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에스엔엘 코리아> 생방송 전 안영미와 박재범이 ‘처녀들의 저녁식사’ 리허설을 하고 있다.
tvN ‘SNL 코리아’ 생방송 현장
대본 읽기로 13시간 사투 시작
느낌 안 살아난 대본 즉석 수정
재미없는 코너는 통째로 들어내
생방송 끝나자 배우표정 밝아져
대본 읽기로 13시간 사투 시작
느낌 안 살아난 대본 즉석 수정
재미없는 코너는 통째로 들어내
생방송 끝나자 배우표정 밝아져
웃고 또 웃는다. 황당해서 웃고, 공감이 가서 웃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쪽 웃음이 됐다. 티브이엔(tvN)의 <에스엔엘(SNL) 코리아> 얘기다. 15일 서울 상암동 씨제이이앤엠(CJ E&M) 사옥에서 진행된 <에스엔엘 코리아> 생방송 현장을 찾았다.
■ 오전 11:00 대본 읽기로 13시간의 사투는 시작된다. 다 함께 모여 연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호스트는 배우 이범수다. 안상휘 책임피디는 “호스트 섭외의 첫 번째는 기대감이고, 두 번째는 ‘놀고 싶다’는 당사자의 의지다. 역대 호스트들 중 양동근과 박재범이 프로그램에 잘 녹아들어서 고마웠다”고 했다. <에스엔엘 코리아>는 월요일에 아이템을 설정하고, 수요일 오전에 대본이 나온다. 토요일 오전까지 대본 수정은 계속된다. 야외 녹화는 목요일이고, 토요일 오전에 편집을 마친다. 연출진 9명, 작가 10명 등이 팀을 이뤄 6일 동안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 오후 3:53 2층 공개홀에 만들어진 세트는 메인을 포함해 모두 5개다. ‘위켄드 업데이트’는 메인 세트를 가리고 진행된다. 결혼 직전 여자의 파티 이야기를 다룬 ‘처녀들의 저녁식사’가 리허설이 한창이다. 외국 공연 때문에 3주 동안 출연하지 못했던 가수 박재범이 한창 ‘섹시미’를 발산 중이다. 동작 하나하나 세밀한 검토가 이어졌다. 대본의 활자를 연기로 표현했을 때 다르게 나타나는 느낌 때문에 즉석에서 대본을 수정했다.
■ 오후 5:18 ‘아바타’ 꼭지 중 신동엽이 아바타로 변했을 때의 모습이 필요해서 사전 녹화가 이뤄졌다.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다. 대본으로는 신동엽이 실험실에 있을 때 다른 출연자가 아바타 분장으로 신동엽 대역을 하기로 돼있었는데, 사실감을 더하려고 신동엽이 아바타 분장을 하고 사전 녹화를 했다. 신동엽은 물 만난 고기처럼 ‘19금 개그’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안 피디는 “꽁트는 사전 녹화를 안 하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 오후 7:32 ‘런 스루’(전체 리허설) 시간이다. 출연자들 동선을 점검하려고 60분에 맞춰 모든 꼭지를 진짜 생방송처럼 해본다. 이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꽁트를 아예 들어내기도 한다. 밤새 야외 촬영을 하고 토요일 오전에 편집한 것을 날려버린 경우도 있다. 안 피디는 “막상 보니 재미가 없거나 호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면 생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런 스루 내내 카메라 옆에 작가가 붙어 대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있다. 대본이 계속 수정돼 반드시 프롬프터가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대본이다.
■ 오후 9:21 생방송 직전 관객들 앞에서 하는 최종 리허설 격인 1차 공연 예정 시각은 저녁 8시30분인데 한참 늦어졌다. 밖에서 2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린 관객 200여명이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공개홀 크기가 원작인 미국 <엔비시>(NBC)의 <에스엔엘> 녹화장 절반밖에 안 돼 관객의 시야 확보가 제한적이다. 객석 앞에 텔레비전 4대가 배치된 이유다.
‘외과의사 봉다리’ 세트에서 이범수가 한창 ‘버럭 범수’를 연기할 때, 다른 세트에서는 신동엽이 권혁수와 함께 과일 가게 할아버지를 연습했다. 이날 처음 맞춰보는 것이다. 안상휘 책임피디는 부조정실이 아닌 객석에 앉아 관객들의 반응을 꼼꼼히 살폈다. ‘우리 형님 살려내’ 꼭지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 수정하기로 했다. 1차 공연은 얼추 밤 10시20분에 끝났다. 이제 생방송에 앞서 꼭지나 대본 수정을 할 시간은 30분밖에 없다. 1차 공연 관객들이 빠져나가고 생방송 관객들이 들어왔다. 이범수의 아내도 있었다.
■ 오후 11:00 “4초, 3초, 2초, 1초.” 제작진이 생방송 시간을 카운팅했다. 밴드 커먼그라운드의 라이브 연주 소리가 울려퍼지고, 크루 소개가 이어졌다. 무대에 맨 처음 등장한 이범수는 생방송이라 떨렸는지 1차 공연에 비해 말을 더듬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때 박재범이 던진 바지가 카메라에 걸려 화면 절반이 검게 보였다. 현아 때는 신동엽의 의자가 부러졌고, 이문식 때는 소품인 생선이 사라져서 한창 꼭지가 진행될 때 밖에서 생선이 날아오는 상황도 빚어졌다. 전쟁 같은 60분이 지난 밤 12시, 마지막 꼭지까지 끝나자 비로소 긴장의 끈을 놓은 이범수와 크루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17주 동안 생방송 싸움에 제작진은 몸무게가 평균 2㎏ 빠졌다고 한다.
<에스엔엘 코리아>는 현재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모그룹 씨제이(CJ)의 비자금 수사와 맞물리며 정치권 풍자가 사라지고, ‘여의도 텔레토비’도 4주째 결방중이다. 두 축인 ‘섹시’와 시사 풍자에서 풍자가 사라지면서 ‘19금 코미디’만 남았다. 안상휘 책임피디는 18일 “두 축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숙제였는데 의도치 않은 일들이 터졌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굉장히 노력하는데 해답을 아직 못 찾고 있다. 이번 주(22일)에 한 주 휴식을 취하면서 그 해답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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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는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를 패러디한 꼭지에서 1차 공연과 생방송을 합쳐 두 차례나 김슬기의 얼굴을 케이크로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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