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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안방극장이 편애한 ‘왕’ 선조…이성재 vs 김태우

등록 2015-02-08 10:35수정 2015-02-08 10:35

‘왕의 얼굴’ 이성재 vs ‘징비록’ 김태우
온라인에서는 조선시대 최악의 군주가 누구인지묻고 답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글마다 어김없이 거론되는 임금이 제14대 왕 선조(1567∼1608·이하 재위 기준)와 제16대 인조(1623~1649), 제26대 고종(1863∼1907)이다.

이들 3인방 중 요즘 유독 눈길이 가는 이가 바로 전란과 당쟁에 시달렸던 선조다.

지난 5일 끝난 KBS 2TV 퓨전 사극 ‘왕의 얼굴’과 오는 14일부터 KBS 1TV에서 방영되는 정통 사극 ‘징비록’의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모두 선조다.

두 작품에서 각각 선조를 맡은 배우 이성재(45)와 김태우(44)는 약속이나 한 듯이 선조를 각자의 방식으로 새롭게 그리겠노라고 공언했다.

배턴을 주고받은 두 배우의 선조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드라마가 유독 사랑한 선조

지난 1608년 세상을 뜬 선조는 약 400년 후 안방극장의 숱한 부름을 받았다.

유독 선조가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참혹했던 임진왜란 시기에 나라를 다스린데다 이순신과 광해군 등 대중문화 콘텐츠의 인기 캐릭터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역사 기록 속 선조는 재위 초기에만 해도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해 국정 쇄신을 위해 노력했던 왕으로 나타난다.

그는 그러나 동인과 서인이 첨예하게 맞서는 조정에서 서로 알력과 견제를 유도해 더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또 왜의 침입을 내다보지 못한 것도 모자라 전란 중 파천(임금이 도성을 등지고피란하는 일)한 것은 최악의 군주로 평가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성희 실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왕은 업적으로 평가받기 마련인데 선조가 큰 전란을 맞아 제 역할을 다하지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사는 “과거에는 임진왜란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 콘텐츠는 선조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또 드라마가 대중적인 코드에 따라 선조를 광해군, 이순신과의 관계에 집중해 극단적으로 그려낸 것이 선조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확실히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에 선조의 상(像)이 각인된 것은 지난 2004년 방영된 KBS 1TV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김명민 주연)을 통해서였다.

드라마 속 선조는 영웅 이순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하는 인물로, 이순신과뚜렷이 대비됐다. 당시 선조는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중도 하차한 조민기를 대신해 최철호가 연기했다.

같은 해 방영된 SBS TV ‘왕의 여자’(임동진 분)를 비롯해 지난 2013년 MBC TV ‘구암 허준’(전노민)과 MBC TV ‘불의 여신 정이’(정보석) 등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중견 배우들이 선조로 분했다.

지난 5일 끝난 KBS 2TV 퓨전 사극 ‘왕의 얼굴’에서 조선 14대 임금 선조를 연기한 이성재. KBS 화면 캡처
지난 5일 끝난 KBS 2TV 퓨전 사극 ‘왕의 얼굴’에서 조선 14대 임금 선조를 연기한 이성재. KBS 화면 캡처
◇ ‘왕의 얼굴’ 이성재의 선조

“군주의 상이 아닌 자가 임금이 되면 온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큰 환란을 겪게 될 것이오.”퓨전 사극 ‘왕의 얼굴’은 선조가 관상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조선 최고 관상가 백경으로부터 “왕이 돼서는 안 될 자가 용상에 앉았다”는 말을 들은 선조는 용안(龍顔) 콤플렉스 때문에 더더욱 권력에 집착하고 모두를 적으로만든다.

날렵한 하관을 가진 이성재의 얼굴은 “전하의 그 뾰족한 턱이 백성들의 심신을 찌를 것”이라고 백경이 문제 삼은 선조의 용안과 꽤 싱크로율이 높다.

이성재는 역병에 걸린 백성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 “너희 고통을 방관하지 않겠다”며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는 듯하다가도 뒤에서는 “예를 갖추지 않은 자들은 은밀히 죄값을 물라”고 명령하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첫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위를 지켜내려는 선조는 왕재로 평가받는 둘째 아들 광해군(서인국)의 얼굴을 인위적으로 손보아 흉상으로 바꾸려 노력하거나 아들의 무죄를 알면서도 폐서인을 명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성재의 전작 MBC TV ‘구가의 서’(2013) 속 조관웅처럼 치가 떨릴 만큼 잔인한악인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인간적인 면모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이성재는 광해군에게 부정을 조금 내비치나 싶다가도 이마저도 아들을 위협하고단속하는 데 활용하는 잔인한 아버지를 무난히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치밀한 정치적계산을 통해 신하들을 쥐락펴락하는 책략가의 모습도 선보였다.

후반부에는 선조의 콤플렉스를 노린 도치의 계략에 빠져 광기로 치닫고 파국을 맞는 과정을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드라마 방영 전 “콤플렉스 때문에 생긴 광기와 그럼에도 왕권을 유지하기 위한 영리함, 내적인 섹시함” 등 3가지 측면에 맞춰 선조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한 이성재는 적어도 2가지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처음 사극에 도전한 서인국을 대신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배우 김태우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열린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2.5(서울=연합뉴스)
배우 김태우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열린 KBS 1TV 대하드라마 ‘징비록‘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2.5(서울=연합뉴스)
◇ ‘징비록’ 김태우의 선조

‘징비록’은 정통 사극인 만큼 역사 기록대로 ‘핏줄’을 선조의 콤플렉스로 부각했다.

중종의 서자인 덕흥군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선조는 젊은 나이에 후사 없이 숨진 명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직계 승계가 원칙인 조선에서 최초의 서자 출신·방계 혈통의 임금이었던 만큼 선조 스스로 정통성 문제에 떳떳하지 못했을 것이다.

‘왕의 얼굴’에서는 왕권을 사이에 둔 선조-광해군 부자의 애증 섞인 대립이 주축이었다면 ‘징비록’에서는 선조 시절 재상을 지낸 서애 류성룡(김상중)과 선조(김태우)의 미묘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제작진은 “최악의 국난 속에서 나라와 백성만을 생각했던 혁신적인 지도자 류성룡과 민심을 얻은 류성룡을 질투하고 경계했던 선조와의 대립이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는 그러나 선조를 류성룡의 대척점에 있는 ‘못난 왕’으로 설정하는 게 아니라 선조라는 인물과 그의 행동에 대해서도 나름의 설득력을 부여할 계획이다.

“선조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사람을 다루는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한 가지 결론만 있었다면 ‘징비록’은 그 결론에 담긴 사람들의 고민과 그 고민의 과정을 보려고 합니다.” (김상휘 PD)지난 5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태우는 “선조를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왕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조선시대 역사와 선조에 대해 공부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징비록’을 통해서 선조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선조에 대해 폭넓게, 당위성 있게 생각해 보고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우의 선조는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리지만 좀 더 왕다운 왕이 되고자 갈망하고 유학과 군사에 밝은 영민한 군주로서의 상을 부각할 예정이다.

또 갈등하는 신하들 사이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모습과 임진왜란을 맞아 왕으로서의 자질을 시험받고 기로에 서는 모습도 세밀하게 포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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