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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주말극까지 파고든 사투리 ‘정 가고 재밌데이’

등록 2014-02-25 19:12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
‘응사 ’ 이후 복고 열풍 이어지며
드라마·영화·광고서 사투리 애용
‘참 좋은 시절’ 대사들은 대부분
“친밀감 더 와 닿아” “개성있어”
불편함보다 다양성 존중 분위기
사투리가 지상파 주말극까지 평정했다.

<응답하라 1997>(티브이엔)부터 꿈틀댄 사투리는 <응답하라 1994>에서 만개했고,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사진)에서도 표준어를 밀어냈다. 대하사극 <정도전>(한국방송1)에서도 이성계(유동근)가 함경도 사투리를 쓴다. 영화까지 영역을 넓히면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수상한 그녀>나 이종석이 주연한 <피 끓는 청춘>에서 사투리가 쓰이고, 광고에서도 심심찮게 사투리가 등장한다. 조폭 영화 장르나 드라마 감초 역할이 주로 쓰던 사투리가 최근에는 가족극을 넘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22일 처음 시작된 <참 좋은 시절>은 경주가 배경인데 김희선과 옥택연 등 배우들 대부분이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이서진만 15년간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설정을 하고 표준어를 쓸 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2010), <드림하이>(2011), <해운대 연인들>(2012)에서 종종 사투리가 등장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주말극의 주 언어로 사투리가 쓰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지나친 지방색은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조심하자는 얘기는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필요에 의해 쓰게 됐다”고 했다. <상두야 학교 가자>와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쓴 이경희 작가는 경남 진주 출신이다.

평론가들은 문화 전반의 복고 열풍으로 표준어의 절대적 ‘패권’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응사>와 <응칠>, 영화 <피 끓는 청춘> 속 사투리는 복고라는 콘셉트하고 잘 맞아떨어진 면이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고 소통이 차단되다 보니 사투리가 가진 친밀감이 사람들에게 더 와 닿는 것 같다”고 했다. 말보다는 디지털 문자로 소통하는 요즘 시대에 말 속에 담긴 따뜻한 정이 메말라가는 정서를 깨웠다는 분석이다. <참 좋은 시절>에서도 사투리는 단절된 가족 간의 관계를 잇는 장치로 쓰인다.

문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투리는 정보적 차원에서 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중심과 변방이 무너지면서 다양한 변방들이 섞여 뭐가 중심인지 알 수 없는 다양성과 개성이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충남대 교수)도 “다양한 언어의 묘미가 분명 있는데 이전에는 표준어라는 단일성에 휘둘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 사투리에 대한 부당한 편견이 있었는데, 최근 드라마에서는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 좋은 시절>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집계)를 넘어섰다. 2부(30.3%)만 보면 전체 드라마 중 1위다. 일부 연기자들의 어색한 사투리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몰입도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한 평론가는 “사투리에 대한 수용이 예전보다는 꽤 관대해지고 있다. 사투리가 사라져가는 현대사회의 정을 표현해낼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등에서 사용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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