객들이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말을 걸고 웃음을 준다. “관객들 컨디션에 따라 가수들 컨디션도 달라지는 걸 느낀 뒤부터는 항상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신동엽은 능력보다는 용기가 ‘19금 개그’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저보다 훨씬 내공이 센 분들이 많이 있죠. 저는 단지 용기를 냈을 뿐이에요.”
음성원 기자,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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