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대성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앞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개콘 ‘취해서 온 그대’ 김대성
“저, 여기 있어요.”
손을 들지 않았다면 지나칠 뻔했다. 파란색 코트에 초록색 바지로 멋을 낸 모습이 낯설다. “여장을 안 하면 잘 못 알아봐요. ‘어~ 누구더라’ 하는 분들이 많아요.”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개그맨 김대성(31)에게 여장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었다. 김대성은 지난해 6월 끝난 <개그 콘서트>의 ‘정여사’와 올해 1월 막을 내린 ‘전설의 레전드’에서 여장을 하고 나왔다. 데뷔 5~6년 만에 얻은 인기였다. ‘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전설의 레전드), ‘바꾸러 왔어요~’(정여사)라는 유행어까지 만들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여장 개그맨들의 숙명처럼 화장을 지우니 그도 사라졌다. 그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와도 여장을 하고 오라고 하더라”면서 씁쓸한 듯 웃었다.
지난달 새로 시작한 ‘취해서 온 그대’는 그가 ‘맨얼굴’을 내걸고 인정받은 꼭지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그는 가진 것 없지만 있는 척하는 ‘허세’ 손님으로 출연해 웃음과 함께 곤궁한 현대인들의 현실을 풍자한다. 주머니 사정이 안 되는데도 기죽지 않으려고 비싼 술값과 안줏값을 물어보다 결국 가장 싼 맥주를 선택한다. 재미있으면서도 지갑이 얇은 우리네 애처로운 모습을 닮았다.
여장 벗고 맨얼굴로도 웃음폭탄
표정·말투·손동작까지…
‘있는 척’ 허세남 세밀하게 풍자 ‘고뤠’ ‘느낌 아니까’ 유행어 만든
개그콘서트 내 아이디어 뱅크
“소설책 많이 읽고 이야기 떠올려” 김대성은 “여자에게 한 잔 사고 싶고, 바에서 비싼 양주 시켜 분위기도 잡아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나. 자존심을 세우면서 최대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공감과 함께 재미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척하는 걸 옆에선 다 아는데 혼자서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 자체를 시청자들이 귀엽게 봐주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대성은 정치나 사회 현상 등 선이 굵은 풍자보다 소소한 일상을 파고드는 쪽이 강하다.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사는 고단함을 잘 드러낸다. ‘정여사’는 억지를 부리는 손님을 꼬집었다. 2008년 <한국방송> 23기 개그맨 공개시험 때도 판매 사기꾼을 연기했다고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과장하지 않고 작은 행동들로 무릎을 치게 하는 관찰력이 좋다. ‘취해서 온 그대’에서도 표정, 손동작, 말투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뜻밖에 소설책을 보며 이야기를 떠올린다고 했다. “소설책을 많이 읽어요. 베스트셀러는 다 읽고. 다양한 삶이 녹아 있잖아요. 상상, 공상도 많이 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머릿속에 늘 이야기가 가득 차 있어요.” 김준현을 스타로 만든 유행어 ‘고뤠~’와 김지민을 주목받게 한 ‘느낌 아니까~’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등 <개그콘서트>의 아이디어 뱅크다. “내가 했으면 인기를 못 얻었을 거예요. 난 잘하는 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동료들이 잘되는 게 배아플 때도 있었지만, 부러워해봐야 소용없더라고요. 그냥 내가 해야 하는 게 뭘까, 내 생각만 했어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소소한 일상 풍자로 김대성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원래 꿈은 영화배우였단다. “허세 아니에요. 진짜예요.” 2006년 대학 동기 안영미의 권유로 아마추어 개그맨들의 무대 <개그사냥>(한국방송)에 출연한 뒤 2007년 <문화방송> 개그 공채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었다. 2008년 <한국방송> 공채에도 단번에 붙는 등 개그맨으로서 재주는 타고났다. “장손이라 배우 되는 걸 결사반대하고, 개그맨이 되고도 여장을 하고 나오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던” 부모님도 이제는 ‘우리 아들’ 하며 기뻐하는 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한방에 주목받진 못했지만, 서서히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대성. 남들은 만류하지만 아직 배우의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왜 웃어요? 진짜 허세 아니라니까요. 하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표정·말투·손동작까지…
‘있는 척’ 허세남 세밀하게 풍자 ‘고뤠’ ‘느낌 아니까’ 유행어 만든
개그콘서트 내 아이디어 뱅크
“소설책 많이 읽고 이야기 떠올려” 김대성은 “여자에게 한 잔 사고 싶고, 바에서 비싼 양주 시켜 분위기도 잡아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나. 자존심을 세우면서 최대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공감과 함께 재미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척하는 걸 옆에선 다 아는데 혼자서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 자체를 시청자들이 귀엽게 봐주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대성은 정치나 사회 현상 등 선이 굵은 풍자보다 소소한 일상을 파고드는 쪽이 강하다.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사는 고단함을 잘 드러낸다. ‘정여사’는 억지를 부리는 손님을 꼬집었다. 2008년 <한국방송> 23기 개그맨 공개시험 때도 판매 사기꾼을 연기했다고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과장하지 않고 작은 행동들로 무릎을 치게 하는 관찰력이 좋다. ‘취해서 온 그대’에서도 표정, 손동작, 말투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뜻밖에 소설책을 보며 이야기를 떠올린다고 했다. “소설책을 많이 읽어요. 베스트셀러는 다 읽고. 다양한 삶이 녹아 있잖아요. 상상, 공상도 많이 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머릿속에 늘 이야기가 가득 차 있어요.” 김준현을 스타로 만든 유행어 ‘고뤠~’와 김지민을 주목받게 한 ‘느낌 아니까~’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등 <개그콘서트>의 아이디어 뱅크다. “내가 했으면 인기를 못 얻었을 거예요. 난 잘하는 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동료들이 잘되는 게 배아플 때도 있었지만, 부러워해봐야 소용없더라고요. 그냥 내가 해야 하는 게 뭘까, 내 생각만 했어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소소한 일상 풍자로 김대성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원래 꿈은 영화배우였단다. “허세 아니에요. 진짜예요.” 2006년 대학 동기 안영미의 권유로 아마추어 개그맨들의 무대 <개그사냥>(한국방송)에 출연한 뒤 2007년 <문화방송> 개그 공채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었다. 2008년 <한국방송> 공채에도 단번에 붙는 등 개그맨으로서 재주는 타고났다. “장손이라 배우 되는 걸 결사반대하고, 개그맨이 되고도 여장을 하고 나오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던” 부모님도 이제는 ‘우리 아들’ 하며 기뻐하는 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한방에 주목받진 못했지만, 서서히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대성. 남들은 만류하지만 아직 배우의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왜 웃어요? 진짜 허세 아니라니까요. 하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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