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TV
<한국방송>(KBS) 드라마의 대표 격인 2텔레비전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에는 할머니(김용림)가 있고, 엄마(고두심)가 있고, 자매들이 있다. 아버지는 초반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고, 애초부터 할아버지, 삼촌, 이모는 없다. 이순신(아이유)의 친모(이미숙)도 처음부터 혼자였다. 최근 30%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백년의 유산>(문화방송)에서는 유진 쪽만 대가족을 이뤘을 뿐 다른 가족들의 구성원은 3~4명으로 단출했다. 다른 드라마들도 비슷하다. 조부모 중 한 명만 있거나 아예 없고, 부모의 형제와 자매는 없는 설정이 많다.
핵가족화를 보여주는 것일까. 물론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핵가족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다. 바로 제작비다. 한 베테랑 연기자는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주는 제작비는 한정돼 있는데, 주인공 출연료는 계속 올라간다. 답은 다른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드라마 제작 여건상 화기애애한 대가족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제작비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미니시리즈 같은 경우 출연 인원이 예전보다 확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일부 톱스타 연기자들 몸값과 반비례해 조연급 연기자들의 일감은 점점 사라진다. 드라마 외주 제작이 관행화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복서 출신 연기자 조성규의 외침이 절절하다. “배고픈 권투가 싫어서 연기자가 됐는데 연기자는 더 춥고 배고프다.”
김양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