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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어르신용어+요즘용어, 세대가 통하는 연예사전

등록 2014-09-04 20:35수정 2015-02-10 11:16

그래픽 강원모 인턴기자 1motime@hani.co.kr
그래픽 강원모 인턴기자 1motime@hani.co.kr
[추석 특집]
‘커플링’ 하는 손주에게, 너 연애하니? 물으신다면…
본 기사는 2014년 9월 4일에 등록된 기사로 ‘2015년 명량 설날 사용설명서’ 특집으로 재편집하여 소개합니다.

솔직히 말하자. “명절엔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같은 관용구, 이제 좀 싫증난다. 명절일수록 더 말조심을 하게 되는 요즘 아닌가. 모처럼 모인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 잘못 꺼냈다간 피차 불쾌한 기억만 남기기 십상이고,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묻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는 불황이라 사업은 잘 안 풀리고, 취업전선은 당연히 먹구름이고,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연애니 결혼이니 물어보면 우울하고… 마음 편히 대화할 주제가 없으니, 건강 정도나 묻고 나면 만만한 게 날씨하고 연예계 이야기다. 슬프지만 어쩌나, 요즘 세상이 이런 것을.

그렇다고 연예계 이야기는 또 쉬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태어난 애들이 벌써 사회에 진출하는 마당이니, 연예계 이야기를 하려면 세대 차이부터 느끼는 게 현실이다. 텔레비전 채널 몇 개, 라디오 채널 몇 개 정도로 창구가 제한되어 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 인터넷 팟캐스트 등 즐길거리의 창구가 무궁무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창구가 무궁무진하니 즐기는 방법도 따라서 세분화되어 간다. 대중문화의 소비와 유통 과정을 설명하려면 또래 집단들끼리만 쓰는 신조어들을 언급해야 하고, 그럴수록 대화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준비했다. ‘연예계 어휘가 세대간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니르고져 할배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못할’ 독자들을 안타깝게 여겨, 세대가 함께 보는 연예사전을 반포한다. 요즘 세대가 향유하는 신조어들을 기성세대에게 소개하는 것만큼이나 기성세대들이 공감할 만한 추억의 코드들을 설명하는 단어도 함께 수록하려 노력했으며, 각각 [요즘용어]와 [어르신용어]로 정리해 기록했다. 물론 이 단어들을 다 안다고 해서 갑자기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면의 한계로 미처 못 실은 단어들이 더 많음은 독자들이 더 잘 아실 터. 다만 이 사전이 서로 대화의 포문을 열어줄 핑계 거리 정도는 되기를 바란다.

KBS ‘가요무대’의 한 장면
KBS ‘가요무대’의 한 장면
가요무대 (歌謠舞臺) [어르신용어] [고유명사]

1. 한국방송(KBS)의 중장년층 대상의 음악프로그램. 7년여의 공백을 빼도 1985년부터 지금까지 22년째 방영 중인 장수 프로그램.

2. 어르신들의 <스케치북>

안다. ‘빤짝이’가 현란하게 달린 의상을 입은 분들이 나와 트로트나 민요, 흘러간 가요를 부르는 건, 젊은 독자들에겐 지루할 수 있을 거다. 명절에도 그럴진대 매주 월요일마다 저 프로그램을 한다니. 그런데 이 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10% 내외에서 크게 내려가 본 적이 없다. 문화방송(MBC) <무한도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러분만큼이나 어르신들도 음악을 좋아한다. 요즘처럼 티브이가 젊은 층들 위주로 꾸려지고 있는 시대에, <가요무대>는 어르신들의 오아시스다. 여러분이 취향을 존중 받고 싶다면 어르신들의 취향도 존중해 드리자.

연관 단어: 어르신들의 유희열 김동건 아나운서.


덕 [요즘용어] [일반명사]

1.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 특정 하위문화에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 ‘오타쿠’(おたく)의 한국식 순화어 ‘오덕후’의 줄임말. 무언가를 심히 좋아하는 사람 혹은 그 행위.

2. ‘혹시 우리 아이도?’라 생각하지 마세요. 이미 늦었습니다.

