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진욱
지난해 드라마 ‘나인’ 연기력 호평
호흡 맞춘 제작진과 다시 손잡고
퓨전사극 ‘삼총사’ 소현세자 맡아
호흡 맞춘 제작진과 다시 손잡고
퓨전사극 ‘삼총사’ 소현세자 맡아
지난해,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았던 드라마 <나인>(티브이엔)은 이진욱(사진)의 재발견이었다. 드라마의 표절 논란은 있었지만, 의견의 갈림이 없는 건 이진욱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었다. 이진욱은 2006년 <연애시대>로 데뷔해 <에어시티>(2007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했지만 그를 지칭할 만족할 만한 표현은 없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와 잘생긴 배우의 경계랄까. 그런 그가 <나인>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드라마를 끌어가는 ‘원톱’이 됐다. 이진욱은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나인>을 통해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17일 시작하는 <삼총사>(티브이엔 일 밤 9시)는 그런 이진욱이 자신을 발견해준 <나인>의 송재정 작가-김병수 피디와 다시 손을 잡아 기대를 모은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가 모티브인 퓨전 사극인데, 이를 조선시대 가장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소현세자에 접목한 점이 눈길을 끈다. 리더 ‘소현 세자’(이진욱)와, 그의 호위 무사이자 삼총사 멤버인 허승포(양동근), 꽃무사 안민서(정해인), 무인 출신의 열혈 초보 무관 박달향(정용화)이 조선과 명청 교체기의 혼란스러운 중국을 오가며 펼치는 활약상을 담는다. 소현세자는 뒤마 소설의 아토스이고, 허승포는 포르토스, 안민서는 아라미스, 박달향은 달타냥인 셈이다. 송재정 작가는 12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밝은 이야기를 하고 싶던 차에 유쾌한 활극인 <삼총사>가 생각났다. 너무 많이 알려져 긴장감이 없는 게 문제였는데,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접목했다. 소현세자와 소설이 반반씩 섞여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소현세자를 연기하는 이진욱의 어깨가 무겁다. 1612년 인조의 장남으로 태어난 소현세자는 왕이 되지 못하고 요절했다. 병자호란 뒤 1637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8년 만에 귀국했지만, 두 달 만에 34살의 나이에 사망한 것이다. 그의 죽음에 매달린 의혹의 농도 만큼이나 비극적인 삶을 산 아픔을 담아야 한다. 이진욱도 소현세자를 연기하는 데 고민이 많다고 한다. “소현세자는 비운의 세자로, 열린 사고를 했던 사람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이 많다”고 했다. 전작 <나인>의 성공이 운이 아닌 것도 보여줘야 한다. 김병수 피디는 “이진욱의 깊이 있는 눈빛이 소현세자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제격”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삼총사>는 1주일에 한편씩 내보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외국과 달리 1주일에 두 편을 방영하며 제작진은 늘 시간에 쫓겨왔다. 많은 피디들이 “70분짜리를 1주일에 두편 방영하는 것은 사실상 영화를 두편이나 만드는 것과 같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삼총사>의 성공은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 전반을 바꿀 수도 있을 거란 조심스런 기대도 나온다. 김병수 피디는 “기대반 우려반이긴 하지만, 조금 더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인 것은 맞다. 좋은 콘텐츠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시작부터 ‘시즌제 드라마’로 못 박고 12회씩 모두 3회의 시즌을 내보낸다는 계획도 이채롭다. <삼총사>는 시즌1을 12회 내보낸 뒤 배우 교체 없이 시즌2, 시즌3을 순차적으로 방영한다. 송재정 작가는 “우리 드라마는 미니시리즈 중심이라 콘텐츠를 그냥 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장기적으로 웹툰 같은 시스템이 형성돼야 드라마 작가들도 덜 소진될 것 같아 시즌제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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