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 이어 KBS ‘이야기쇼 두드림‘,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등 지상파에 복귀했다.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BS 제공
케이블과 종편에서 건재함 증명받은 뒤 지상파 복귀한 김구라
다수에 합류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그만의 방법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하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출연자들의 견제를 받는다. 모두 김구라가 믿지 못할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떨어뜨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 역시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악의 축도,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도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따라 움직이되 개인의 움직임이 아닌 판 전체를 보는 눈을 가졌을 뿐이다.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보다 앞서 현재를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김구라는, 거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적인 서사다. 김구라가 아니면 불가능한 기획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가 생존하는 방식은 김구라라는 방송인이 방송계에서 살아남은 방식과 유사하다. 그는 대중이 부정적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과거를 가졌다. 하지만 김구라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켰다. 게스트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대중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우선 ‘털고’ 가는 MBC <라디오스타>의 토크 방식은 김구라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속물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그는 게스트에게 돈과 욕망에 대해 직설적으로 묻고, 게스트들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약점을 파고들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면서까지 질문의 답을 얻어냈다. 그 역할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지는 몰라도 바로 그 점 때문에 김구라라는 인물에 대한 수요가 생겨날 수 있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중이 김구라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자기편이 없었던 그는 다수에 합류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물의를 일으킨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김구라가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방송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존재였다. tvN <택시>가 김구라가 소란스럽지 않게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면, JTBC <썰전>은 아예 김구라라는 인물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획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구라는 정치인들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만큼 시사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기가 몸담은 연예계에 대해 ‘터는’ 것은 그의 전공 분야다. <썰전>은 다양한 이슈를 말로 다루면서 예능적으로 풀어가려 할 때 김구라보다 적합한 진행자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역할을 맡는다. 말로 사람과 이슈를 다루는 데 능한 그는, 배신과 반전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주 잘 어울린다. 대중이 알고 있는 김구라는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케이블과 종편은 지상파 예능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필요했고, 김구라는 거기에 가장 적합한 카드였다. 김구라 데려가면 승률 높아진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건재함을 증명받은 김구라는 KBS <이야기쇼 두드림>에 이어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까지 ‘2차 지상파 입성’을 이뤄냈다. <화신>은 <썰전>에서 사용한 표현 그대로 김구라를 ‘긴급 수혈’했다. 김구라가 “<썰전>을 화요일로 옮기자”며 <화신>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화신>에 김구라는 MSG와 같다. 몸에 나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맛을 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넣어야만 한다. 게다가 한 번 쉬어가야 했던 김구라는 현재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하는 데 더욱 영민해졌다. <두드림> 제작진에게 “(시청자가) 체할 수 있으니 천천히 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나, 강용석과 자신이 현재 ‘투 스트라이크’ 상태임을 재차 확인하는 것 모두 그가 집을 잃어버린 민달팽이 차원이 아니라 “달팽이 요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치열하게 방송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김구라의 복귀는 모범적이라 할 만큼 이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방송은 그가 필요했고, 그는 준비돼 있었으며, 예능의 흐름 또한 변화하는 중이었다. 투 스트라이크지만 생각처럼 나쁜 상황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김구라가 가장 바라는 건 계속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는 게임을 끝내서는 안 된다. 시청자의 웃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현이 학원 비용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그는, 오직 자신의 편이다. 그래서 <썰전>에서 소개한 “김구라를 먹는 편이 승리”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의미심장하다. 김구라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지만 그를 데려간다면 승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계속 경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그는 기꺼이 악역을 자처할 수 있고, 편을 옮겨가며 판세를 저울질할 수도 있다. 우리 편이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살아남는 게 중요한 사람의 게임. 김구라는 언제까지 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윤이나 TV평론가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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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에 합류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그만의 방법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하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출연자들의 견제를 받는다. 모두 김구라가 믿지 못할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떨어뜨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 역시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악의 축도,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도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따라 움직이되 개인의 움직임이 아닌 판 전체를 보는 눈을 가졌을 뿐이다.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보다 앞서 현재를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김구라는, 거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적인 서사다. 김구라가 아니면 불가능한 기획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가 생존하는 방식은 김구라라는 방송인이 방송계에서 살아남은 방식과 유사하다. 그는 대중이 부정적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과거를 가졌다. 하지만 김구라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켰다. 게스트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대중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우선 ‘털고’ 가는 MBC <라디오스타>의 토크 방식은 김구라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속물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그는 게스트에게 돈과 욕망에 대해 직설적으로 묻고, 게스트들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약점을 파고들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면서까지 질문의 답을 얻어냈다. 그 역할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지는 몰라도 바로 그 점 때문에 김구라라는 인물에 대한 수요가 생겨날 수 있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중이 김구라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자기편이 없었던 그는 다수에 합류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물의를 일으킨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김구라가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방송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존재였다. tvN <택시>가 김구라가 소란스럽지 않게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면, JTBC <썰전>은 아예 김구라라는 인물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획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구라는 정치인들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만큼 시사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기가 몸담은 연예계에 대해 ‘터는’ 것은 그의 전공 분야다. <썰전>은 다양한 이슈를 말로 다루면서 예능적으로 풀어가려 할 때 김구라보다 적합한 진행자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더 지니어스>에서 김구라는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역할을 맡는다. 말로 사람과 이슈를 다루는 데 능한 그는, 배신과 반전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주 잘 어울린다. 대중이 알고 있는 김구라는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케이블과 종편은 지상파 예능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필요했고, 김구라는 거기에 가장 적합한 카드였다. 김구라 데려가면 승률 높아진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건재함을 증명받은 김구라는 KBS <이야기쇼 두드림>에 이어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까지 ‘2차 지상파 입성’을 이뤄냈다. <화신>은 <썰전>에서 사용한 표현 그대로 김구라를 ‘긴급 수혈’했다. 김구라가 “<썰전>을 화요일로 옮기자”며 <화신>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화신>에 김구라는 MSG와 같다. 몸에 나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맛을 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넣어야만 한다. 게다가 한 번 쉬어가야 했던 김구라는 현재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하는 데 더욱 영민해졌다. <두드림> 제작진에게 “(시청자가) 체할 수 있으니 천천히 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나, 강용석과 자신이 현재 ‘투 스트라이크’ 상태임을 재차 확인하는 것 모두 그가 집을 잃어버린 민달팽이 차원이 아니라 “달팽이 요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치열하게 방송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김구라의 복귀는 모범적이라 할 만큼 이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방송은 그가 필요했고, 그는 준비돼 있었으며, 예능의 흐름 또한 변화하는 중이었다. 투 스트라이크지만 생각처럼 나쁜 상황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김구라가 가장 바라는 건 계속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는 게임을 끝내서는 안 된다. 시청자의 웃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현이 학원 비용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그는, 오직 자신의 편이다. 그래서 <썰전>에서 소개한 “김구라를 먹는 편이 승리”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의미심장하다. 김구라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지만 그를 데려간다면 승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계속 경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그는 기꺼이 악역을 자처할 수 있고, 편을 옮겨가며 판세를 저울질할 수도 있다. 우리 편이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살아남는 게 중요한 사람의 게임. 김구라는 언제까지 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윤이나 TV평론가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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