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 앵커
‘SBS 전망대’ 한수진 앵커
새벽 5시 출근해 낮 12시 퇴근
10개월 넘었지만 아직 어려워
이산가족 인터뷰때 눈물 왈칵
딱딱한 뉴스진행과 많이 달라
새벽 5시 출근해 낮 12시 퇴근
10개월 넘었지만 아직 어려워
이산가족 인터뷰때 눈물 왈칵
딱딱한 뉴스진행과 많이 달라
새벽 4시, 부스스 눈을 뜬다. 읽어야 할 신문만 5개. “아는 만큼 보이기에” 부지런히 훑고 현관문을 나선다. 어둠은 아직 짙다. 회사에 도착하면 새벽 5시.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대본을 살피며 목소리를 점검한다. 오전 6시, 시그널이 나가고 드디어 입을 연다. “안녕하십니까, 한수진입니다.”
한수진(44·사진) 앵커는 한때 <에스비에스>(SBS) 저녁 뉴스 ‘안방마님’이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평일 저녁 8시면 카메라 앞에 앉았다. 남성 앵커들은 여럿이 바뀌었지만, 한 앵커는 중성적 목소리에 안정된 진행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부터 에스비에스 라디오의 아침을 책임지고 있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에스비에스 전망대>(러브FM 103.5㎒)를 진행한다. <에스비에스 전망대>는 1991년 에스비에스 창사 때 시작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원래 앵커들은 말을 짧게 하는 훈련을 해요. 뉴스 앵커 때는 함축적인 말을 잘하는 게 최고의 미덕인 줄 알았는데, 라디오 시사 프로는 설명적이고 해설성이 강해요. 방송에서 신문 구실을 한다고나 할까요. 두 시간 동안 말로 푸는데 어순 도치도 가끔 있고, 주어와 술어가 안 맞는 실수도 해서 방송이 끝나고 자아비판을 많이 해요. 스스로 편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려운 것 같아요. 상대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존경스럽다니까요.”
아침 방송이지만 준비는 전날 저녁부터 한다. 가대본이 저녁 7시쯤 도착하고 저녁 방송 뉴스도 꼼꼼히 봐야만 한다. 때문에 평일 저녁 약속은 꿈도 꿀 수 없다. 생활 리듬 자체가 ‘오전 6시’에 맞춰져 있다. 라디오여서 외모 걱정 없이 온전히 콘텐츠에만 신경쓸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거의 민낯으로 있기 때문에 패널들이 가끔 따가운 ‘눈 화살’을 날리기도 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머리에 핀도 꽂고 온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다. 방송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들 준혁(11)이와 늘 방송을 모니터링해주는 남편의 응원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출연했을 때다. 인터뷰 내내 거의 야단맞는 분위기여서 누리집에 동정 여론이 쏟아졌다. “끝나고 얼얼했던” 방송이지만, 마음 한켠에선 “공부 더 해야겠다”는 반성문도 썼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됐을 때는 한 할아버지와 전화 인터뷰를 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게 라디오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전화 인터뷰 때 정말 편하게 진짜 전화하는 것처럼 얘기해주시니까 딱딱한 뉴스 진행과는 많이 다르죠.”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주도하던 <시선집중>(문화방송)의 손석희 앵커가 종편으로 옮기면서 청취자들 귀를 사로잡기 위한 소리 없는 경쟁은 아주 치열해졌다. 게스트 섭외 경쟁도 덩달아 심해졌다. 진행자로서의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졌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청취자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긁더라도 잘 긁어줘야겠지요. 청취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하고 싶습니다.”
태양이 높이 솟은 낮 12시, 한 앵커는 집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도 어김없이 반성문을 썼고 숙제를 머릿속에 그렸다. 자기 평가에 있어서는 참 냉정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베테랑 앵커 한수진의 하루는 그렇게 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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