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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날씨여신’ 대신 ‘출근길’ 박은지 되고파요

등록 2013-12-10 20:48수정 2013-12-10 21:11

방송인 박은지(30)
방송인 박은지(30)
SBS 아침프로 파워FM DJ 두달
초보 진행에 가끔씩 진땀 빼지만
대중속 스며드는 라디오 매력 느껴
아침 7시. 어디선가 들은 듯하지만 조금은 낯선 목소리가 <에스비에스>(SBS) 파워에프엠(FM·107.7 ㎒)을 통해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파워에프엠 박은집니다.”

파워에프엠 오전 7~9시는 원래 이숙영이 책임졌지만, 10월 가을 개편 때 전격적으로 기상 캐스터 출신인 방송인 박은지(30)로 바뀌었다. 17년 만에 안주인이 바뀐 데 대해 제작진은 “젊은 채널인 만큼 활력도 필요해서”라는 이유를 댔었다. 박은지의 밝고 경쾌한 긍정의 목소리가 필요했다는 뜻일 게다.

익숙지 않은 라디오 부스와 연을 맺은 지 2개월 남짓. 10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은지는 “아직도 긴장 반, 설렘 반”이라고 했다. “이숙영 선배의 언어 구사력이 너무 좋아서 전에 방송을 들으면서 좋은 말은 메모하곤 했어요. 기상 캐스터 때 메모한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었고요. ‘햇살이 닿는 곳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날입니다’ 같은 말은 8년 전에 했던 것인데도 지금도 기억나요. 메모하고 인용하던 방송을 제가 하고 있다는 게 영광이고 아직도 믿기지가 않지요.”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로 꼭지는 몇 번 맡아봤지만, 메인 진행자는 2005년 기상 캐스터로 방송에 입문한 뒤 처음 맡는다. “라디오 진행자와 게스트가 한 치의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온 신경이 귀에만 집중돼 있어야 하죠. 목소리 톤도 달라야 하고, 같은 호흡, 같은 감정으로 계속 가야 한다는 게 어렵기도 해요.”

초보 안주인이다 보니 가끔 실수도 한다. 얼마 전에는 “여러분 저랑 함께하시면 덜 지루하실 거예요”라고 적힌 대본을 “여러분 저랑 함께하시면 더 지루하실 거예요”라고 읽었다. 자기 프로그램을 재미없다고 한 꼴이 됐다. 1부에서 광고 소개를 안해서 1·2부 몰아서 2부에 한 적도 있다. “오늘 방송에서 문자 실수에 대한 사연을 받았는데, 한 분이 ‘실수는 은지씨가 짱이죠’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웃었죠. 하하핫.”

문자 사연에 답을 할 때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자칫 오해가 있을 듯해서다. “사연을 받으면 그분들께 무슨 말을 해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그냥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을 바란다는 것을 이젠 느끼죠. 청취자 사연에 다른 청취자들이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나와 청취자만이 아니라 청취자들끼리도 소통하고 있구나 하는 것도 와닿아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큰 감동을 느낀 적도 있다.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7개월 된 민서가 있었거든요. 혈액이 필요하다고 잠깐 언급했는데 1주일 사이에 사서함에 헌혈증이 700개 가까이 온 거예요. 손글씨로 편지도 써 있었고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한 느낌을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더욱 진실되게 라디오 방송을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박은지는 ‘박은지가 필요해’ 꼭지를 통해 청취자들이 요청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1시간 동안 함께하기도 한다. 주유소와 우체국에서 일을 도왔고, 지하철 역사에서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수능 이틀 전에는 수험생 교실을 찾아가 피자를 돌리기도 했다. “교실에서 만난 수험생이 홍대입구역 역사에서 제 안내 목소리를 들었대요. 라디오는 서서히 대중 속으로 스며드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기상 캐스터를 그만둔 지 1년 10개월. 그동안 <출생의 비밀>과 <감자별> 등을 통해 연기도 했고, <더 지니어스>(티브이엔)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에서 개그에도 도전했고, 진행자로 나선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있다. 기상 캐스터 옷을 벗은 뒤 나만의 맞춤형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라디오 진행자도 어릴 적 막연하게 그리던 일들 중 하나였다. “전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낀 세대예요. 10대 시절 워크맨으로 라디오 들으면서 노래를 녹음하고 그랬죠.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전화를 걸어 연결됐는데도 너무 떨려서 그냥 끊어버린 적도 있어요. 어릴 적 라디오가 저에게 그랬듯이, 저도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들려주는 그런 디제이가 되고 싶어요.”

아침 방송을 위해 새벽 4시30분에 눈을 뜨는 박은지는 아직도 “매일 디제이 오디션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청취자들이 느끼는 낯섦을 빨리 지워내는 게 숙제다. “아침 출근길이 외롭지 않게 쫑알쫑알 떠들어주는 친구 같은, 혹은 누나나 언니, 동생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요. <문화방송> ‘9시 뉴스’ 일기예보 하면 ‘박은지’가 떠올랐듯이 ‘아침 7~9시 출근길에는 박은지가 있었지’ 하고 기억만 해준다면 성공한 디제이 아닐까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싸이더스에이치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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