한 가지에 너무 몰두해 보편적인 사고방식에서부터 멀어진 사람을 일컫는 ‘오타쿠’라는 단어는 일본에서도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된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저 단어에 쉽게 자조적인 동질감을 느꼈다. 이미 오랫동안 ‘빠순이, 빠돌이’로 호명되며 정신 나간 놈 취급 받는데 익숙한데 뭐 어때. ‘입덕’(덕+입문), ‘탈덕’(덕+탈퇴), ‘덕통사고’(덕+교통사고. 무방비상태로 무언가에 매료됨), ‘덕업일체’(덕질하는 분야의 일을 생업으로 삼다) 등의 단어들은 이렇게 파생되었다. 혹시 자녀의 ‘덕질’을 발견해도 나무라지 말자. 우리 모두 뭔가에 미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만큼 삭막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예문: “톰 히들스톤 덕질도 이제 좀 시들해.”

“우리 딸 그럼 이제 탈덕하니?”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로 갈아탈거야.”


데이비드 코퍼필드.
데이비드 코퍼필드.
데이비드 카퍼필드 (David Copperfield[영]) [어르신용어] [고유명사]

1.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마술사.

2. 우리가 명절마다 이은결과 최현우의 마술쇼를 보게 된 계기.

한국인이 아는 가장 유명한 마술사는 1980년대 내한해 숟가락을 구부리고 시계를 고치던 유리 겔러였다.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한국에 소개되기 전까지는. 자유의 여신상을 눈 앞에서 사라지게 만드는가 하면,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등의 스케일 큰 마술은 한국인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유리 겔러보다 잘 생겼다. 덕분에 90년대 명절엔 그의 마술쇼가 수입되어 방영되는 일이 잦았다. 이은결과 최현우는 말하자면 그의 후예들인 셈이다.

주의사항: 전혀 무관한 내용의 동명 소설도 있으니 조심하자. 오랜만에 만난 삼촌이 “너 혹시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읽어봤니?”라고 물어봤는데 “마술사요?”라고 답하면 민망하지 않은가.


머글 (muggle[영]) [요즘용어] [일반명사]

1. 영국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연작에 등장하는 용어. 마법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인들을 부르는 마법사들의 용어로, 작중에선 비칭으로 자주 사용된다.

2. 덕질의 즐거움을 모르는 불쌍한 당신.

티브이에서 노래 몇 번 들어보고, 출연하는 프로그램 좀 즐겨봤다고 ‘덕’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스타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접속해 새로 업데이트된 소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체크해야 하며, 동료 팬들과 활발한 정보 교류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타의 사진이 인쇄된 상품을 구매하는 건 기본이다.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덕질에도 문턱이 있고,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은 ‘머글’로 지칭되곤 한다. 요즘 애들 별나다고? 이지연, 강수지 책받침에 돈을 썼던 분들 손?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때 통곡해보신 분들 손? 그렇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언제나 그랬다.

예문: 못 믿겠지만, 이 아버지도 한 때는 하수빈의 매력을 모르는 머글들을 무시하던 덕이었단다.


명랑운동회 (明朗運動會) [어르신용어] [고유명사]

1. 변웅전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문화방송의 오락프로그램. 유명 연예인들이 철봉에 매달려 풍선 터뜨리기, 떡 빨리 먹고 반환점 돌아오기 등의 다양한 게임을 수행하는 체육 오락프로그램.

2.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의 조상님.

1969년 <유쾌한 청백전>으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1976년 <명랑운동회>로 그 명맥이 이어지며 연예인 운동 버라이어티의 효시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이 남긴 인상이 어찌나 컸던지, 프로그램이 사라진 1985년 이후에도 종종 명절 때면 비슷한 포맷의 특집 프로그램들이 편성되었다. 지갑으로 키운 내 새끼들이 명절마다 달리기를 하다가 발목 부상을 입고, 뜬금없이 양궁을 하느라 손목 터널 증후군을 앓는 것도 알고 보면 다 방송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잇느라 그런 것이다.


비정상회담 (非頂上會談) [요즘용어] [고유명사]

1. 제이티비시(JTBC)의 예능 프로그램. 세계 각국 출신의 젊은 남성들이 패널로 모여 시사, 문화, 일상 등의 주제를 놓고 각자의 국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의견을 제시하는 토크쇼. 

2. <추석특집 외국인노래자랑>류의 확장판. <미녀들의 수다>의 남성판.

명절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노래도 부르고 송편도 빚는 특집 쇼 프로그램들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의 매력은 이들이 한국어를 잘하는 걸 신기하게 소비하거나, 이들의 김치 사랑, 불고기 사랑, 비빔밥 사랑을 보는 게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나라마다 다른 문화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가운데 다름을 인정하되 접점을 찾아가는 토론이다. 젊은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한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가치관’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인지 모른다.

※ 어르신들을 위한 팁: 외국인들의 자유분방한 가치관이 내겐 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 걱정 마시라. ‘터키 유생’이란 별명을 얻은 보수주의자 에네스 카야가 당신을 기다린다.


