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혼전임신)를 소재로 한 드라마 두 편이 동시에 방송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스비에스> 월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와 <티브이엔>의 <호구의 사랑>이다. 각각 안판석, 표민수 두 스타 피디의 연출작이다. 이번주 잉여싸롱에서는 상류층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비꼬는 블랙코미디 <풍문으로 들었소>와 4명의 청춘남녀가 펼치는 ‘갑을’로맨스 <호구의 사랑>에 대해 얘기해봤다.
김선영: <풍문으로 들었소>가 중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정글 같은 현실, 어른들의 생존 게임을 보여주는 성인 취향 블랙코미디라면, <호구의 사랑>은 만화를 원작으로 순정로맨스 특유의 청춘들의 풋풋한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서 두 작품을 함께 보면 대조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승한: <풍문으로 들었소>나 <호구의 사랑> 모두 어리지만 비겁하지 않은 남자 주인공들이 눈길을 끈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긴 하지만 “제가 책임지겠다”며 청혼하는 <풍문으로 들었소>의 인상(이준)이나,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친부처럼 돌보는 <호구의 사랑>의 호구(최우식)는 썩 괜찮지 않은가? 사고를 쳐놓고도 어떻게든 사태를 모면하기 급급한 사람들이 천지인 세상이니 말이다.
서정민: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가 되기 앞서, 당사자로선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이 엄청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지웠다 해서 불법과 비난의 대상이 돼야만 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드라마에선 이 고민을 살짝 피해간다. 직접적으로 다루긴 쉽지 않았을 테다. 그래도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전향적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낙태 이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