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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자살행위 같았던 촬영…내전참상 알려야 한단 생각뿐”

등록 2014-08-27 19:10수정 2014-08-27 22:25

탈랄 디르키 감독. 사진 교육방송 제공
탈랄 디르키 감독. 사진 교육방송 제공
다큐 ‘홈스는 불타고 있다’ 감독 탈랄 디르키
핸디캠 들고 시리아 내전 깊숙이
미디어 운동가 70% 살해당해
어떤 언론도 내부 취재 엄두 못내
개봉 뒤 독일 피신…가족은 터키로
“32년전 대학살처럼 묻혀선 안돼”
앙칼진 수염 탓일까. 투박해보이는 얼굴을 훑다보면 맑고 깊은 갈색눈동자에 멈칫하게 된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그의 작품처럼, 거친 얼굴 위에서 여린 눈동자는 유난히 빛난다. 그 눈으로 시리아 내전의 끔찍한 실상을 목도하고 세상에 알렸다. 다큐멘터리 <홈스는 불타고 있다>로 2014년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탈랄 덜키(사진) 감독을 2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홈스는 불타고 있다>가 25일 개막한 ‘이비에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의 경쟁부문에 진출해 서울을 찾았다.

이 작품은 시리아 내전 중이던 2011년 8월부터 2013년 8월까지를 기록했다. 반군이 장악했던 중부 도시 홈스가 배경이다.이 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홈스는 내전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곳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출신으로 민주화 시위에 뛰어든 바셋과 친구들이 평화적 시위자에서 서서히 격렬한 혁명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나라를 바꾸겠다는 열망에 가득찼지만, 친구들의 죽음 앞에서 불안해하는 내면의 변화 등을 밀도있게 드러냈다. 덜키 감독은 “시리아 내전은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의 삶을 변화시켰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마스쿠스 출신인 덜키 감독은 내전이 발발하자 2011년 손에 쥐는 작은 핸디캠을 들고 홈스로 들어갔다. 그는 “당시 어떤 언론도 시리아 내부 상황을 취재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로이터>와 <시엔엔> 등에서 비디오리포터로 활동했던 그는 이전에도 시리아 문제를 다룬 다큐를 제작한 적은 있지만, 장편은 처음이었다. 작은 카메라를 활용한 덕분에 주민들과 일상을 함께하며 깊숙한 속사정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 덜키 감독이 촬영하고, 그의 친구이자 역시 미디어운동가인 오사마가 옆에서 도왔다.

감독은 2년 동안 반군들처럼 죽음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미디어운동가로 활동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했다. “홈스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운동가의 70%가 살해당했다. 2011년 시리아 정부는 범죄자들을 모두 풀어주고 대신 미디어운동가들을 투옥시켰다”고 전했다. “나를 도왔고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하는 오사마 또한 2012년 8월 투옥된 이후 생사를 알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다큐에서 오사마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서다.

그는 정부의 압력에 국제대회에 가명으로 출품한 적도 있다고 했다. “다마스쿠스에 머물던 당시 주변 사람들이 내전을 소재로 다루지 말라고 얘기했다. 주변에 정부 스파이들이 있었다. 다큐를 작업하면서도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했다. 내 휴대폰이 도청되는 상황이라, 저격수에게 살해당한 친구의 것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촬영을 강행한 건 시리아 내전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1982년 홈스 지방에서 대학살이 벌어졌다. 두 달 사이에 7만 명이 살해당했다. 당시 이를 알리는 매체가 있었다면 이 사건이 그냥 묻히진 않았을 것이다.”

다큐 속 바셋은 무너져가는 건물 안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보며 “이곳이 내가 살던 홈스라니”라고 읊조린다. 누가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것인가를 목놓아 외친다. 바셋의 외침은 덜키 감독의 마음이기도 하다. 이 작품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지만, 안전의 문제로 그는 독일에 거주하고, 가족들은 터키로 피신했다. 그는 언제쯤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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