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굿닥터’ 배우 문채원(27). 사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굿닥터’ 배우 문채원
여배우에게 질투심 없는 편
남자배우들이 늘 자극제죠
장점? 도전 무서워 않는 것
바람? 좋은 느낌 주는 연기자
여배우에게 질투심 없는 편
남자배우들이 늘 자극제죠
장점? 도전 무서워 않는 것
바람? 좋은 느낌 주는 연기자
처음엔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다. 목소리가 너무 차분했다. 톤이 일정해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중저음에 담긴 주관이 뚜렷해 듣는 상대를 집중하게 만드는 끌림이 있었다. <굿닥터>(한국방송2)를 끝내고 인터뷰 자리에 앉은 연기자 문채원(27)이 그랬다. 체구는 작았지만 속은 꽉꽉 차 있었다.
문채원은 <굿닥터>에서 구김살 없고 활달한 차윤서 역을 소화했다. 차윤서는 <공주의 남자>(2011년) 속 이세령이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년) 속 서은기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구김살이 없었고 털털하고 밝았다. 문채원은 “의학 드라마를 한번 해보고는 싶었는데, <굿닥터>는 이미 성장해버린 의사 얘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또 기존 의학 드라마 캐릭터와 비교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였다. 인물 자체에 사람 냄새가 많이 나기를 바랐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가장 어려운 연기는 주원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었다.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멜로가 더 진행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멜로는 그동안 보고 들은 것, 경험한 것이 있어서 연기할 때 떠오르는 게 있었는데, 후배나 동생처럼 대하던 자폐 성향의 남자에게 고백하고 고백을 받는 것은 나와 주원씨가 처음 하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어려웠어요. 리허설을 많이 했고, 편하게 하려고 했는데도 촬영할 때 온 감각이 곤두섰죠.” 장면 하나도 허투루 표현하고 싶지 않은 문채원의 연기 욕심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송혜교는 가장 기대되는 20대 후배 연기자로 문채원을 꼽은 적이 있다. “그녀만의 색깔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이에 대해 문채원은 “남의 시선에 따라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이나 태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동료 여자 연기자들과의 경쟁 심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전에 미술 했을 때(추계예술대 서양화과 중퇴)도 그랬고, 질투나 경쟁심은 없는 편이에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에게서는 동질감을 느끼죠. (한)효주나 (문)근영이를 만나고 오면 들볶이고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해져요. 저에게 자극제가 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남자 배우들이에요. 여자이기 때문에 못 해본 캐릭터를 남자가 하고 있을 때 호흡이 가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나는?’ ‘나도 저런 역할 하고 싶은데’ ‘저런 에너지를 갖고 싶은데’ 하는 생각들을 하는 거죠.”
캐릭터에 대한 무한한 욕구는 영화를 보면서 채운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두 편, 많을 때는 6편까지도 본다. 주로 멜로와 스릴러를 보고, 로맨틱코미디는 즐겨 보지 않는다. 그래도 연기할 때만큼은 장르에 대한 고집이 없다. “내가 연기를 잘했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 시각이 변할 때 가장 뿌듯해요.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로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욕심이 있죠. 더 나아가서 내가 들려준 사랑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좋은 의사(굿 닥터)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굿닥터>는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이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답을 내놨다. 그렇다면 문채원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일까? “늘 좋은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정신적 갈증을 느끼고 불만족을 느낄 때가 많은데, <굿닥터>가 나에게 준 메시지는 ‘좋은 배우란 무엇인가’를 고민조차 안 하는 것보다 고민을 계속 이어가는 게 좋은 배우라는 것이죠.”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중간에 멈추지도 말고 끝까지 한곳으로만 가라.’ 문채원을 인터뷰한 커피숍 창문에 적힌 문구다. 문채원이 원하는 연기자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나의 장점은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거예요. 겁은 나지만 겁을 안 먹으려고 하고, 어떤 것에도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하고 싶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어제와는 다른 연기를 추구하고 전작과 차별화된 캐릭터를 고르는 문채원은 이미 좋은 배우일지 모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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