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인기로 부작용이 하나 생겼단다. 많은 직장 상사들이 자신을 오상식 과장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윗사람에게 아부도 하지 않고, 후배의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후배를 위해 자존심도 굽힌다. 다른 팀 인턴 한석율이 자신의 팀 장그래를 괴롭히자 몰래 발을 걸어 소심한 복수도 해준다. “오 과장 같은 상사가 어디 있냐”는 게 요즘 직장인들의 한탄인데, 술자리에서 상사들은 “내가 오 과장”이라고 외친다. <미생>에는 다양한 직장 상사들도 많이 등장한다. 자, 당신은 어떤 상사인가.
①후배 성과 낼름 ‘하 대리’
후배가 보류된 사업 아이템을 기어코 살려놓자, 공을 가로채려 한다. 둘이서 같이 하라는 상사의 지시에 후배를 불러 “못 한다고 해”라고 윽박지른다. 반대로 사고가 나면 후배 탓으로 돌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미생>의 안영이는 “선배가 맡아 해주십시오. 저는 잡일을 돕겠다”며 일단 져준다. 슬쩍 피하며 지켜보다 때를 노리는 게 현명할 때도 있다.
②사람만 좋은 ‘박 대리’
실력은 없는데 사람만 착하다. 거래처에서 둘러댄 핑계를 곧이곧대로 믿는 등 한없이 천사표지만, 그래서 실적이 없다. 직장 안팎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이런 선배에겐 후배의 믿음이 신의 한수가 된다. 박 대리는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따르는 장그래에게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와 달리 단호해진다.
③철두철미 ‘강 대리’
후배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기는커녕 냉정하기만 하다. 뭔가 보여주고 싶은 후배를 모른 척하는데, 알고 보면 그 또한 계산이다. 기본기를 중시해 표 만드는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다. <미생>의 장백기처럼 반발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따르다 보면 그도 모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훌륭한 멘토일 수 있다.
④성희롱에 구질구질 ‘마 부장’
여자가 뭘 아느냐면서 항상 여자를 무시한다. 성희롱을 일삼는다.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지”라고 적반하장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미생>에선 여직원회에 신고하라고 짚어준다. 반성은 않고, 증언했다고 괴롭히면? 오 과장은 “미안해, ‘좀 많이’”라며 전체 이메일을 돌려 ‘언어유희’로 은근슬쩍 망신을 줬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TV 속에선 ‘을’이 주인공…어깨 펴자 ‘직딩들’
후배 성과 낼름 ‘하 대리’
사람만 좋은 ‘박 대리’
철두철미 ‘강 대리’
성희롱에 구질구질 ‘마 부장’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TV 속에선 ‘을’이 주인공…어깨 펴자 ‘직딩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