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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집 나간 ‘정치 풍자 개그’가 돌아왔다

등록 2014-07-01 19:06수정 2014-07-02 11:13

정치 풍자 코미디가 돌아오고 있다. 에스비에스 의 ‘엘티이 뉴스’(위 사진)는 정치·사회 전반의 뉴스를 비틀어 현실을 풍자했다. 각 사 제공
정치 풍자 코미디가 돌아오고 있다. 에스비에스 의 ‘엘티이 뉴스’(위 사진)는 정치·사회 전반의 뉴스를 비틀어 현실을 풍자했다. 각 사 제공
정치인 고소·제재 뒤 사라졌다
‘웃찾사’의 ‘LTE 뉴스’로 물꼬
개콘 ‘닭치고’ 날선 풍자도 ‘속시원’
정치 풍자는 코미디의 본령이다. 답답해 속 터지는 세상, 코미디언들의 번득이는 풍자는 고소하고 속이 시원하다. 우리나라 정치 풍자 개그의 시작으로 꼽히는 1983년 <유머 1번지>(한국방송2)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대표적이다. 방송작가협회의 한 편집위원은 2005년 웹진에 쓴 ‘대한민국 코미디의 새 지평을 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6년 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분출되던 사회 분위기를 절묘하게 반영하면서, ‘회장님’ 출연진들의 행태는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줬다”고 했다.

이후 계속된 정치 풍자는 시대에 따라 운명을 달리했다. 서민들의 속마음을 대변했지만, 막상 공격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불편함을 숨기지 못했다. 2012년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사마귀 유치원’은 정치권의 공천 관행에 대한 풍자로 강용석 전 의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지난해 같은 <개그콘서트> 꼭지 ‘용감한 녀석들’은 대사 “(공약을) 지키길 바래”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대통령 당선자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약속이나 한 듯 정치 풍자는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라졌다. “풍자가 사라진 요즘 개그는 개그가 아니다”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랬던 정치 풍자 개그가 돌아왔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이하 웃찾사)의 ‘엘티이(LTE) 뉴스’와 ‘응답하라 1594’가 앞장선다. 한동안 정치 풍자에 눈감았던 <개그콘서트>도 5월25일 ‘존경합니다’를 시작한 데 이어, 6월15일 ‘우리 동네 청문회’, 6월29일 ‘닭치고’를 차례로 선보였다. 잠깐 반짝이는 불꽃에 그칠지, 대박을 터트릴지 주목된다.

<웃찾사>는 정치 풍자 개그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뉴스를 빠르게 전하는 ‘엘티이(LTE) 뉴스’는 정치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영리하게 녹여낸다. 세월호 참사로 뒤숭숭했던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라는 얘기로 귀를 쫑긋하게 한 뒤 다른 이가 “민감해”라고 되받아치며 시청자들이 다음 말을 알아서 떠올리게 한다. 6월27일 방송에서는 앵커들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씨는 (표절이요!)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씨는 (망언이요!) 이러한 문제들로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이라며 주거니 받거니 대화 속에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러고는 곧바로 “조카 은지원씨한테 용돈을 줄까요?”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웃음을 줬다. 최근 종영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현재를 투영한 ‘응답하라 1594’는 간신과 충신을 구분했다. 주문할 음식 종류를 통일시켰다고 통일부 장관을 시키는 등 졸속 인사시스템도 비판했다.

시대는 바뀌었어도 국회의원 비판은 단골 메뉴다. ‘존경합니다’에서 대선주자 김준현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갖가지 대책을 모색하지만 보좌관조차 그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우리 동네 청문회’는 고깃집 사장 등 동네 사람들이 모여 청문회를 열면서 현 인사청문회를 비판한다.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하는데 30분간 물고 있어도 안 녹는다”며 억지 주장으로 검증 대상자를 비난하는 식이다. 사안과 관련없는 자료를 들이밀며 당신이 틀렸다고 몰아붙인다.

1회 방송이 나간 ‘닭치고’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지만, 시청자들은 그 속에서 현 정부를 떠올린다. 건망증 심한 닭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배경으로 각 인물들은 30초마다 기억을 잃어버린다. ‘지난일은 잊자’는 급훈은 세월호 참사 등 각종 대형 사건을 금방 잊어버리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반응이다. 양호교사인 ‘후다닭’이 엉뚱한 학생에게 주사를 놓고, 아픈 학생에게 서둘러 약을 먹이고 사라지는 모습을 두고 졸속행정을 떠올리게 된다. ‘불닭’에서 다른 학생으로 반장이 바뀌다가 다시 불닭이 반장이 되는 모습은 ‘돌려막기 인사’를 연상시킨다.

1990년대까지는 전체 개그 프로그램의 30%가 정치 풍자였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취를 감췄던 날선 비판이 다시 이어지며 시청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이창태 <웃찾사> 피디는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풍자를 통한 웃음으로 압력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제작진도 자기검열 등으로 위축되지 말고 이런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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