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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시청자 탐정’의 ‘샛별 살인범’ 찾기…작가도 조마조마

등록 2014-04-09 20:03수정 2014-04-09 23:01

‘신의 선물’ 한 장면.
‘신의 선물’ 한 장면.
‘신의 선물’ 매회 끝날 때마다
게시판에 예리한 추리글 빼곡
몰입도 높은 탓 추리극 증가 추세
담당PD “연기자도 범인 몰라”
“범인은 추 회장(신구) 같아요. 문신한 남자는 추 회장이 고용한 행동대장이고.”(시청자 이민정) “그런데 추 회장은 병으로 사망하잖아요. 타살이려나?”(″ 이정혜) “많은 분이 예측하는 대통령 아들은 아닐 거예요. 오히려 바보 영규(바로)가 아닐까요.”(˝ 신한수) “저도 영규가 의심되지만, 바보인 척하는 건 힘들 거예요.”(˝ 이민정)

추리물 <신의 선물-14일>(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은 매회 방영이 끝나면 이처럼 시청자 게시판 등에 범인을 추리하는 글이 꼬리를 문다. 시청자들이 극 중 김수현(이보영)의 딸 샛별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 셈이다. 시청자들은 서로의 추리에 무릎을 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용의자를 좁혀나간다. 간혹 “드라마 추리의 일인자”라고 자임하는 시청자들도 있는데, 꽤나 설득력 있는 추리를 내놓는다.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적도 있다. 극 초반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이 의심을 받았던 문구점 주인과 장애인학교 교사는 샛별을 죽인 범인은 아니었지만, 사이코패스와 부녀자 연쇄살인범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12회가 끝난 뒤에는 추병우 회장이 새롭게 용의선상에 올랐다. 범인과 싸웠던 영규는 “너무 아닌 것처럼 나와서” 새롭게 용의자 선상에 올랐고, 극 중에서 계란을 던진 부부도 “없어도 될 장면이었는데”라며 의심받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장면과 내뱉은 대사를 곱씹어봐야 한다”며 시청자들끼리 서로의 추리를 돕는다.

드라마 밖 시청자들이 벌이는 두뇌 싸움이 티브이 추리물을 보는 새로운 재미로 자리잡고 있다. 중간에 보면 몰입할 수 없다는 장르적 특성 탓에 시청률은 8.9%(8일, 12회 기준)에 머물고 있지만, ‘참여하는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은 명탐정 코난이 된다.

이런 재미가 자리잡아서인지 최근 티브이 추리물도 늘었다. 초반 대통령을 죽인 범인을 찾다가 이제는 거대 집단과 대통령의 싸움으로 확장된 <쓰리데이즈>(에스비에스)가 방영 중이고, 11일 시작하는 <갑동이>(티브이엔 금·토 저녁 8시40분·사진)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배경이다. 28일 종영한 <태양은 가득히>(한국방송2)는 살인자 혐의를 덮어씌운 범인을 찾아 나섰다. 실제 미제사건을 다루는 <갑동이>는 범인을 찾는 시청자의 추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음미 작가는 “공소시효에 대한 담론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간 토론을 기대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스비에스·2013년)나 <적도의 남자>(한국방송2·2012년) 등 예전 스릴러 드라마는 범인이 이미 밝혀진 뒤 주인공과 범인의 쫓고 쫓기는 긴장감에서 재미를 찾았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는 범인을 꼭꼭 숨겨둔다. <신의 선물> 이동훈 피디는 제작발표회에서 “연기자들에게도 대본을 미리 주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가 용의자 선상에 있다”고 했다.

시청자와 제작진 사이에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제작진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미국 드라마의 추리물 등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추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냥 스쳐 지나간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 예리하게 집어낸다. 그럴수록 제작진은 탐정이 된 시청자의 허를 찔러야 한다. 에스비에스 홍보팀 <신의 선물> 담당자는 “제작진도 누리꾼들이 올려놓은 추리를 보면 그럴싸하다고 놀라워한다”고 전했다. 강희준 <갑동이> 제작 피디는 “시청자의 추리력 때문에 범인이 바뀌진 않겠지만 복선 등 여러 장치를 세밀하게 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란 <신의 선물> 작가는 “(누리꾼들의 의견을 보고) 대본을 수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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