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무한도전’

‘무모한 도전’의 초심이 필요해!
1년 전이라면 아마 조세호를 강력히 밀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그가 양배추였던 시절부터 그 싹수의 파릇함을 주장해왔는데, ‘타짱’의 불길이 너무 거셌는지 양배추찜이 되어 사라진 게 무척 안타까웠다. 다행히 다시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꾸역꾸역 올라왔고, 지난 연말에는 <무한도전>의 ‘쓸친소’ 특집에까지 등장했다. 당시에는 이런저런 밉상짓을 했는데, 그게 기존 멤버들의 신경을 자극하며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요즘 너무 대세가 돼버린 게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박명수의 견제와 타박에 너무 쨍하고 부딪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해피투게더>에서도 유재석, 박명수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너 지금 프로그램 망치러 나왔지”라며 멱살을 잡히기까지 했으니.
전직 멤버인 전진은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무한도전>보다는 <신화 TV>를 부활시켜 거기에서 활약해주기를 기대한다. 데프콘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하지만 이미 너무 가족 같아서 새로 충원하는 의미가 크지 않다. 현재 <무한도전>은 연이은 실수로 인해 큰 시련의 때를 겪고 있는데, 그만큼 ‘무모한 도전’의 초심을 불러일으킬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강력하게 내미는 카드는 최종훈이다. <푸른 거탑>이나 <렛츠고 시간탐험대>에서 개고생의 아이콘으로 맹활약했는데, 요즘 같은 때에 투입돼 멤버들의 럭셔리해진 정신 상태를 초기화하는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다. 다만 그도 큰 결격 사유가 있다. 역시 음주운전 사건으로 한때 방송을 쉬었다는 사실. 당시 사정에 시청자는 측은지심을 보이긴 했어도, 동일 전과라는 게 많이 걸린다. 그래도 그냥 버리긴 아깝다. 나의 아이디어는 그를 ‘무모한 도전 초기화’ 프로젝트의 교관으로 임명하는 거다. 일단 혹한기 3개월 동안 독하게 멤버들을 굴리는 역할로 등장시켜보면 어떨까?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무너진 ‘6인 체제’의 안정감
<무한도전>과 ‘6’이라는 숫자 사이는 긴밀하다. 시청자가 ‘제7의 멤버’를 자처할 수 있는 것도 ‘6인 체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6’은 <무한도전> 특유의 무정형 포맷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숫자다. 3명씩 양 팀으로 갈라 게임을 할 수도, 2명씩 짝지어 느슨한 로드 무비를 찍을 수도 있고, 최후의 1인을 뽑는 서바이벌 미션이나 모두 한 팀을 이룬 공동 미션일 때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던 절묘한 균형의 수.
입대한 하하의 공백을 메웠던 전진보다 7인 체제하의 길이 유독 불협화음이 잦았던 것이나, <1박2일>을 비롯한 <무한도전> 이후 많은 리얼 예능들이 ‘6인 체제’로 진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홍철의 하차가 충격적인 건 그가 <무한도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유지만, 바로 ‘6인 체제’의 안정감이 무너진 데서 오는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달리 보면, 새로운 고정 멤버를 뽑는 일이 당장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즉 제작진, 출연진, 팬들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새 멤버 영입보다 ‘6인 체제’를 유지할 대안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기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무한도전>이 늘 해오던 것처럼 게스트를 활용할 수도 있고, 객원 멤버나 인턴제도 등도 한 방법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무도 라인’이라고 불리는 익숙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했다면, 이 기회에 새 얼굴 발굴에 힘쓰는 것이 어떨까. 누가 들어오든 팬들은 언제까지나 ‘제7의 멤버’로 함께할 자세가 되어 있다.
김선영 TV평론가
문화방송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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