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의 지진희(41)
‘대풍수’ 지진희
기생과 음담패설하고 춤을 추는
‘탕아’ 연기로 이미지 변신 꾀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것 보여주고파”
기생과 음담패설하고 춤을 추는
‘탕아’ 연기로 이미지 변신 꾀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것 보여주고파”
“저 사람이 지진희라고?”
지난 10일 처음 방영된 <에스비에스>(SBS)의 <대풍수>를 본 시청자들은 지진희(41·사진)의 낯선 모습에 갸우뚱했다. 1회 끝 부분에서 지진희는 동물 해골로 만든 탈을 뒤집어쓰고 활을 쏘아대며 적진을 깨부수는 야성적 사내였다. 점잖고 부드러운 그간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게다가 이 인물이 조선을 세운 이성계라고 한다. 제작진은 이성계의 전형적 이미지를 비틀었다. 지진희가 연기한 이성계는 기생들과 음담패설을 하고 놀이판에서 춤을 추는 탕아의 모습이지 ‘건국의 아버지’는 아니었다.
이날 촬영 중 어렵게 틈을 낸 지진희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진희는 “조연이라도 괜찮으니 이 캐릭터 연기를 하고 싶다”며 이용석 피디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성계 캐릭터 얘기를 듣고는 언제 이런 걸 해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왕이 되기 싫어하는 남자, 그렇지만 운명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남자에 대한 연기를 진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지진희의 눈이 빛났다. 그는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러브 액추얼리>나 <노팅힐>처럼 자신의 연기도 “밝은 쪽이 맞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대풍수> 초반에 나오는 이성계의 자유분방하고 호탕한 모습은 지진희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또다른 그의 모습과 공명하고 있다. 그는 “내면에 있는 또다른 나를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고 “나 또한 놀라움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지진희가 저런 역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과 같은 반응이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고민 끝에 지진희를 이성계로 캐스팅한 이 피디는 조연급이었던 이성계의 배역을 주연급으로 올리고 출연 분량을 늘렸다.
지진희가 연기 변신을 꾀하는 것은 텔레비전에서는 자신의 성격 중 일면만이 부각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정호라는 역으로 자신을 띄워준 <대장금>에 대해서도 “저라는 연기자가 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진 어마어마한 작품이었다”고 말하면서도 “그걸로 독이 된 점도 없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지진희는 젊은 이성계의 야인적 모습에 애착을 품고 열중한다고 했다. 그는 “임금이 되기 전의 과정이 너무나도 임금다우면 재미가 없지 않냐”며 “초기에는 이런 밝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해줄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드라마일 뿐이에요. 역사라고 알려진 문헌들도 승자의 역사일 뿐인데, 과연 정답일까 하는 의심도 들고요.”
이 드라마에선 몇 차례나 시간이 10년씩 넘어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성계도 진짜 왕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그 이미지를 바꾸는 과정은 지진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고려의 충신으로 외인부대 같은 데서 일하던 거친 사내가 조력자들에 의해 생각이 바뀌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처음에는 일부러라도 많이 망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야 시청자들이 변화를 눈치챌 수 있으니까요.”
고정된 이미지를 벗기 위한 그의 노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괴팍한 성격의 노총각 역으로 코믹 연기를 펼쳤다. 그는 이런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이 뻔한 내용의 드라마를 보면서 텔레비전을 켜둔 채 무의미하게 앉아 있다면 안타깝잖아요.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서 ‘재미있네’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해요.”
연기자 데뷔 전 사진가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2000년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2004년 <대장금>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2011년 <동이>에서는 변장을 하고 궁녀 동이에게 다가가는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깨방정 숙종’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호평을 받았다.
이날 밤 첫 방송을 앞두고 그는 확신에 찬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경쟁작에) 워낙 인기작들이 많긴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마냥 떨리지만은 않아요. 기대도 되고요.”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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