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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진정성’이라는 뻔한 결론의 진정성

등록 2012-11-02 19:37수정 2015-10-23 14:51

<킹메이커>(2012, 교육방송)
<킹메이커>(2012, 교육방송)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킹메이커>(2012, 교육방송)
<교육방송> 11월3일(토) 오후 6시50분부터 3회 연속 방영

업이 업이다 보니, 양평동 이씨는 친구들을 만나면 “너 그거 봤냐?”로 시작되는 티브이 회화를 곧잘 구사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친구들로서도 만나면 노상 티브이 이야기만 하는 이씨가 반가울 리 없다. 자신을 슬금슬금 피하는 친구들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던 이씨는, 근래에는 입술이 달싹거려도 꾹 참고 말을 아끼는 중이다.

그래서 무지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을 때 이씨는 막힌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야, 너 그거 봤냐? <킹메이커>?” “응! 손석희 교수 나온 거!” 너무 격한 반응에 당황한 걸까. 무지씨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그렇게 좋았어? 난 별로던데.” “왜?”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뻔한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서. ‘네거티브 선거는 성공할 수는 있어도 부작용이 크다’ ‘중도파 잡겠다고 신조를 어정쩡하게 흐리면 역효과니 당신의 가치체계와 언어로 다가가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같은 메시지들을 모아보면 결국 ‘결론은 진정성’ 아닌가? ‘결론은 버킹검’도 아니고, 좀 찜찜하잖아?”

이씨는 잠시 표정관리를 하고 반문했다. “그러면 넌 진정성이 안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건 아닌데, 요즘 사람들이 진정성이나 진심 같은 계측 불가능한 막연한 가치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사실은 얼마나 정치적인 능력이 있는가, 어떤 정책을 마련했는가가 더 중요한 거 아냐?”

“정치적 능력이란 단어는 진심을 현실로 구현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책도 진정성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둘 다 진정성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거겠지. 그런 구체적인 각론 없이 마냥 진정성만 논하면 문제겠지만, 정치 공학에 매몰된 선택을 하다 방향성을 놓친 사례들을 보여준 <킹메이커>가 틀린 것 같진 않아.”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방향성?” “응, 방향성. 정치인의 진정성이란 건 나라 사랑의 정도 같은 계측 불가의 가치가 아니라, 제시하고자 하는 비전의 선명함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게 <킹메이커>가 말하는 ‘진정성’이라고. ‘당신의 견해와 신조로 설득하라. 막연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개별 유권자가 중요시하는 이슈들로 승부해라.’ 결국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의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에 대한 얘기니까.”

“흠, 대선 주자들이 봤으면 좋았겠네.” “아니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 같은 유권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보는 게 더 중요하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씨를 바라보던 무지씨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저거 봐라. 이제 또 사방팔방에 ‘너 그거 봤어?’라고 묻고 다니겠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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