손자에게 ‘출발 드림팀’ 있다면
할아버지에겐 ‘명랑운동회’ 있다
손녀에게 ‘엑소’ 있다면
할머니에겐 ‘이상벽’ 있다

올 추석,
공부 잘하니? 취직은 했니?
이런 까칠한 이야기로
내 가족의 ‘일코’를 조장하지 말라
그럴 바에야 연예를 이야기하자
ㄱ부터 ㅎ까지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배우 성룡.
배우 성룡.
성룡 (成龍) [어르신용어] [고유명사]

1.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행정구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감독, 무술가.

2. ‘ 명절’의 동의어.

물론 모두가 성룡(청룽)을 안다. 유재석과 함께 에스비에스(SBS) <런닝맨>에도 몇 차례 출연했고, 그가 출연한 액션영화도 몇 편쯤 봤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성룡을 아는 걸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명절엔 성룡 영화를 보는 것이 한민족의 고유한 세시풍속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단관 개봉이 대세이던 시절 유수의 극장들은 추석맞이 특집으로 성룡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 경쟁했고, 텔레비전도 <취권>이나 <폴리스 스토리> 같은 영화들을 쉬지 않고 틀어줬다. 그 시절 성룡은 우리가 명절에 만나는 가장 반가운 친척이었다.

※ 예문: 명절엔 성룡인데, 올 추석엔 성룡 영화가 개봉을 안 하나 봐요.


가수 엑소.
가수 엑소.
엑소 (EXO) [요즘용어] [고유명사]

1. 이수만이 회장으로 있는 연예기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서 2012년 데뷔시킨 11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2. 아직도 양주 엑스오(XO)랑 헷갈리십니까. 아버님.

2013년 100만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해 12년 만에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대세 아이돌 그룹. 한국인 멤버 8명과 중국인 멤버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인 6명이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엑소-케이(EXO-K)라는 유닛으로, 한국인 2명과 중국인 3명이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엑소-엠(EXO-M)이라는 유닛으로 활동한다. 어차피 짧은 시간 안에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워서 매치시키는 것은 어려우니, 양주가 아니라는 것과 멤버 수, 유닛 활동을 한다는 점 정도만 알아두자.

주의: 괜히 ‘나도 엑소 안다’는 걸 과시하려다 “원래 11명이지?”라거나 “12명 아니었어?” 같은 실언을 하진 말자. 올 5월 중국계 캐나다인 멤버 크리스가 갑작스레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한 뒤로 팬들이 심적 고통을 겪는 중이다.


이상벽 (李相璧) [어르신용어] [고유명사]

1. 대한민국의 방송인, 연예평론가. 

2. 어르신들의 허지웅. 

‘어르신들의 허지웅’이라니, ‘<아침마당> 아저씨’ 정도로만 이상벽을 기억하는 젊은 독자들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매체 기자, 평론가, 방송인의 순서를 거친 경력이나, 각각 한국방송 <아침마당>과 제이티비시 <마녀사냥>에서 매력적인 입담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어르신들 사이에서의 이상벽의 입지가 상상이 갈 것이다. 그래도 허지웅만큼의 환호를 받진 않지 않았냐고? 방송인 김제동은 자신의 공연에서 “우리 어머니는 이상벽 선생님이 없으면 아침이 안 오는 줄 안다”며 모친의 이상벽 애호를 고백한 바 있다.

유의어: 어르신들의 전현무 허참.


일코 (一+co) [요즘용어] [복합명사]

1. 일반인과 코스튬 플레이의 합성어. 특정연예인이나 예술 장르, 작품의 팬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껄끄럽고 민망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모르는 척 일반인 흉내를 내는 행위.

2. 지금 여러분의 자녀, 조카, 손주들이 하고 있는 일. 

공부 잘하냐, 취업 준비 잘되어가냐, 결혼 언제 할 거냐 등, 어르신들의 난처한 질문은 젊은이들의 명절기피증을 유발하는 일등 요소다. 안 그래도 이런데 덕질을 들켜 ‘네가 지금 이런 거에 정신 팔려 있을 나이냐’는 소리까지 듣는다고 상상해보자. 고향에 오고 싶겠나. 이런 탓에 명절은 ‘일코’가 연중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여러분의 자녀라고 예외는 아니다. 취향이니 뭐든 존중해줄 자신이 없다면, 평화로운 명절을 위해 내 가족의 일코를 모른 척해주자.

예문: 명절마다 일코 하느라 고생이 많지?


