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녀’ 무분별한 사용에 경각심 주려한 것…신중하겠다”
“‘부엉이’ 코너, ‘특정 커뮤니티와 관련’ 추측은 사실 아냐”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김치녀’와 같은 일베 용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설정을 사용한 데 대해 해명문을 발표했다.(▶관련 기사 : 개그콘서트는 일베콘서트?…‘김치녀’ ‘부엉이’ 등 부적절한 표현 논란 )
12일 오후 개콘 제작진은 누리집에 “‘사둥이는 아빠 딸’ 논란과 관련하여 제작진의 입장을 전달합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쪽은 ‘김치녀’라는 여성혐오 표현이 들어간 데 대해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말을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점에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공영방송에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이 있었다. 제작진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차후에는 인터넷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부엉이’ 코너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부엉이 바위를 연상시킨다’, ‘특정 정치 성향을 표방하는 커뮤니티와 관련이 있다’ 등의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제작진의 의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11일 방송된 개콘은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에서 “꼭 김치 먹는 데 성공해서 ‘김치녀’가 되겠다”며 “오빠 나 명품 백 사줘. 신상으로”라는 대사 때문에 논란에 올랐다.
‘김치녀’란 단어는 일베에서 주로 쓰는 여성 혐오 표현으로, 한국 여성들을 ‘김치’에 빗대 비하하는 단어다. 이어 방송된 ‘부엉이’라는 신규 코너에서는 노란 모자를 쓴 등산객이 부엉이에게 길을 안내받아 산길을 걷다가 낭떠러지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설정의 개그를 선보여 누리꾼들로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그 코드 설정을 노 전 대통령 사망과 연계하는 것은 ‘억측’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앞서 ‘김치녀’ 발언과 함께 일베에서 자주 희화화하는 코드라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낀 누리꾼이 많았다. 일부 누리꾼은 “모 사이트의 혐오스런 사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도 별로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죽음을 개그의 소재로 쓰며 낄낄거린다는 게 더 별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그콘서트는 두 달 전에도 ‘렛 잇 비’ 코너에서 소품으로 일베를 상징하는 ‘베충이’ 인형 사진이 등장해 누리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사과한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