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월화극 KBS ‘블러드’ SBS ‘풍문…’
검사와 기자가 정의를 좇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는 가고, 판타지와 블랙코미디가 안방을 찾아온다. <에스비에스>(SBS)는 <펀치> 후속으로 상류사회의 이면과 부조리를 꼬집는 <풍문으로 들었소>(아래 사진)를 방영하고, <한국방송2>(KBS2)는 <힐러>에 이어 인간을 뛰어넘는 자연치유 능력과 운동능력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이자 외과 의사의 성장을 담은 판타지 메디컬드라마 <블러드>를 내보낸다. <블러드>(위)는 16일, <풍문으로 들었소>는 23일 시작하면서 방영 중인 <문화방송>(MBC)의 <빛나거나 미치거나>와 맞붙는다.
이번 월화드라마는 전혀 다른 색깔의 작품이 경쟁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각자 개성이 뚜렷해 나름의 시청자층을 잡으며 접전이 예상된다. 이미 방송 중인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고려시대 저주받은 왕자와 버려진 공주가 펼치는 로맨스를 담은 사극이다. 사극 고정팬뿐 아니라 경쾌한 극 전개로 젊은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여, 시청률은 11%까지 올랐다. 여기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블러드>는 소재부터 흥미롭다. 암병원을 중심으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보통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사는 영생의 존재가 인간을 치료할 때 느끼는 갈등과 회의를 담는다. 피를 멈춰야 하는 외과 의사가, 피를 좋아하는 뱀파이어라는 내용이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을 끈다. 기민수 피디는 1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결국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피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지만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착한 뱀파이어 의사’ 박지상은 안재현이 연기한다. 암병원 원장이자 냉혈한 뱀파이어인 이재욱은 지진희가 맡았다. 안재현은 “뱀파이어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손톱과 치열, 혈관, 안구 등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0.1%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전작인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밀회>에서도 우아하게만 살 것 같던 상류층의 속물근성을 까발렸던 안판석 피디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시대에서 갑질을 다루는 것은 특이한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많이 다루지만,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는 유준상, 한정호의 아내이자 상류층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최연희는 유호정이 연기한다. 고아성(서봄), 이준(한인상) 등이 출연한다. <블러드>는 <굿닥터>의 기민수 피디와 박재범 작가가, <풍문으로 들었소>는 <밀회>의 안판석 피디와 정성주 작가가 작업하는 등 환상의 짝꿍들이 다시 손잡은 것도 화제다.
남지은 기자,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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