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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느리게 사는 삶 보여주는 ‘삼시세끼’ 나도 꿈꾸는 1인”

등록 2015-03-22 19:15

‘어촌편’ 흥행대박 거둔 나영석 피디
나영석 피디
나영석 피디
1997년 늦가을 서울 신촌 연세대 학생회관 꼭대기에 자리한 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사회과학대 극회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작품으로 꼽힌다는 창작극 <삽질>이었다. 이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던 남학생은 다음과 같은 연출의 변을 남겼다.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 극적인 재미나 카타르시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말장난이나 오버액션에 난 관심이 있다. 그런 것들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가 바로 요즘 ‘사소함의 재미’로 시청자의 마음을 훔친 나영석(38) 피디다.

나 피디는 예능 전문가로 확실한 자리를 확보한 드문 사례로 꼽힌다. 2001년 <한국방송>(KBS)에 입사한 그는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 <1박2일>로 이름을 알렸다. 2년 전 케이블채널 종합콘텐츠기업인 씨제이이앤엠(CJ E&M)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배낭여행 프로그램인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밥 짓는 예능 <삼시세끼>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말 그대로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방영된 <삼시세끼-어촌편>은 배우 차승원씨의 신들린 요리 실력으로 ‘차줌마 열풍’을 일으키며 공중파를 추월하는 시청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첫 방송 직전 ‘한류 스타’ 장근석씨의 세금 스캔들로 인한 하차라는 대형 악재를 딛고 이룬 결과여서 더욱 화제가 됐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는 나 피디는 “누구에게나 벌어먹고 사는 일이, 특히 도시에서 사는 일이 정말 힘들다는 생각에 ‘삼시 세끼’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연진은 세끼 해먹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고들 투덜거렸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정선 산골이나 만재도 무인도에서는 세끼 밥을 지어 먹는 일 말고는 걱정거리가 없잖아요. 사람들이 티브이에서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위안받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시청자들은 ‘삼시세끼’로 위안을 받았지만 동시에 고통도 느꼈다. 주말 늦은 밤에 식욕을 자극하는 온갖 요리들 때문이다. 홍합짬뽕, 누룽지탕, 계란말이, 콩자반, 꽃빵, 어묵, 채소볶음, 홍합밥, 홍합미역국, 거북손무침, 식빵, 초밥, 해산물피자…, 9회에 걸쳐 무려 83가지나 등장했다. 그는 가장 감동적인 맛을 선사한 요리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단번에 “그 자체로 신기함을 줬던” 식빵을 꼽았다. “즉흥성, 재미, 사람 냄새 나는 것, 정, 감동 등 진정성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고 평소 얘기해온 그의 프로그램들이 이처럼 큰 호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피디의 자가진단은 이렇다. “우리 프로는 한가해요. 여백도 많고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는 “저 역시 바쁜 직장인으로,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느리게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청주에서 고교를 마치고 연세대에 입학한 그는 “낯가리고 소심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욕심을 부리는 성격”인지라 용감하게 대학 연극 동아리 ‘토굴’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과 무엇인가를 만드는 작업의 재미”를 느껴 예능 피디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20년 전 ‘재미’를 강조했던 <삽질> 연출의 변에 대해 묻자 “지금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되도록 이야기에 매몰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순간순간 즐거워할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27일 첫방송 되는 <꽃보다 할배-그리스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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