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된 희망 속에 사는 사람들, 상실된 미래 속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하는 인간으로서의 끈기를 느꼈습니 다.” 유엔난민기구(UNHCR) 명예사절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정우성이 21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네팔 난민촌에서 현지 난민들을 직접 만난 경험을 전했다.
그는 지난 3일부터 4박5일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동네팔 다막 지역의 난민 거주지를 방문했다. 올해 5월 명예사절로 임명된 이후 그가 직접 난민촌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란색 유엔난민기구 팔찌를 차고 인터뷰에 임한 그는 “네팔에 가기 전날, 아주어릴 적 촬영 전날에 잠이 안 오듯 긴장감이 들었다”며 ‘진짜 준비가 됐느냐’고 자문했다고 털어놨다.
네팔에서 “난민이라는 단어에 갇힌 사람들이 아니라 단어가 가진 여러 문제점을봤다”는 그는 “그 안에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고, 여성이 있고, 노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는 질문에 정우성은 자신처럼 배우가 되는것이 꿈인 한 소년을 만났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부탄 출신 난민촌 청소년들이 국경을 넘어 네팔까지 오게 된 사연을 짧은 연극으로 준비했는데 여기에 참여했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연극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데 한 친구가 제 영화를 봤다고, 나중에 꼭 배우로 성공해 한국에 오겠다고 얘기했다”며 “그 청소년의 미래는 보장돼 있지 않고나라가 없으니 굉장히 가슴이 저미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난민이 양산되는 지구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이유로 탄압을 받고 생명의 위협을 받아 국경을 넘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게 그들을 돕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들이 당면한 현실 가운데 ‘정체성 확보’를 특히 심각한 문제로 꼽으면서 “신분에 대한 보증이 없으니 자유롭게 직업을 구할 수도, 은행 계좌를 열 수도 없다”며 “내가 속할 수 있는 나라, 꾸릴 수 있는 작은 가정 하나가 온전치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받고 싶은 선례로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안성기를 든 정우성은 “난민들은 세상에 외칠 수 있는 수단이 없는데 그것이 유엔난민기구와 저 같은 사람이 같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 등과 마찬가지로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승격돼 활동하게 된다.
이번 난민촌 방문에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더크 헤베커 대표와 조세현 사진작가가 동행했다.
조세현 작가가 카메라에 담은 정우성의 네팔 현지 사진은 내년 6월 열릴 세계 난민의 날 기념 사진전과 유엔난민기구 홍보·모금 활동에 사용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