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수씨(2013년 11월3일 <강연 100도씨>)
평범한 이웃의 강연 ‘강연 100도씨’
왜소증 기부천사·사돈 간병 어르신…
힘든 순간 이겨낸 사연 풀어내
“강사의 첫 조건은 진정성
1년 기다려 출연허락 받기도”
왜소증 기부천사·사돈 간병 어르신…
힘든 순간 이겨낸 사연 풀어내
“강사의 첫 조건은 진정성
1년 기다려 출연허락 받기도”
“누구의 인생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방송2> 강연 프로그램 <강연 100도씨>(일 저녁 8시)를 만들고 있는 안진 피디는 1일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이 등장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명사나 성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여느 강연 프로그램과 다르다. 강연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시청률이 7~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안진 피디는 “특별하지 않지만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긍정적으로 사는 그들의 삶이 오히려 우리의 인생과 맞물리는 게 많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조언이나, 전문 강연자들의 자기계발 이론 못지않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의 투박한 인생도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 프로그램은 삶의 한순간에 초점을 맞추는 강연 방식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이 프로그램의 힘은 강연자들한테서 나온다.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270여명이 출연했다. 왜소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가족에게도 외면받았지만 폐종이컵 90만개를 주워 마련한 돈을 기부한 이금자씨(1월12일 방송), 10년째 병든 사돈을 간호하며 함께 사는 82살 이인순씨(3월23일 방송),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일반 공립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유창수씨(2013년 11월3일·사진) 등 모두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웃으며 사는 이들이다.
이들 ‘강연진’은 제작진이 직접 발로 뛰어 찾은 보석들이다. 안진 피디는 “강연자의 첫 번째 조건은 진정성”이라고 했다. 첫 방송부터 프로그램 누리집에 올라온 사연만 4000여개. 작가 8명, 피디 4명의 제작진이 매달 발로 뛰어 300여개의 사연을 추가로 가져온다. 미디어에 이미 소개됐거나, 인생을 바꾼 힘이 종교라고 하는 등 설득력이 충분치 않다면 뺀다. 보통 300명 가운데 1차로 20명 정도 추린다고 했다. 전화 인터뷰 뒤 실제로 만나는 이는 2~3명에 불과하다. 만나봐 언행에 믿음이 가지 않아도 뺀다. 어렵게 찾아냈는데 출연을 거절하면 기다린다. 1년을 기다린 출연자도 있다. 억지로 설득하면 강연자가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식으로 강연진을 축적한다. 안진 피디는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가도 마음의 부담 탓에 녹화 전날 취소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구성을 잡아주지만 살은 붙이지 않는다고 했다.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울림이 있다. 2012년 6월1일 방송된 최성봉씨의 사연에, 한 시청자는 최씨의 에스엔에스(SNS)에 ‘당신을 보고 자살할 마음을 돌이켰다’고 적었다. 고아로 자라며 삶의 의욕이 없던 최씨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노래로 삶의 희망을 얻었다. 안진 피디는 “누군가의 인생이 또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한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