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혁
‘구가의 서’ 최진혁
남자 구미호 역 맡아 열연
짧은 등장에도 반응 뜨거워
“제 연기요? 아직 20% 수준…
원래는 가수가 되고 싶었죠”
남자 구미호 역 맡아 열연
짧은 등장에도 반응 뜨거워
“제 연기요? 아직 20% 수준…
원래는 가수가 되고 싶었죠”
“혹시 구월령 아니에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문화방송>(MBC)의 월화극 <구가의 서> 1, 2회에만 출연했을 뿐인데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된다. <구가의 서>에서 최진혁(28)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불로불사를 포기하고 사람이 되려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산의 수호신이자 남자 구미호인 구월령 역을 맡았다. 주연을 맡았던 <로맨스가 필요해>나 <내 딸 꽃님이> 때보다 반응이 뜨겁다.
그도 꽤 놀란 눈치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커피숍에서 만난 최진혁은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었다. 드라마에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주위 반응이 출연 작품 중 제일 좋다”며 웃었다. 구미호 분장에만 3시간 넘게 걸렸고, 산에서 넘어져 무릎까지 다쳤으며, 목감기 때문에 3일 동안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는 상황도 겪었지만 참 의욕적으로 찍었다. 처음으로 거울을 보며 연기 연습을 했고, 촬영 때 마음에 안 들면 스스로 “한 번만 더 찍게 해달라”고 카메라 감독에게 매달렸다. 그는 “<구가의 서> 1, 2회는 전개도 빠르고 영상미도 너무 좋아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면도기 광고에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드라마를 찍기 전에 촬영해 일본에서는 이미 전파를 타고 있었다.
최진혁은 2006년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 데뷔했다. 당시 김범, 박재정 등과 경쟁했고 “절대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을 발휘하며”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원래 록을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주위 권유로 연기자가 됐다. 아마 당시에 <슈퍼스타케이> 같은 가수 오디션이 있었다면 거기에 지원해 음악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쉬는 시간이면 아는 사람의 스튜디오를 찾아 노래를 녹음하고 들어보고는 한다. 하지만 음반 발매 계획은 없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최진혁을 재발견하게 해준 드라마였다. 본디 성격도 <로맨스가 필요해> 속 배역인 배성현과 얼추 비슷하다. 털털하면서도 과감하고, 필요할 때는 잔소리를 해댄다. 마지막 방송 직후 눈물을 쏟을 정도로 연출팀이나 조여정 등 동료 배우들과 호흡도 정말 좋았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케이블 드라마의 새 장을 열면서 시즌2까지 제작됐다.
자신의 연기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목표치는 정말 높은데, 아직 20~30%밖에 안 된다”고 한다. 때론 자신의 연기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구가의 서>를 보면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첫 출연작인 <일단 뛰어>를 찍으면서 혼이 많이 났고,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데뷔 7년차가 됐는데도 연기는 아직도 목마르다. 자신이 꼽는 장점은 연기 몰입도와 감정 표현이다. “다른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여러 일을 겪으면서 감정의 다양성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기가 좋은 이유는? 연기라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어 매력적이란다.
<구가의 서>에서 구월령은 쓰러진 뒤 풀 속에 묻혔다. 이야기 전개상 천년 악령이 됐을 수도, 안 됐을 수도 있다. 구월령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작가 선생님만 알겠죠. 저는 꼭 다시 나오고 싶습니다.” 최진혁은 약간 울림이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양희 기자, 사진 레드브릭하우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