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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배우도 사회구성원…메시지 담긴 작품 할때 할맛 나죠”

등록 2014-10-21 19:21수정 2014-10-22 09:25

배우 한주완(30)
배우 한주완(30)
‘간서치 열전’ 열연 한주완 인터뷰

독립영화서 다진 연기 내공
데뷔하자마자 신인상 꿰차
SNS서 활발한 사회적 발언도

“연기 위해 평소 책 많이 읽고
도전의식 부추기는 작품 좋아”
적당히 세련되고 적당히 고즈넉한 서울의 어느 골목길. 스스로 “자취하는 남자”라고 부르는 배우 한주완(30·사진)의 집은 그곳에 있다. 시끌벅적한 홍대나 강남 등 ‘연예인촌’을 벗어난 장소도 의외이지만, 집 한가운데에는 1980년대의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놓여있단다.

한주완은 또래 배우들이 ‘별’을 따겠다며 달릴 때, 천천히 걸으며 어떤 별을 딸 것인가를 고민해온 듯하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한 이후 2009년 <소년 마부>를 시작으로 <부서진 밤>(2010), <지난여름, 갑자기>(2012), <비상구>(2013) 등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뼈를 튼튼히 했다. 2013년 <왕가네 식구들>로 2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티브이 드라마에 데뷔했지만, 그해 바로 신인상을 꿰찼다. <조선총잡이>에선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등 여기저기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19일 방영한 <드라마스페셜> ‘간서치 열전’에서 내실을 다진 그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간서치 열전’은 책에 빠져 세상물정 모르는 장수한이, 허균이 썼다고만 전해지는 한글소설인 <홍길동전> 탄생의 비밀을 찾아 나선 추적극이다. 19일 <한국방송> 근처에서 스태프와 방송을 지켜보던 한주완은 “슬프지만 슬픔을 감추려 웃는 것처럼, 마음속 깊은 곳의 통한을 ‘방정’ 맞은 성격으로 승화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싸움도 못하는 장수한이 세상에 한 권뿐인 <홍길동전>을 지키겠다며 벌벌 떨면서 칼을 드는 장면이나, 계월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할 뻔하는 장면에선 익살스러움과 진지함이 순식간에 교차하는 ‘내공’을 펼쳐보였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등 세밀한 묘사가 뛰어났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박진석 피디는 “한주완이 늘 미리 대본을 연구해 왔다. 이게 드라마를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캐릭터 분석의 집요함이 극중 장수한을 닮았다. <조선총잡이>에 출연할 때는 <교육방송>(EBS)의 한국사 강의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 시대를 깊게 이해하고 싶어서”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단다. 그런 노력은 작품에 반영된다. 이번에도 애드리브는 물론, 미행을 당하는 장면의 설정 등에서 그의 연구가 빛을 발했다.

드라마 스페셜 ‘간서치 열전’
드라마 스페셜 ‘간서치 열전’

그래서일까, 도전 의식을 부추기는 작품이 좋단다. 독립영화까지 포함해, 그가 맡은 캐릭터는 각양각색이었다. 퀴어 영화 <지난여름, 갑자기>에서는 남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남학생이었고, <소년 마부>에서는 시청 단속반에 쫓기는 소년 노점상이었다. <조선총잡이>에서는 고독한 혁명가였다. 그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 배우의 가치를 둔다”고 했다.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을 할 때 할 맛이 난다”고도 한다. ‘간서치 열전’은 극중 잠깐 언급되는 일곱서자 이야기가 성수대교, 지존파 등 20년 전 사건들이 왜 지금도 반복되는가를 다룬 다큐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가 떠올라 출연한 이유도 있단다.

그는 실제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다. 2013년 ‘한국방송 연기대상’ 시상식 당시 민영화 반대 파업을 벌여온 철도노동자를 응원하는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글이 많다. 윤 일병 폭행 사건 기사를 소개하며 추모글도 썼다. 그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고민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은 그런 용도로 활용한다”고 했다.

드라마 스페셜 ‘간서치 열전’
드라마 스페셜 ‘간서치 열전’

‘간서치 열전’은 추리물이지만 책(꿈꾸기)과 권력, 세상의 변화 등 묵직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홍길동전>이라는 책이 서출 장수한에게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줬고, 그래서 목숨바쳐 지키려 한다. 한주완의 달변과 소신도 책의 힘이 아닐까. 그는 한달에 책 한권 이상은 반드시 읽으려고 하고, 요즘에는 인문 도서도 본다고 했다. 지금 읽는 책은 <공부논쟁>. 책을 읽는 게 배우로서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니 그는 러시아 연극의 거장 스타니슬랍스키를 예로 들며 한참을 설명했다. 종합하면, “문학 등 다양한 소양이 연기자로서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척도가 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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