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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음악인·음반제작자·예능인으로 맹활약…“‘월간 윤종신’, 미디어로 키워나갈 것”

등록 2014-12-18 08:38수정 2014-12-18 08:51

오랜만에 만난 윤종신은 명함 두 장을 내밀었다.

한 장에는 레이블 ‘월간 윤종신’의 대표, 또 다른 한 장에는 레이블 ‘미스틱89’의 대표 프로듀서란 직함이 적혀있었다.

그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매월 신곡을 한 곡씩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명의 법인을 만들어 자신의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또 미스틱89란 기획사의 수장으로 후배 가수들을 키우고 있다.

음악 활동 외에도 그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MC이자 엠넷 ‘슈퍼스타 K’의 심사위원으로 방송가를 누볐다. 2000년 시작한 예능인 경력도 벌써 15년이다.

그러니 연예계에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1인이다.

육체적으로 과부하 상태인지 최근 종로구 평창동 카페에서 만난 윤종신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송을 점차 줄여야 할 것 같아요.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 주는 시간도 필요한데 함께 방송하던 사람들과 정이 들어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제는 입담이 아니라 음악으로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노래로 제 얘기를 하는 게 조금 더 재미있어졌어요.”다양한 분야를 활보하면서도 그는 음악인, 음반제작자, 예능인으로서 각 영역의선을 넘지 않은 덕에 어느 한 쪽의 이미지도 훼손하지 않았다. 초창기엔 뮤지션이 예능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들었지만 쉼 없이 창작의 결과물을 내고 음악 페스티벌까지 기획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흐리지 않았다.

딱히 막강한 팬클럽이 없는 1990년대 뮤지션임에도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가 70만 명에 육박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가 44만 명을 넘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이유다.

◇ ‘월간 윤종신’, 융합하고 팽창하는 행성‘월간 윤종신’은 5년째 이어져 왔다. 오는 20일 발매될 12월호 ‘지친 하루’에는‘슈퍼스타K 6’의 ‘톱 2’인 곽진언과 김필이 참여했다.

매월 한 곡씩 신곡을 내는 건 사실 미련 해보였다. 그가 고정 팬이 있는 뮤지션도 아니고 매월 내는 신곡의 희소성이 떨어져 파급력도 크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런데 우둔해 보이던 이 행보가 비로소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신해철은 생전 방송에서 “‘월간 윤종신’ 같은 방법을 7년 전에 계획한 적이 있는데 윤종신이 먼저 했다”고, 김장훈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에 한 곡 낸다는건 기적 같은 일이다. 윤종신은 위대한 뮤지션”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러한 평가를 받은 건 그가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켜나간 게 비결이었다.

우보천리(牛步千里)가 된 셈이다.

윤종신은 “미련한 방법이 미덕이었다”며 “사람들이 꾸준한 사람을 공부하고 탐구한다는 걸 느꼈다. 효율이 떨어져 보일 수 있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하니 그게 힘이 됐다. 5년간 임상 시험을 한 셈”이라고 웃었다.

지금껏 발표한 곡은 60곡에 달한다. 자신이 직접 부른 곡도 있고 윤상, 장필순,이적, 성시경 등의 실력파 뮤지션을 비롯해 아이돌 가수도 힘을 보탰다. 올해 가장 성적이 좋은 곡은 위너의 강승윤과 송민호가 부른 3월호 ‘와일드 보이’(Wild Boy)였다.

그는 음원 생산에 머물지 않고 뉴미디어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마케팅도 시도했다. 2012년 10월 이규호와 발표한 ‘몰린’부터 가사 북클립 등을 담은 웹진 형태의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했다. 매월 신곡의 앱을 출시할 때마다 다운로드 수가 3만~5만 건에 달했고 앱이 쌓이니 ‘월간 윤종신’은 아카이빙(archiving: 자료를 모아둔 파일이나 목록)이 됐다.

“신곡을 내는 활동 자체가 제 히스토리가 됐어요. 또 아카이빙에서 잡지의 과월호를 사보듯이 예전 곡을 듣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지금껏 출시한 앱의 다운로드 수가 45만 건에 달합니다.”그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를 결합한 콘텐츠의 확장도 기획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출시에 맞춰 이 책을 미리 읽은 느낌을 노래로 옮기거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삽입했다. ‘월간 윤종신’ 커버를 디자인한 미술가들과 전시회도 여는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문화기획자로서의 행보를 보였다.

그는 “월간 윤종신은 융합하고 분열하며 팽창하는 행성과 같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책, 게임, 미술 등 여러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해 ‘월간 윤종신’은 이미 여러 문화를 품었죠. 제 꿈은 ‘월간 윤종신’이 미디어가 되는 겁니다. 보통 미디어는 비평을 통해 힘을 얻는데, 전 ‘이런 류의 음악과 작품은 어떤가’라고 창작자로서제안하는 미디어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미스틱89, 아이돌과 다른 생존법 고민타인에 구애받지 않는 창작 활동을 하고자 ‘월간 윤종신’을 자비로 운영하는 레이블에서 출시한다면, 후배 가수를 육성하는 일은 외부 파트너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미스틱89에서 추진하고 있다.

미스틱89에는 박지윤, 김연우, 김예림, 에디킴 등 다수의 실력파 가수들이 소속돼 있다. 올해는 배우 한채아 등이 소속된 가족액터스, 가인과 조형우가 소속된 에이팝엔터테인먼트와 잇달아 합병해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 9월에는 대중음악 페스티벌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업계가 주목하는 기획사로 떠올랐지만 아직 해외에서 통하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숙제처럼 보인다. SM과 YG 등 대형 기획사가 아이돌을 키우는 시스템이 가요계 텍스트가 된 상황이니 ‘아이돌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소위 지금의 킬러 콘텐츠는 아이돌인데, 200억 매출을 기록해도 수명을 보면 얼마나 불안한 형태인지 알 것”이라며 “아이돌은 누군가 뜨면 누군가 지는 ‘제로섬’(zero-sum) 시장인데 엔터테인먼트의 생존법이 과연 그것일까. 킬러 콘텐츠는 첫 단추부터 기획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프로듀서 진용이 탄탄한 미스틱89는 이미 대형기획사가 선점한 아이돌과는 다른 생존법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젠 음악만 만드는데 그치면 안 돼 고민이 많다”는 솔직한 속내도 내비쳤다.

“8090 가요계에선 동아기획과 신촌뮤직의 좋은 음악이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통하던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좋은 음악도 수동적인 자세로는 통하지않아요. 좋은 음악이 미디어의 찬사를 받는 것인지, 미디어 플레이가 강한 회사가 내놓은 음악이 주목받는 것인지 헷갈리죠. 내수 시장부터 탄탄히 성장시킬 생존법을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그는 궁극에는 발라드, 포크 등 다른 장르의 뮤지션이 아이돌 가수처럼 차트 1위를 찍지 않더라도, 늘 그 자리에 있는 섬처럼 꾸준히 음반을 내고 공연할 수 있는‘뮤지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소속 가수들을 원활히 지원하고 이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내년 에디킴, 김예림, 가인의 음반이 잇달아 나오는데 개별 뮤지션이 잘 돼회사의 아이덴티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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