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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아빠 팔짱 꼈는데도 이상한 오해…
그래도 주인공 기회준 고마운 작품”

등록 2014-07-30 18:50수정 2014-07-30 21:48

<사랑과 전쟁>의 대표 배우 민지영(왼쪽부터), 최영완, 강민정이 2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랑과 전쟁>의 대표 배우 민지영(왼쪽부터), 최영완, 강민정이 2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랑과 전쟁’ 민지영·최영완·강민정 인터뷰

15년 만에 막 내리는 장수 드라마
끼 넘치는 세 배우, 몰입도 높여
“지나가는 아주머니들한테
이유없이 욕도 많이 먹었죠”
“퐁퐁 없어요?”

최영완(34)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첫 인사를 나눈 뒤 불쑥 이런 말을 던졌다. “오면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하필 흰옷에 흘렸다”면서 성큼성큼 화장실로 향하더니, 쓱쓱 옷을 빨았다. 깔끔함과 털털함 사이 어딘가, 그의 성격이 보인다. 곧이어 도착한 민지영(35)의 첫마디도 그렇다. “동사무소 몇시까지 해요? 나 인감 떼야 하는데….” 엉뚱한 언니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막내 강민정(30)까지. 8월1일 종영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한국방송2·이하 <사랑과 전쟁>)이 낳은 스타들과의 인터뷰는 유쾌한 돌발의 연속이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1999년 시작된 <사랑과 전쟁>은 초반 출연자들의 연기력 문제로 ‘어설픈’ 재연 드라마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세 배우의 투입으로 연기력 문제가 해결되면서 주부층 등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고, 이윽고 <한국방송>을 대표하는 장수 드라마가 됐다. 불륜과 고부갈등 등 자극적인 소재 탓에 ‘불륜 드라마’라는 악평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엔 미혼모와 입양 문제 등으로 소재의 폭을 넓히면서 호평을 끌어냈다. 시청률도 1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최영완은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전쟁하면서 세상을 살잖아요. 현실적인 내용들이 다뤄지니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지영은 2005년 20대 중반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 드라마로 청춘을 보냈고, 최영완은 2007년, 강민정은 2011년에 시작했다. <사랑과 전쟁>은 매주 비슷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 같지만 조금씩 차이를 둬야 해 연기가 만만찮다. 조금만 어색해도 아마추어 연기자의 재연 드라마 느낌이 풍긴다. 그만큼 배우의 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강민정은 “대본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연기 선생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등 끊임없이 공부했다”고 한다. 민지영도 시즌 초반 출연자들 가운데 다른 나이 어린 배우가 없어 불륜녀 역을 도맡았지만, 최근엔 입양 부모의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는 등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민지영은 “주변 20대 아가씨들이 ‘시집가면 이렇게 해야겠다’고 많이 얘기할 때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과 전쟁> 출연은 배우한테 양날의 칼이었다. 민지영은 2000년 <에스비에스> 공채 9기로 탤런트가 됐고, 최영완은 1995년 <한국방송>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해 <학교> 같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기대주로 꼽혔다. 강민정은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위험한 여자>(문화방송)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아갔다. 감정 폭이 넓고 눈빛이 그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랑과 전쟁> 속 이미지가 너무 강해 어느새 이 드라마 전문 배우처럼 돼버렸다.

“불륜녀 역을 안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만 보면 불륜, 불륜 하세요.”(민지영) “갈등을 부각해야 하다 보니 일반 드라마보다 더 강하게 연기하는 부분이 많아요. 눈물만 그렁그렁 맺혀도 되는데 우리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줘야 해요. 그래서 더 이미지가 강하게 남나 봐요.”(최영완) 시즌 초반에는 지나가는 아주머니들한테 이유 없이 욕을 먹은 적도 있다. 민지영은 “아빠와 팔짱을 껴도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이미지를 벗으려 출연을 안 한 적도 있단다. “그럼 뭐해.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어찌나 하는지.(모두 웃음)”(민지영)

이제는 산전수전에 공중전을 다 겪은 덕분일까? <사랑과 전쟁>의 간판이라는 타이틀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리가 안 나오면 철심 없는 우산 같지 않아요?”(최영완) 그들에게 배우는 천직인 듯이 보였다. 최영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를 보고 연기자를 꿈꿨다. 원래 트로트를 좋아해 유치원 때부터 동네 어른들이 시키면 노래 부르고 용돈 받고 그랬다”고 밝혔다. 민지영은 “음대 가려고 준비하던 고2 때 교회에서 성극을 한 뒤, 연기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강민정은 “(연기자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몇 년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쉽진 않았다. <학교>에 출연한 장혁, 하지원 등이 모두 스타가 됐지만, 최영완은 그 중요한 순간에 소속사 문제 등이 겹쳐 한동안 활동을 쉬었다. 슬럼프도 겪었다. 그런 그들에게 <사랑과 전쟁>은 주인공의 기회를 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매회 70분 드라마의 주인공을 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한 장면을 나와도 이 장면에선 내가 주인공이란 생각으로 연기해 왔는데, 진짜 주인공의 기회가 있다는 건 감사하죠.”(민지영) 강민정은 “<사랑과 전쟁>에서 큰 배역을 맡으면서 연기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세 배우는 “<사랑과 전쟁>이 다시 시작한다면 또 출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청자들의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종영 소식에 우리보다 더 아쉬워하면서 글을 남기고, 함께 마음을 나눠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꼭 써주세요. 사실 이 한마디 말을 하려고 인터뷰에 응했어요. 아, 나 왜 울컥하지?”(민지영) “언니가 눈물이 많은 것뿐이야. 가자. 인감 떼야지.”(최영완) “어머, 몇시니?”(민지영)

이 매력 넘치는 배우들을 우린 왜 ‘며느리’라는 틀에만 가둬뒀던 것일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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