젊음의 행진 방송 장면.
젊음의 행진 방송 장면.
젊음의 행진 (젊음의 行進) [어르신용어] [고유명사]

1. 1981년부터 1994년까지 한국방송에서 방영한 음악 프로그램. 

2. 당신 아버지의, 어머니의 청춘.

지금 돌아보면 참 희한한 쇼다. 가수들의 무대 사이사이에 코미디언과 가수가 함께 꾸미는 꽁트 코미디가 들어가는가 하면, 정식 데뷔를 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불려 나와 노래를 부르고 인기를 얻어 덜컥 가수가 되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한국방송 <뮤직뱅크>와 티브이엔 <에스엔엘(SNL) 코리아>, 에스비에스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 한 덩어리로 뭉친 쇼였던 셈. “티브이 그만 보고 공부하러 들어가라”는 잔소리를 듣게 되면, 괜히 심술로 대응하기보단 슬그머니 “옛날에 <젊음의 행진>이라는 쇼가 있었다던데”라며 운을 떼어보라. 당신의 부모님이 8090세대라면, 추억을 얘기하는 부모님의 얼굴에 홍조가 돌아온다면, 성공이다.

유의어: 유재석, 김경호, 정선희 등의 고등학생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청춘 버라이어티 쇼 <비바 청춘>.


추석장사씨름대회.
추석장사씨름대회.
추석장사씨름대회 (秋夕壯士씨름大會) [어르신용어] [복합명사] [고유명사]

1. 대한씨름협회 민속씨름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전국장사씨름대회 중 추석장사를 선발하는 대회. 

2. 그 시절에 종합격투기가 어디 있어. 씨름이 최고였지.

1980년대 씨름의 인기란 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상대의 수를 읽어 순간적인 판단으로 밭다리, 안다리, 호미걸이, 배지기 등 5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술을 걸어 승부를 내는 씨름의 매력은 전국민을 사로잡았다. 영원한 천하장사 이만기, 인간 기중기 이봉걸, 모래판의 악동 강호동 등 스타들의 인기도 하늘을 찔러서, 그 인기를 기반으로 방송계로 진출한 이들도 많다. 씨름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지금, 천하장사씨름대회는 중단되고 명절마다 열리는 전국장사씨름대회만 살아남았다. 어르신들이 씨름을 보고 있으면 시큰둥하게 지나가지 말고 같이 보자. 여전히 박진감이 넘쳐흐른다.

활용: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 법,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추석장사씨름대회를 다 보고 나면, 여세를 몰아 ‘같은 체육경기 중계’라 우기며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로 넘어가기 편하다.


커플링 (coupling) [요즘용어] [일반명사]

1. 연결, 결합, 교접, 교미 등을 뜻하는 영단어.

2. 내가 보고 싶은 커플은 내가 직접 고른다. 

자신이 ‘덕질’ 하는 작품을 즐기고 또 즐겨 더 즐길 거리가 남지 않은 이들은, 작중 등장인물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소설이나 만화 등의 2차 창작에 나선다. 커플링은 작품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커플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 간의 우정이나 로맨스를 상상해 구현하는 행위로, 적극적인 자세로 대중문화를 즐기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다. 뭐 그런 거에 시간을 허비하느냐고? 나관중이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삼국지연의>를 쓴 것도 2차 창작이고, 원작에 없는 가공인물 초선을 집어넣어 여포와 동탁을 연적으로 만든 것도 커플링의 일종이다. 천년이 넘는 취미활동인 셈이다.

유의어: 연성


홍진호.
홍진호.
홍진호 (洪榛浩) [요즘용어] [고유명사]

1. 한국의 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 게이머, 현 방송인.

2. 2의 화신. 1위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받은 가장 위대한 2위.

3. 발음은 안 좋지만 외국인은 아닙니다.

훤칠하게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을 잘하거나 발음이 좋은 것도 아니고. 쟤는 누구길래 자꾸 방송에 나오지 싶으실 거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홍진호는 지금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스타크래프트 프로 게이머 시절, 홍진호는 당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으면서도 정규 리그 1위는 단 한번도 하지 못했다. 홍진호를 답답해하던 팬들은 그가 2위라고, 키가 작다고, 발음이 안 좋다고, 급기야 어린 시절의 꽃미모는 다 날아가고 괴이한 표정을 짓는다고 놀리기 시작했다. 홍진호는 그 모든 놀림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괴로워할지언정 팬들을 원망하진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 남자에게 모두가 매료되었다.

동의어: 콩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이승한/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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