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의 한 장면
퓨전·팩션 없는 ‘선 굵은 정통사극’
중년남성 호응 첫회 시청률 11.6%
조재현 등 베테랑들의 연기 한몫
요즘 시국과 겹쳐 반면교사도
‘용의 눈물’ 기시감 극복이 과제
중년남성 호응 첫회 시청률 11.6%
조재현 등 베테랑들의 연기 한몫
요즘 시국과 겹쳐 반면교사도
‘용의 눈물’ 기시감 극복이 과제
1회(4일) 시청률 11.6%, 2회(5일) 10.7%(닐슨코리아). 일단 출발이 나쁘지 않다. <기황후> 등 가벼운 퓨전·팩션 사극의 유행 속에 등장한 <정도전>(한국방송1)은 무게감 있는 대하사극을 기다리던 중년 남성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조재현(정도전·사진)·유동근(이성계)·박영규(이인임) 등 베테랑들의 선 굵은 연기와 고증을 통해 재현한 고려시대 복식과 소품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도전>의 성공을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 제2의 <용의 눈물>? <정도전>의 시대 배경은 인기 몰이를 한 <용의 눈물>(1996~98년)과 거의 같다. 정도전·이성계·이방원·최영 등 등장인물도 겹친다. 하지만 <용의 눈물>이 조선 건국 전후의 상황을 이성계와 그의 아들들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면, <정도전>은 고려 공민왕이 시해되기 직전인 1374년부터 정도전이 살해당하는 1398년(조선 태조 7년)까지 24년간의 이야기를 정도전의 시각에서 다룬다.
왕이 아닌 신하의 시각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일정 부분 이야기의 중복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공교롭게도 <용의 눈물>에서 각각 이방원과 충녕대군으로 분한 유동근과 안재모가 <정도전>에서는 이성계와 이방원을 연기한다. <정도전>은 결국 <용의 눈물>을 지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 정도전이 현재로 소환된 이유 정도전은 <용의 눈물>을 비롯해 <뿌리 깊은 나무>(2011년)에서도 언급된 인물이다. 성리학에 기반한 정치가로서 ‘칼’이 아닌 ‘말’로 조선 건국의 디딤돌을 놨고, 과전법(토지 재분배)과 진법(군 통합) 등을 만들었다. 강병택 피디는 “정도전은 역사적으로 조선을 설계한 사람 혹은 반역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실천하는 지성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이는 난세라면 난세라 할 수 있는 2014년에도 필요한 화두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드라마 누리집의 ‘제작 노트’ 맨 위를 장식한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은 복종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조선경국전>)는 정도전의 말은 극의 향후 전개를 짐작하게 한다.
사극 집필이 처음인 정현민 작가는 “정도전은 역적으로 몰려 죽었으나 민초들이 핍박받던 시대에 새로운 사고를 한 정치가이자 무혈혁명을 이뤄낸 정치가였다. 정도전·이인임·정몽주·최영 등 난세를 헤쳐가고자 했던 대정치가들의 고뇌를 그림으로써 결국 꿈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 정쟁 사극, 흥행할까 1·2부에는 대하사극이면 으레 볼 수 있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없었다. ‘정쟁 사극’의 특성상 다소 지루한 면도 있을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극은 역사적 서술뿐 아니라 극적 재미도 있어야 하는데 1부는 정쟁에만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정도전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드러나야 했는데, 설득력이 조금 부족했다”고 평했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충남대 교수)는 나아가 “<정도전>이 정통 사극을 표방하지만, 개헌론이 불거지는 현시점에서는 다분히 위험 소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한다. 강병택 피디는 “‘혁명’이라는 부분에서 여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 있고, 또 그런 와중에 드라마가 잘못 이용당할 수도 있어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대한 충실하게 주제 의식에 맞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정현민 작가는 “정치권에서 본다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캐릭터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