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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00회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일들도!

등록 2014-07-29 19:35수정 2014-07-29 20:42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800회를 맞았다. 임성훈·박소현은 16년 동안 진행했고(왼쪽 위), 그동안 긴 머리카락 소녀(오른쪽 위)와 굴뚝 위로 자란 오동나무, 이른바 ‘선풍기 아줌마’ 등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에스비에스 제공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800회를 맞았다. 임성훈·박소현은 16년 동안 진행했고(왼쪽 위), 그동안 긴 머리카락 소녀(오른쪽 위)와 굴뚝 위로 자란 오동나무, 이른바 ‘선풍기 아줌마’ 등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에스비에스 제공
1998년 첫 방송…16년 인기몰이
달리는 기봉씨·선풍기 아줌마…
2507명 사연에 시청자 울고 웃어
매주 제보만 100건…검증이 관건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우리 영화 <꽃잎>이 방콕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1998년. 티브이에서도 눈이 커지는 신기한 일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일이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하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스비에스 목 밤 8시55분)가 1998년 5월21일 정규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시간대는 변경됐지만, 줄곧 목요일 저녁을 책임지며 지난 24일 800회를 돌파했다. 2000년대 이후 시청률이 꾸준히 10%(위키백과 자료)를 넘어섰다. 유행 따라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틈에서도 일반인들의 사연이 사랑받은 비결은 뭘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16년 세월에도 ‘세상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

■ 인구 2만명에 1명 지금껏 2507명이 출연했다. 제작진은 “인구 2만명에 한 명꼴로 출연한 셈”이라고 한다. 가장 어린 8개월 갓난아이부터, 113살 최고령 할머니까지 우리 이웃의 특별한 사연이 소개됐다. 때론 가슴절절한 사연부터 박장대소하는 사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되면서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사연마다 반향도 컸다. 2002년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려고 달리는 지적 장애를 가진 ‘기봉씨’의 사연은 2006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6년 성형에 중독되어 얼굴이 커졌던 ‘선풍기 아주머니’는 단발성 방송에 그치지 않고 사후 관리까지 하면서 새 삶을 살게 도왔다. 1999년 복날 즈음에 올가미에 목이 큰 상처를 입은 누렁이를 제작진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구한 장면도 감동이 컸다. 허강일 피디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게 사는 사연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 제보 묶음만 300여권 지금껏 모아놓은 제보 묶음만 300권이 넘는다. 매주 걸려오는 제보 전화는 지금도 100여건에 이른다. 그중에서 실제 방송 가능한 건 한두 개 정도라고 한다. 허 피디는 “단순히 특이한 데 그치지 않고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옥석을 가려내는 제작진의 검증 작업은 눈물겹다. 제보를 받고 찾아갔지만 사기꾼으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진정성은 기본이다. 연애할 때처럼 ‘밀당 작전’도 필요하다. 최성 피디는 “하루에 세 번씩 여러 날을 찾아가 인사만 드리고 와야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안 가면 왜 안 오나 궁금해하면서 먼저 말을 건다”고 귀띔한다. 실패할 때도 많다. “외딴섬에 혼자 사는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불고기도 사가고, 염소 좀 잡아달래서 종일 뛰어다녔는데 결국 거절하셨다”며 웃었다.

출연을 거절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가족이란다. 허 피디는 “아들이 오해받는다고 하면 더 부탁 못하겠더라”고 했다. 사연 찾아 삼만리를 하다 보니 특이한 이들만 보면 따라가는 직업병도 생겼다. 최 피디는 “서울역을 지나가다 소주 사들고 노숙자 무리에 끼어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한다”고 했다.

■ 16년 ‘특급 짝꿍’ 진행자인 임성훈(사진 왼쪽)과 박소현(오른쪽)은 벌써 16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송해가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은 그 이전에 5명의 진행자가 거쳐갔다. 16년을 중간에 쉬지도 않고 진행했다는 점은 방송가에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임성훈은 “같은 진행자가 한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오래 진행한 기록을 새로 세우고 싶다”고 했다. 800회를 맞기까지 포기한 것도 많다. 박소현은 “둘 다 16년간 휴가를 잊고 살았다”고 했다. 임성훈은 “만나는 이들마다 출연자 얘기를 묻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 (16년 동안) 한 차례도 매너리즘(타성)에 빠질 수 없었다”고 했다. 박소현은 “주인공들의 삶을 보며 나도 함께 성장해 왔다”고 했다.

■ 모자이크 없이 16년 800회를 거점으로 제작진은 또 다른 숙제를 푸는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등 일반인의 사연을 전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주인공을 찾는 과정이 더 힘들어졌다. 한때 돌파구로 외국편을 방영했지만 문화가 달라 공감도가 떨어졌다. 허 피디는 “10년 전엔 얘기가 안 된다고 분류했던 제보를 다시 보는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모자이크가 없다는 게 강점이자 약점이다. 허 피디는 “모자이크를 하면 할 수 있는 아이템은 많지만 그만큼 진정성이 사라진다. 아무리 제작 환경이 힘들어져도 진정성과 공감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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