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연합뉴스
"그동안 사랑스러운 척, 약한 척, 귀여운 척하느라고 힘들었어요. 저도 그만하고 싶었어요."
'공블리'(공효진+러블리)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로맨틱 코미디 여왕으로 군림해 온 배우 공효진(34)은 6일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30대 중반을 코앞에 둔 나이에 그런 '척' 하는 연기를 할 때마다 "거북 목이 들어가듯 나 자신이 위축되는 걸 느꼈다"는 게 공효진의 이어진 고백이다.
언제쯤 실제 자신다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공효진에게 찾아온 역할이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정신과 의사인 지해수였다.
이날 오후 서울 홍대에서 열린 '괜찮아, 사랑이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공효진은 "지해수랑 비교하면 까칠하고 직설적이고 할 말이 있으면 바로 말로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쿨한 성격이 실제 저랑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주까지 네차례 방송에서 성적 트라우마가 있는 지해수는 외도한 남자친구와 우여곡절 끝에 헤어진다.
그와 동시에 잘생긴 외모에 인기도 많지만 어딘가 결함이 있는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조인성 분)과 빠른 속도로 핑크빛 관계의 물꼬를 튼다.
"해수는 20대 초반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할 만한 표현들을 해요. 사랑을 확인한다거나 30대로서는 하지 않는 말실수를 해요. 그러면서도 정신과 의사로서 어른스러운 면이 있죠. 사랑을 막 시작하는 모습과 어른스러운 모습이 공존해요."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 때문에 상처를 입고 사람 때문에 그 상처가 덧나기도 하지만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건 사람과의 관계라는 노희경의 주제 의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노 작가가 처음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인 이번 드라마는 호흡은 빠르고 상처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직접적이다.
공효진은 "노희경표 로맨틱 코미디는 솔직하고 화끈하다"고 평가했다. 공효진은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노 작가에게 "선생님, 정말 웃겨요"라는 반응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노희경 작가가 쓰는 작품은 보통 어떠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정말 가볍고 경쾌하고 재미있어요."
공효진은 "다른 드라마들은 연애하고 결혼에 이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우리는 사랑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담아내서 아주 좋았다. 그런 걸 보여주는 게 제 한이었다"면서 "(다른 작품들보다) 진보적인 로맨스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효진은 "작가님은 저를 2001년 SBS '화려한 시절'을 통해 드라마라는 매체에 첫발을 디디게 해준 분"이라면서 "워낙 외모가 예쁜 배우들과 많은 작품을 하셔서 불러주실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연락 주셔서 인연이 희한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제 가슴 깊이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가 끝나는 게 벌써 무섭고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까워요. 저라는 배우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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