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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또봇’은 ‘또~로봇’인 걸까

등록 2013-10-03 20:27

국산 애니메이션 <변신 자동차 또봇>
국산 애니메이션 <변신 자동차 또봇>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TV
대형 마트 불빛에 ‘녀석’의 몸체가 빛난다. 심장은 쿵쾅쿵쾅 뛴다. 드디어 마주하다니…. 종이 상자 안에 담긴 녀석의 모습은 짐짓 거만해보이기까지 한다. 4만7500원. 가격이 사악하다. 그래도 누군가 채갈까 싶어 얼른 손에 쥔다. 한 달 반. 아들에게 약속하고 ‘또봇 알(R)’을 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X.Y.Z.W.C.R.D.’

무슨 암호 같다고? 5살 안팎의 남자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단박에 눈치챌 것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변신 자동차 또봇>(사진) 속 로봇 종류다. 또봇(Tobot)은 로봇(Robot)에서 ‘R’를 빼고 ‘T’를 넣은 이름이다. ‘Tobot’은 앞부터든 뒤부터든 ‘또봇’으로 읽히는데, ‘보고 또 봐도 멋진 로봇’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2010년 <재능티브이>를 통해 1기가 처음 방영됐을 때는 엑스(X)와 와이(Y)만 있었다. 타이탄(X+Y 합체품), 제트(Z), 트라이탄(X+Y+Z 합체품)이 나올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쏘울(X), 포르테쿱(Y), 스포티지(R) 등 기아자동차 모델과 똑같이 생긴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쏘울이 지나가면 아들은 “저기 또봇 엑스!”라며 좋아라 하기도 했다. 완구 자체도 여타 제품과 달리 조잡하지 않고 깔끔했다.

그런데 웬걸. 이후 엑스와 와이가 업그레이드된 에볼루션 시리즈가 나왔고, 나아가 쉴드온 시리즈까지 등장했다. 쉴드온 시리즈는 에볼루션 시리즈와 색깔만 다르고 부품 하나가 첨가됐을 뿐이다. 쉴드온 부품을 에볼루션 시리즈에도 그대로 쓸 수 있었을 때의 배신감이란…. 게다가 하늘을 나는 더블유(W)가 곧이어 등장했고, 경찰차가 변신하는 또봇 씨(C), 소방차인 또봇 알까지 생겨났다. 여차하면 <또봇>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전부 또봇 파일럿(조종사)이 될 태세다. 9월30일부터 방송된 12기 때는 딩요가 운전하는 또봇 디(D)까지 등장했으니 말 다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한 상술이란 참 무섭다.

하긴 <또봇>은 태생부터가 상업적이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트로봇과 ‘콩순이’로 유명한 완구업체 영실업이 손잡고 만든 티브이 콘텐츠다. 기아자동차 모델을 완구로 끌어들인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초기에는 방영 채널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3~7살 아이들 눈길을 사로잡으며 지금은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어린이 채널 간에 <또봇> 방송권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한 어린이 채널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인기에 편승해 캐릭터 상품 판매도 느는데, <또봇>은 완구업체가 처음부터 참여해서 그런지 관련 제품 질이 좋아서 아이들의 구매 욕구가 상당하다”고 했다. 또봇의 폭발적 인기는 전통의 강자 파워레인저의 아성까지 무너뜨렸으며, 일부 최신 상품은 품귀 현상까지 빚어진다. 또 다른 완구업체 손오공도 현대자동차와 제휴해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을 준비한다니 티브이 애니메이션이 완구업체 불황 타개책이 된 듯하다. 레고사도 결국 <닌자고>와 <히어로 팩토리> 등 티브이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해 수입을 극대화하지 않았던가.

또봇 알을 ‘득템’하고 차 트렁크에 숨긴 뒤 득의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나에게 다시 절망을 안겼다. “엄마, 또봇 디 사주세요.” 또봇 디가 처음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날이었다. 새삼 영어 알파벳이 몇 개인지 손가락으로 꼽아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또봇’은 ‘보고 또 봐도 멋진 로봇’이 아닌 ‘나오고 또 나오는 로봇’일지도 모른다고.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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