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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포커스> ‘희망의 점’,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 관장
http://www.hanitv.com/39267
<한겨레포커스> ‘희망의 점’,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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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잃으면 두번 실명하는 것과 같다.”
1969년 한국 최초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을 세운 육병일 선생(1927~1997)은 점자의 사회적 중요성을 일깨웠다. 두살 때 시력을 잃은 육 선생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시각장애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지식”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아버지의 신념과 헌신은 딸에게 이어졌다.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은 일곱살 때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딸은 아버지의 잃어버린 눈이었고, 아버지는 딸에게 세상을 가르친 스승이었다. 아버지가 받은 사회적 차별과 냉소를 지켜봤고,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면서 묵묵히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삶을 배웠다. 육 관장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늘 자랑스러웠고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는 것은 나에게 의무였다”고 말했다.
서울시 암사동에 자리한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지식의 보고다. 점자책 8만여권을 확보하고 무료로 빌려준다. 육 관장은 점자도서관 운영뿐 아니라 점자책으로 영역을 넓혔다. 도서출판 ‘점자’는 사물의 특징을 만지면서 느낄 수 있는 촉각 도서와 장애 아이들이 비장애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점자라벨 도서 등을 출판한다. 시각장애 아이들이 사물의 개념과 느낌을 깨치고, 비장애 아이들과 소통하고 공존하도록 돕는 것이 도서출판 점자가 삼는 목표다. 육 관장은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면서 내가 본 환경을 설명할 때가 제일 어려웠다. 어떻게 설명해야 내가 보는 것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사물 개념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점자책 출판이었다”고 말했다.
육 관장은 “시각장애 아이를 가진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우리가 만든 점자책에 고마움을 표시할 때 내가 하는 일이 결코 작지가 않구나라고 느낀다.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해지는 데 보탬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는 세상만큼 손끝으로 느끼는 세상도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주용 <한겨레티브이> 피디 j2yong@hani.co.kr
'희망의 점(點)'을 찍는 사람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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