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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예능 침묵 깬 선거패러디…무한도전 ‘신의 한수’

등록 2014-05-29 19:03

TV프로그램 '무한도전'
TV프로그램 '무한도전'
황진미의 TV 톡톡
세월호 참사 직후 모든 예능프로그램이 결방됐다. 온 나라가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서 웃고 떠드는 방송을 보는 게 맞지 않다는 공감이 있었기에, 결방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얼마 동안의 결방이 사회적 애도를 표하기에 적당한 기간일까.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경우 5주간 결방했는데, 이러한 장기 결방은 신인 개그맨이나 막내작가 등 약자들에게 애도의 짐을 떠넘기는 위선이 아닐까. 참사 직후 결방은 간단한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분위기를 누가 언제 어떻게 깰 것인지는 간단치 않다. 그 총대를 <무한도전>(문화방송·사진)이 멨다.

<무한도전>은 2주간 결방 후, 먼저 애도를 표하는 출연자들의 진중한 인사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향후 10년간 프로그램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다며 ‘선택 2014’를 내보냈다. 선거 패러디는 과연 ‘신의 한수’였다. 첫째, 선거참여를 높이는 공익적 소재다. 참사 충격으로 자칫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위험이 있는 6·4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로 인해, 결방을 깨고 나온 예능프로그램임에도 용납되는 명분을 지닌다. 둘째, 정치풍자의 좋은 소재다. 정권의 방송장악 탓인지 지상파 정치풍자 코미디는 실종됐지만, 정치풍자는 코미디의 백미다.

3주간의 ‘선택 2014’는 <무한도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첫째, 장난처럼 시작되어 점점 판이 커진다. 1주차엔 고작 출연자들끼리 공약을 발표하며 시시덕대더니, 2주차엔 운동원까지 동원한 그럴듯한 유세를 펼치고 선거홍보물을 찍는다. <밀회>(제이티비시)를 패러디한 김영철의 유재석 홍보영상은 미칠 듯한 웃음을 안긴다. 3주차엔 무려 <100분토론>(문화방송)을 찍는다. 정관용 사회자의 얼떨떨한 표정은 <무한도전>의 황당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둘째, 출연자들의 모자람을 통해 자연스레 공익캠페인을 수행한다. 제작진은 보물찾기라고 출연자들을 속여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어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일요일 일요일 밤에-양심 냉장고>(문화방송) 등에서 출연자들이 국민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포상하면서 시청자들을 계도하던 방식과 다르다. <무한도전>의 시선은 결코 시청자들 위에 있지 않다.

유세기간 동안 출연자들은 온갖 ‘병맛’을 보여준다. 속옷 차림으로 “딴 주머니를 차지 않는 후보”임을 자처하는 정형돈이나, “길바닥 캐스팅” 출신임을 강조하며 “시청자가 부모다”라는 원색적인 구호에 출연자들의 사생활 공개를 공약으로 내건 노홍철은 노출증 수준의 포퓰리즘을 보여준다. 재래시장을 돌며 ‘먹방’을 찍는 정준하나, 무턱대고 김보성의 의리 이미지에 편승한 하하, 티브이토론에서 폭로전을 펴는 유재석도 밉상이긴 마찬가지다.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 박명수는 또 어떤가. 그는 “난 안 되지만, 상대 후보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적도 동지도 없는 철새 짓을 하다 마지막엔 ‘삐짐’으로 지지 철회를 선언한다. 선거 당일 선거운동을 하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행보는 <무한도전>이 여야를 막론하고, 그동안 선거판에서 행해졌던 온갖 작태를 패러디함으로써 선거라는 ‘웃기는 짓거리’를 통째로 비웃어주겠다는 의도를 지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웃기는 짓을 비웃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선거를 방불케 하는 과정과 규모와 열기 속에서 46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31일 당선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과연 유재석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노홍철이나 정형돈의 선거혁명이 일어날 것인가. 그 결과 프로그램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선거, 웃기는 짓이지만 웃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현실을 바꾸는 힘이므로!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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