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토요판] 신소윤의 소소한 TV
주간지를 만든다는 것은 때때로 참 놀라운 일이다. 특히 마감이 이뤄지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나의 일주일은 이렇게 흘러간다. 월요일에는 어떤 기사를 만들 것인가 회의를 하고 그날 오후부터 수요일까지 취재를 한다. 목요일에는 그동안 여기저기서 모아온 취재거리들을 풀어놓는다. 누군가 만나 이야기한 것, 전화통화를 메모한 것, 책에서 찾은 자료 같은 것들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진다. 여전히 ‘초짜’인 나는 쓸데없는 것들도 참 많이 주워 모아 온다. 왜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했을까, 종이 낭비하며 필요없는 자료는 왜 줄줄이 복사해 왔을까, 자책하며 필요없는 것들을 추린다. 그래도 두서없는 자료들을 보면 이게 언제 정리돼서 기사가 되려나 싶다. 취재한 자료만 집어넣고 클릭 몇번 하면 알아서 한 300가지 기사 형태 중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 뚝딱 기사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다 보면 어느덧 마감이 다가온다. 그런데 이 마감이라는 것은 놀라운 마법(이라고 쓰고 압박)이다. 기사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완성돼 있다. 불안과 초조와 짜증을 거쳐 마지막 문장을 쓰고 엔터 키를 쳤을 때, 좀 허세를 부려 말하면, 어려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끼워넣은 것 같은 기분도 좀 든다. 여기에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기사를 매만져 좀더 읽을 만하게, 혹은 읽고 싶도록 만들어준다. 그렇게 여럿이 한 조각씩 이어나가며 우리는 매주 한 권의 새로운 책을 만든다.
티브이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한 주를 보낼 것 같은 사람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보인다. <무한도전>(MBC)이 그렇다. 나는 <무한도전>의 열혈 시청자는 아니지만 왠지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기분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아 자꾸만 애정이 간다. 완성된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이 한 권의 잡지를 만드는 일과 비슷해 보인다. 여기 제작진도 아마 어느 날에는 아이템을 뽑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누군가를 섭외하고, 자료를 찾고, 긴 회의를 하고, 복잡하게 얽힌 화면들을 볼만하게 정리하느라 까만 밤을 보내겠지.
사실 이 오래된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좀 이상했다. 엠비시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의 한 꼭지로 출발한 ‘무한도전’의 첫번째 시즌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2005년 4월부터 10월까지 방영됐던 ‘무모한 도전’은 원년 멤버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이 주축이었다. 쇼는 전철과 인간 100m 달리기 대결 등 말 그대로 ‘무모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왜 죽자사자 이런 쓸데없는 도전을 하나, 생각하며 티브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프로그램이 끝이 났다. 얼마 안 가 ‘무모한 도전’은 개편을 맞아 이름이 바뀌었다. ‘무리한 도전’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한 글자 차이 제목처럼, 프로그램은 무리한 시도를 거듭하며 계속 이어진다. 조랑말과 500m 이어달리기 대결 같은 것을 하는 식으로. 하지만 출연진은 시청률은 아랑곳하지 않고 깔깔대며 즐겁게, 힘들게 도전을 위한 체력 훈련을 이어나간다. 그때가 언제였나, 아마도 2000년대 중후반쯤, 티브이를 켜고 우연찮게 볼 때마다 꾸준하게 무모함을 밀고 나가는 이 프로그램의 무모함이 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상의 인물 ‘마봉춘’이 등장하면서 무한도전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출연진의 캐릭터도 확고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열심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매회가 특집이었다. 새해를 핑계로, 만우절을 핑계로, 뉴욕이나 중국으로 떠나면 그 핑계로, 심지어 충무공 탄신일도 ‘깨알같이’ 챙겨 특집을 만들었다. ‘특집 없는 특집’이 제목인 날도 있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에너지를 잃지 않고 이어졌던 특별한 일주일들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무한도전>의 제작진도 때때로, 내가 그러듯 프로그램이 어느덧 완성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놀랍고 신기하고 그럴까. 동료 ‘마감 노동자’로서 어쨌든 파이팅을. 여기도, 거기도 앞으로도 꾸준하게 퍼즐 조각을 이어나가 봅시다.
<한겨레21>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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