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새 예능 <투명인간>의 장면들.
25개 신설했지만 참신성 떨어져
강호동 내세운 ‘투명인간’ 등 예능 부진
강호동 내세운 ‘투명인간’ 등 예능 부진
<한국방송>(KBS)은 1월1일 대대적으로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했다. 방송사들이 보통 봄 개편에 힘을 줬던 것에 견줘 이례적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1·2채널 합쳐 21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8개 프로그램을 리모델링, 25개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힐링, 소통, 지적 호기심’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러나 개편 한달이 되어가는 27일 현재, 개편의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서 화제몰이가 약하다는 게 중평이다.
강호동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리얼버라이어티 <투명인간>은 1회 4%, 2회 3.5%, 3회 3.2%(닐슨코리아 집계)로 계속 하락세다. 가장 최근 방송인 21일을 기준으로 같은 시간대 <황금어장-라디오스타>(문화방송)가 6.9%, <에코빌리지-즐거운가>(에스비에스)는 3.5%였다. <투명인간> 시청률은 <에코빌리지-즐거운가>와 비슷하지만, 강호동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요란하게 홍보를 했던 것에 견주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내용도 자리를 잡지 못한 느낌이다. 출연진이 회사를 찾아가 직장인을 100초 안에 웃게 만들어야 한다. 웃지 않는 직장인 앞에서 막춤을 추거나 괴상한 표정을 짓는 등의 행동이 재미있는 경우도 있지만, 민망하다는 반응도 많다. 웃지 않는 사람을 웃기는 설정은 ‘전유성을 웃겨라’ 등 이전부터 봐왔던 형식이다. 무엇보다 왜 직장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 요즘 티브이에서 화제가 되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달래주겠다는 의도이지만, 보자마자 웃기는 것외에 별다른 게 없다면 출근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학교를 찾아가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들을 웃겨주는 등 장소를 변경해도 상관없어 보인다.
강호동도 방송에서 “나는 <투명인간>보다 <우리동네 예체능>과 잘 맞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로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16일 끝난 3부작 <미래예측버라이어티 나비효과>의 마지막 방송이 2.5%이고, 이어 23일 시작한 <용감한 가족>(6.2%)도 경쟁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9.4%·문화방송)에 못 미치는 등 신설 예능은 수치로만 보면 성적이 좋지 않다. 참신함에서도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연예인 6명이 캄보디아 메찌레이 마을에 모여 사는 <용감한 가족>은 이미 여러 예능에서 차용했던 포맷이다.
그나마 새롭다고 느껴지는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영국 <채널4>의 프로그램 <고글박스>의 포맷을 사왔다. 금요일 밤 9시30분~12시30분 시간대를 ‘돌연변이 존’으로 교차편성하는 시도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금요일 밤 9시30분에 처음으로 내보낸 드라마 <스파이>의 최근 방송 시청률은 5.3%였다.
눈에 띄는 지점도 있다. 시청자들이 티브이를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예능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포맷을 사오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을 보면서 세대간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강조한 것과 시청자를 대신해 ‘돌직구’를 날려주는 부분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시청률은 3.8%로 낮지만, 자사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타사 프로그램도 품평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교양프로그램인 <이웃집 찰스>는 ‘외국인’을 내세우는 요즘의 유행을 따라가지만, 크레이프(서양식 밀전병)를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프랑스인 아노 등이 한국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인간극장>처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시청률도 9.2%(20일 기준)로 높다.
앞서, <한국방송>은 이번 개편을 위해 지난해 말, 45년 전통의 <명화극장>과 17년간 이어진 기부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 유일한 단막극 프로그램 <드라마 스페셜>을 폐지해 논란이 일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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