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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뱀파이어 안방드라마 입성기

등록 2015-03-04 20:00수정 2015-03-04 21:24

<한국방송2>(KBS2)에서 방영 중인 <블러드>
<한국방송2>(KBS2)에서 방영 중인 <블러드>
뱀파이어 주인공 잇단 등장
지상파 방영 KBS ‘블러드’ 외
‘밤을 걷는 선비’ 등 2편 예정
소수자 대변하거나 악에 맞서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 눈길
<더 스트레인>, <트루 블러드>, <드라큘라> 등 태평양 넘어 티브이에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생소한 장르인 게 사실이다. 한국의 고유 공포 캐릭터가 아닌데다, 주인공이 피를 빠는 존재라는 점이 다소 거부감을 주는 탓일 것이다.

2005년 인간가족으로 위장한 뱀파이어들의 서울 생활을 다룬 <안녕 프란체스카>는 시트콤이었고, 2011년 <뱀파이어 검사>는 케이블채널(오시엔)에서 방송을 탔다. 그랬던 뱀파이어가 최근 들어 지상파의 정극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한국방송2>(KBS2)에서 방영 중인 <블러드>(사진)와 5월 시작하는 <오렌지 마말레이드>(KBS2), 7월 방영 예정인 <밤을 걷는 선비>(MBC)는 모두 뱀파이어가 주인공이다.

이들 드라마에선 뱀파이어가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처럼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뱀파이어 정체를 숨긴 전학생 백마리와 인간 남학생 정재민의 이야기를 그린 달달한 판타지 로맨스다. 2011년 포털사이트에 연재된 웹툰이 원작인데, 주목할 점은 뱀파이어를 우리 사회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로 설정한 점이다. 인간이 다수인 세상에서 소수인 뱀파이어는 주변의 편견 때문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간다. 그러다 뱀파이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사가기를 반복한다. 주인공 뱀파이어 백마리는 에이오에이(AOA)의 설현이 연기하고, 그와 친구가 되는 인간 정재민은 여진구가 맡는 등 젊은층을 겨냥했다. 언뜻 가벼운 톤의 드라마로 보이는데, 뜻밖에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를 곱씹게도 한다.

조선 시대가 배경인 <밤을 걷는 선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뱀파이어가 부패한 권력에 맞선다. 부패한 권력을 조종하는 것 역시 뱀파이어다. 역모죄의 누명을 쓰고 몰락한 양반가의 딸인 양선은 남장을 하고 책 장사에 나섰다가 부패한 권력자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신비한 외모의 선비 김성열을 만난다. 김성열은 조선 왕실을 뒤에서 조종하는 정체불명의 뱀파이어에 맞선다. 판타지 사극에 멜로와 스릴러 요소가 결합됐다. 2012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만화 글로벌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이다. 방영 중인 <블러드>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뱀파이어 의사의 고군분투를 그리는 의학 드라마다.

‘뱀파이어 드라마’를 만들 때 제작진은 배우 선택에 가장 고심한다고 한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섹시한 존재로 등장했다. <블러드>의 한 제작 관계자는 “상대의 목을 무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짜릿함을 줘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뱀파이어의 섹시함을 표현해낼 만한 배우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누리꾼들 사이에선 <밤을 걷는 선비>의 주인공인 김성열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추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만화 속의 김성열은 보기만 해도 빠져들 만한 강렬함과 신비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다. 뱀파이어의 눈의 색깔도 문제다. 그동안 뱀파이어 주인공의 드라마가 적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눈 색깔이 한국인의 피부색 등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블러드>도 여러가지 색깔의 눈동자를 시험한 끝에 지금의 초록색을 선택했다.

뱀파이어가 단순히 공포스런 존재에 머물지 않고 소수자를 대변하거나 악에 맞서는 식으로 진화한 것은 우리 사회를 투영했다는 의견도 있다. <블러드> 제작진은 기획의도에 “거대 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논하는 매우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고 썼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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