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토토가 출연해 화제…
“길거리서 터보 노래 들리면 움찔해요”
“길거리서 터보 노래 들리면 움찔해요”
“갑작스러운 관심에 ‘너무 좋아’라고 들뜨기보다 무섭고 두려움이 앞서네요. 워낙 TV 활동을 안 해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1990년대 남성듀오 터보 출신인 김정남(43)은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서 S.E.S의 슈와 함께 가장 주목받은 출연진이다. 방송 출연 한 번에 이목이 쏠리자 그는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데, 이토록 큰 반응은 예상하지 못해 어리둥절하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1997년 터보에서 탈퇴한 그는 ‘토토가’에서 멤버 김종국과 17년 만에 호흡을 맞춰 ‘나 어릴 적 꿈’(1995), ‘러브 이즈...(3+3=0)’(1996) 등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객석에 난입할 정도로 흥에 겨워 보였다.
방송 이후 파급 효과는 컸다. 라디오 등 여기저기서 출연 섭외 전화가 왔고 인터뷰 요청도 잇따랐다.
오랜만에 방송에 얼굴을 내민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재미있는 입담과 녹슬지않은 춤 실력이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전화로 인터뷰한 김정남은 김건모, 엄정화, 지누션, 쿨, S.E.S, 소찬휘, 김현정, 조성모, 이정현 등 옛 동료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 데 대한 기쁨은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김건모 형이 ‘잘못된 만남’을 부를 때 출연진 전원이 우르르 무대에 올랐는데 마치 예전 순위 프로그램에서 어떤 가수가 1위 하면 축하해주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쟁쟁한 분들과 한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얼싸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토토가’ 출연은 김종국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김종국과 연락을 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는 “종국이가 문득 전화가 와 ‘무한도전’ 얘길 하기에 마음 써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며 “보탬이 된다면 하겠다고 했다. 종국이와는 10년 넘게 못 봤지만, 다시만나니 어제 본 동생 같았다”라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 터보가 선보인 곡들은 몇몇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마치 1990년대로 돌아간 듯 길거리와 카페 등지에서도 연방 흘러나왔다.
그는 “평소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터보 노래가 들리면 길을 가다가 ‘움찔’한다”라며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사실 김정남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터보가 아니었다. 19세 때부터 클럽 DJ로 활동한 그는 서태지와아이들이 등장하던 1992년 그룹 ‘제갈민과 울랄라’로 데뷔했다. 제갈민이 주로 노래를 하고 김정남과 다른 멤버는 퍼포먼스의 비중이 컸다.
이후 터보 멤버가 된 그는 1995년 1집, 1996년 2집까지 내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는 당시 인기에 대해 “터보가 첫 방송 후 딱 15일 만에 떴다”라며 “난 안경을쓰고 있어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종국이는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언젠가 내가 이화여대 앞에 혼자 신발을 사러 나갔는데 사람들이 신발가게 앞을메워 회사에 전화해 매니저를 보내달라고 한 기억도 있다”고 웃었다.
그러나 그는 1997년 팀에서 갑작스럽게 탈퇴했고 이후 그 자리는 ‘마이키’가 메웠다.
그는 탈퇴 이유에 대해 “하루에 12시간씩 잡지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를 하는 등스케줄이 정말 많았다”며 “그땐 어려서 힘든 것들이 쌓이더라. 어느 날 밥을 먹는데한 그릇을 더 시켰다고 회사에서 뭐라고 해 마음이 상했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밥이 그간 쌓인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다. 종국이가 설득했지만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는 건 압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종국이를 홀로 남겨둔 건 혼자 사지로 밀어 넣은 느낌이더라. 그런 마음 때문에 미안해 더 연락을 못 하겠더라”라고 덧붙였다.
팀을 나오자 처음에는 해방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 10년간은 홀로 터보의 노래를 부르며 클럽과 행사 무대에 섰다. 2005년 솔로 음반도 한 장 냈다. 그러나 대중에게서 잊혔다는 걸 깨닫고서 다른 일을 하고자 노래 부르는 걸 그만뒀다.
“이때부터 대인기피증이 생기며 우울증을 앓았어요. 집에만 있었는데 안 되겠다 싶어 작은 누나에게 상태를 알리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죠. 다행히 지금은 회복됐어요.”물꼬가 트인 만큼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느냐고 묻자 “너무 큰 사랑을 주시니 무섭다”라며 “TV는 부담돼 라디오부터 출연했는데 요즘은 얼굴이 나가는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돼 깜짝 놀랐다. 하하. 우리 같은 사람들은 늘 목말라 있지만 아직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다. 얼떨떨한 상황이고 방송이란 게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토토가’에 나가기 전부터 한 회사에 이사로 있으면서 춤과 관련한 한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제가 터보를 그만둔 후 인지도가 없어 전파력이 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춤 프로젝트를 꾸미고 있었어요. 몸에 익어 있는 춤 연습을 하다 보니 몸 관리도 됐죠. 터보 시절 48㎏이었는데 ‘토토가’ 출연 이후 4㎏을 더 감량해 지금은 58㎏이에요. 터보 시절의 느낌을 알기에 몸이 무겁다고 느껴 5㎏만 더 빼려고요.” 그는 ‘토토가’ 시즌 2가 제작된다면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다고 했다.
H.O.T, 핑클, 노이즈, 언타이틀, 유피, 량현량하, 영턱스클럽, 잼, 알이에프 등그 시대를 풍미한 여러 팀을 거론하며 “이번에 참가 못한 분들을 다 불러주신다면 우린 게스트여도 상관없다”라고 웃었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