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드라마 ‘뻐꾸기둥지’
“아무래도 시청률은 배우에게는 성적표와 같은 것인데 성적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요.”배우 장서희(42)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장서희가 열연 중인 KBS 2TV 일일극 ‘뻐꾸기 둥지’가 22.2%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다음날인 14일 오후 출연진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장서희가 분한 백연희는 완벽한 남편인 정병국(황동주)과 남부러울 것 없는 부부 사이이지만 아들 대리모인 이화영(이채영)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모든 것을 잃는다.
백연희가 자기 친오빠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는 이화영은 백연희-황동주부부의 대리모를 자처한 것을 시작으로 처절한 복수극을 벌인다.
초반부 신통치 않은 시청률은 백연희가 본격적인 대항에 나서는 중반부 이후로 본격적인 탄력을 받았다.
아시아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아내의 유혹’(2009)과 ‘산부인과’(2010) 이후 중국 활동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장서희가 고만고만한 초반 성적표에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했다.
“오랜만의 복귀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초반에는 시청률에 대해서 정말 솔직히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어요. 시청률에 연연하면 저만 괴롭고 연기에 방해되거든요.
마음을 비우니 시청률이 따라오더라고요.”장서희는 “시청률이 15%, 20% 넘으면서 오르기 시작하니 그때부터 욕심이 났다”면서 “요새는 시청률을 보니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장서희는 요즘 브라운관에서 이른바 ‘막장’ 드라마들이 만발하는 데 대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막장’ 드라마라고 해서 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건 아니에요. 그만큼 재미가 있고 공감을 끌어내는 작품이 시청률이 높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즐겨보는 드라마이니 ‘막장’ 틀에 가둬서 작품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냥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장서희는 “제 연기는 ‘막장’ 드라마이든 착한 드라마이든 똑같다”면서 “저는 후배 배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셈이고, (웃음) ‘막장’ 드라마의 아이콘이라는 말도 기쁘다”고 말했다.
10년도 전이지만 아직도 장서희를 2003년 MBC ‘인어아가씨’ 속 복수의 화신인 은아리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어아가씨’는 오늘의 장서희를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장서희는 “‘인어아가씨’는 제가 온 힘을 기울인 작품이고 제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요즘도 마음이 해이해질 때면 ‘인어아가씨’를 돌려본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장서희는 이틀 전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마지막회에 ‘아내의 유혹’ 속 자신이 맡은 민소희 캐릭터가 등장한 데 대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님과 서로 잘 될 거라고 격려도 했었어요.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는데 참 기쁘기도 했어요. 아직도 민소희 캐릭터가 사람들의 생각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장서희는 ‘뻐꾸기둥지’에 대해서는 “슬픔과 기쁨, 모성애까지 등장한다. 한 여성이 사랑하고 출산하고 배신당한 뒤 복수하고 또다른 사랑을 만나는 등 정말 종합세트”라고 강조했다.
모성애 연기에 대한 물음에 “벌써 학부형이 돼야 할 나이인데…아휴, 참”이라면서 짧은 한숨을 내쉰 장서희는 “연륜이 쌓인 덕인지 간접 경험이나 상상을 통해서 엄마 연기를 한다”고 답했다.
장서희는 촬영 현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데 열심이라는 것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채영의 설명.
이채영은 “주변에서 너무 욕을 많이 먹어서 울기도 했는데 장서희 선배 덕분에 버텼다”면서 “장 선배가 제 손을 꼭 잡으면서 이화영 역은 정말 연기하기 힘든 역할이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힘을 많이 실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장서희는 이에 “악역을 맡으면 사람들에게 질타를 많이 받아서 배우 본인이 짜증날 때가 있는데 이채영이 꿋꿋이 잘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장서희는 “결말은 제가 예상한 대로 되는 것 같은데 마지막 장면까지 힘든 촬영이 남아 있어서 어떻게 찍어야 할지 걱정된다”면서도 행복함으로 가득찬 표정이었다.
‘뻐꾸기둥지’는 방송사 편성 사정 등으로 다음달 초 2회 늘어난 102회로 종영할예정이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