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씨
SBS ‘내겐 너무…’ 주연 정지훈
“30대 초반에 마지막으로
동화같은 드라마 해보고 싶어”
“30대 초반에 마지막으로
동화같은 드라마 해보고 싶어”
15일 <에스비에스>(SBS) 목동 사옥 로비가 ‘쌀집’으로 변했다. 화환과 함께 정지훈(비), 정수정(크리스탈), 김명수(엘) 등 연예인들의 얼굴이 새겨진 쌀포대가 경쟁하듯 쌓여있다. 17일 시작하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수·목 밤 10시)의 방영을 기념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팬들이 준비한 것이다. 특히 4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정지훈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정지훈은 이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4년 만에 고르고 골라 선택한 드라마다. 30대 초반에 마지막으로 동화같은 착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가요계를 무대로 작곡가 지망생 윤세나와 그런 세나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는 천재 작곡가이자 기획사 대표 이현욱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정지훈이 연기하는 이현욱은 한때 히트곡 제조기였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사고로 죽은 이후 음악도, 연애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그랬던 현욱이 죽은 여자친구의 동생인 세나를 지켜주고, 작곡가로서의 가능성을 알고 돕는다. 정지훈은 “내가 12년간 겪었던 일들이 드라마에 들어가 있더라. 실제 가수들을 둘러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했다.
가수로 데뷔한 정지훈은 2002년 청춘시트콤 <오렌지>를 시작으로 <상두야 학교가자>, <풀하우스> 등 여러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이번 드라마의 이현욱은 지금껏 정지훈이 맡았던 여러 인물들이 한꺼번에 투영된 듯하다. 세나와 친해지려 그녀의 근처를 맴도는 서글서글한 모습은 2010년 <도망자 플랜비>의 지우가 연상돼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처를 안고 사는 모습 등은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의 차상두 등과 닮았다. 연예계의 잘 나가는 스타라는 점에서는 2004년 <풀하우스>의 이영재가 떠오른다.
완벽한 이현욱이 되려 정지훈은 “기본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대사 전달력을 높이려고 발음과 발성 교육을 다시 받았다”고 했다. “지하실이 튼튼하면 위로 뭘 지어도 튼튼할 것”이라는 정지훈은 작품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스태프들의 호평을 받는다.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함께 작업한 이경희 작가는 당시 그를 두고 “보물같은 배우를 얻었다”고 했다.
<내겐 사랑스러운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 정지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극중 이현욱처럼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간다. 그런 악바리 근성으로 달려와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는 아버지 역할의 박영규 선배님을 빼고는 다 내 밑이다. 예전엔 선배님들에게 물을 떠다드렸다면 지금은 대접받는 위치가 됐다”면서 웃었다. 함께 출연하는 가수 출신 배우들에 대해서도 “저도 12년 전, 첫 드라마를 했을 때 우려와 기대가 많았다. 제대로 못하면 꾸중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느새 정지훈에게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사옥에 정지훈 등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출연배우의 팬들이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보내온 쌀포대가 쌓여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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