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 김혜수
대본 1부만 읽고 드라마 출연 결정
“배우의 흥분과 욕망 자극한 작품
나 스스로도 위로받을 수 있었다”
대본 1부만 읽고 드라마 출연 결정
“배우의 흥분과 욕망 자극한 작품
나 스스로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김혜수(43)는 취미가 요리다. 음식을 맛보면 속 재료가 뭔지 단박에 알아내고, 한번 맛본 요리는 뚝딱 만들어낸다. 27일 서울 청담동 음식점에서 인터뷰를 하면서도 “건강한 재료로만 국적 불명의 요리를 하는데,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주 종영한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는 어떤 레시피로 ‘미스김’이라는 캐릭터를 ‘요리’했을까?
■ 100% ‘순도’ 한 컵 김혜수는 <직장의 신> 1부만 읽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다. 제작사, 방송 날짜, 상대역, 출연료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지문과 대사를 보는데, 작가와 코드가 맞았는지 비행기 1등석 장면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와닿았다. 배우로서 흥분과 욕망을 자극하는 작품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사회가 약자가 대부분인데, 약자들의 꿈을 실현한 느낌이라서” 드라마가 끌렸고, “나 스스로도 힘을 얻고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더욱 미스김에 매료됐다.
■ 재능 27큰술 미스김은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갔다. 온갖 자격증을 꺼내들고 과장된 몸짓으로 해결사를 자처하는가 하면, 동료들이 보내준 동영상에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27년 동안 연기 내공을 쌓아온 김혜수였기에 가능했다. “배우로서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게 신조다. <직장의 신> 윤난중 작가는 “드라마가 정극과 코미디를 심하게 넘나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위험한 간극을 김혜수씨가 다 채워줬다. 미스김이라는 캐릭터는 그가 아니면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 열정 한 덩어리 무표정과 절도 있는 행동은 원작인 <파견의 품격>의 주인공 오오마에 하루코와 비슷하다. 하지만 김혜수가 연기한 미스김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미스김 캐릭터의 모든 행동이 현란해야 할 것 같아서” 6시간 동안 신들린 모습으로 탬버린을 흔든 뒤에는 너무 어지러워 토할 뻔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찍은 유도 장면에서 어깨가 부분 탈골되기까지 했다. 김혜수는 “운동신경이나 순발력은 좋은 편이지만, 다치는 것은 너무 싫어서 보통 때는 액션을 안 하는데 이번에는 신나게 했다”며 웃었다. 촬영 종료 뒤 1주일이 지났는데도 팔에 여러 군데 생채기가 나 있었다.
■ 솔직담백 무한 큰술 <직장의 신>은 첫 방송 직전 김혜수의 석사논문 표절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재빨리 사태를 수습한 것은 본인이었다. 그는 제작발표회 때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유를 떠나서 “분명히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혜수는 “사실 내 학력은 중학교 때 끝난 셈이다. 그 이후에는 촬영 때문에 학교에 잘 못 갔다. 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학구파여서가 아니라 1주일에 몇 번이라도 학교 가는 게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표절 논란이 불거진 직후 그는 망설임 없이 석사학위를 반납했다. 화학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솔직함은 김혜수라는 배우가 지닌 최고의 레시피가 아닐까.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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