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엔 ‘꽃보다 할배’ 나영석 피디
티브이엔 ‘꽃보다 할배’ 나영석 피디
시도 때도 없이 방송중에 툭 튀어나온다. 하긴, 그는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를 했더랬다. 그래도 피디(PD)면 카메라 뒤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랏! 출연자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할배들이 앉아 있으면 아예 무릎까지 꿇는다. <1박2일>(한국방송2) 때도 그랬다. <1박2일>에 이어 <꽃보다 할배>(티브이엔)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넣은 나영석(37·사진) 피디를 최근 서울 상암동 씨제이이앤엠 사옥에서 만났다. 회사를 옮긴 뒤 첫 연출작인 <꽃보다 할배>는 현재 티브이엔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30일 방송분 6.6%)로 순항중이다.
이순재(79)·신구(78)·박근형(74)·백일섭(70). 한국 드라마 반백년을 관통하는 베테랑 연기자 4명을 한 프로그램, 그것도 예능에 섭외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지난 2월 초 박근형이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출연을 고사했을 때는 프로그램 제목조차 정하지 못했다. 한달 뒤 출연이 가능할 것 같다는 대답을 듣고는 <꽃보다 남자> ‘에프포’(F4)에서 차용한 <꽃보다 할배> 제목이 바로 떠올랐다. 할배들은 ‘에이치포’(H4)가 됐다.
섭외 뒤에는 역시 스케줄 조율이 문제였다. 어렵사리 6월 초로 출발일을 정했는데, 돌발 상황이 터졌다. 나 피디는 “신구 선생님이 <백년의 유산> 촬영 종영일을 5월로 잘못 알고 계셨다. 거기에 맞춰 나머지 일정을 조율했는데, 나중에 종영이 6월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후 나 피디는 <문화방송> 정문에서 친분도 없던 <백년의 유산> 피디를 찾아가 읍소했고, 신구는 경기도 일산의 작가 집 앞으로 가서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신구는 드라마를 미리 찍고 파리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나 피디는 “<백년의 유산> 팀한테 정말 감사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할배’였을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분들인데 실제 모습은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았다. 원래 이순재 선생님은 <1박2일> 때 ‘어르신 특집’으로 섭외하려 했는데, ‘내가 이 나이에 젊은 애들이랑 노닥거릴 일 있어?’라며 출연을 거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온전히 어르신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예능이다 보니 흔쾌히 출연하셨다.”
네 분, 대만 여행선 수다쟁이 돼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걱정하기도 외국 배낭여행이다 보니 제작비가 꽤 들 것도 같다. “출연진, 스태프 다 합해서 30명 정도가 유럽에 갔는데, 항공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 찍는 것과 비슷했다. 여행 가기 전 배낭여행 블로그를 통해 대략 하루 경비(1인당 10만원)를 산출했고, 어르신들께 500만원을 드렸다. 그 경비로 대중교통비를 제외한 숙식비를 전부 해결하셨다.” 제작진은 첫날 숙박 장소만 정하고 나머지는 출연진에게 맡겼다. 때문에 ‘짐꾼’ 이서진이 할배들을 대신해 숙소 예약을 마치면 제작진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 “남는 방 몇개예요?”라고 묻는 일이 반복됐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이동할 때는 기차 편이 모자라 제작진 절반은 렌터카로 밤새 이동했다. 지난달 23일부터 방송중인 대만 편은 출연진의 6박7일 경비로 200만원을 책정했다. 할배들의 배낭여행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100% 이끌어냈다. 에펠탑 앞에서 신구가 “처음 지을 때 흉물이라고 인정받지 못했던 에펠탑이 지금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젊은이들도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한 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 피디는 “어르신 말씀을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연륜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말이어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고 했다. 더불어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음만 원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대만 편에서 할배들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첫 여행 때는 늘 하던 드라마 작업이 아니라서 몸이 덜 풀렸는데, 두번째 여행에서는 다들 수다쟁이가 됐다”고 한다. 카메라를 덜 의식하는 만큼 걱정도 많아졌다.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해서다. “네 분 모두 뼛속까지 연기자고, 자부심도 엄청 강하다. 드라마에서 심각한 연기를 하는데도 예능 때 모습 때문에 시청자들이 웃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신다.” 5부작 대만 편이 끝나면 특집으로 미방영분이 나간다. 파리 뮤지컬 <물랭 루즈> 관람이나 바덴바덴 남녀 혼탕 경험(물론 남탕만 들어갔다)이 들어간다. 세번째 여행은 숨 고르기를 한 뒤 내년 1월께로 생각중이다. 남미 등이 후보지로 올라 있다. 나 피디는 “어르신들이 건강한 한 오래오래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티브이엔 ‘꽃보다 할배’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걱정하기도 외국 배낭여행이다 보니 제작비가 꽤 들 것도 같다. “출연진, 스태프 다 합해서 30명 정도가 유럽에 갔는데, 항공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 찍는 것과 비슷했다. 여행 가기 전 배낭여행 블로그를 통해 대략 하루 경비(1인당 10만원)를 산출했고, 어르신들께 500만원을 드렸다. 그 경비로 대중교통비를 제외한 숙식비를 전부 해결하셨다.” 제작진은 첫날 숙박 장소만 정하고 나머지는 출연진에게 맡겼다. 때문에 ‘짐꾼’ 이서진이 할배들을 대신해 숙소 예약을 마치면 제작진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 “남는 방 몇개예요?”라고 묻는 일이 반복됐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이동할 때는 기차 편이 모자라 제작진 절반은 렌터카로 밤새 이동했다. 지난달 23일부터 방송중인 대만 편은 출연진의 6박7일 경비로 200만원을 책정했다. 할배들의 배낭여행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100% 이끌어냈다. 에펠탑 앞에서 신구가 “처음 지을 때 흉물이라고 인정받지 못했던 에펠탑이 지금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젊은이들도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한 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 피디는 “어르신 말씀을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연륜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말이어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고 했다. 더불어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음만 원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대만 편에서 할배들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첫 여행 때는 늘 하던 드라마 작업이 아니라서 몸이 덜 풀렸는데, 두번째 여행에서는 다들 수다쟁이가 됐다”고 한다. 카메라를 덜 의식하는 만큼 걱정도 많아졌다.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해서다. “네 분 모두 뼛속까지 연기자고, 자부심도 엄청 강하다. 드라마에서 심각한 연기를 하는데도 예능 때 모습 때문에 시청자들이 웃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신다.” 5부작 대만 편이 끝나면 특집으로 미방영분이 나간다. 파리 뮤지컬 <물랭 루즈> 관람이나 바덴바덴 남녀 혼탕 경험(물론 남탕만 들어갔다)이 들어간다. 세번째 여행은 숨 고르기를 한 뒤 내년 1월께로 생각중이다. 남미 등이 후보지로 올라 있다. 나 피디는 “어르신들이 건강한 한 오래오래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