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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500회 맞은 ‘콘서트 7080’ “가장 섭외하기 힘들었던 가수는…”

등록 2015-03-22 19:54수정 2015-03-23 10:24

토요일 밤은 10년 동안 ‘7080 동창회날’
시작은 미약했다. <열린음악회>(한국방송1)의 설 특집으로 편성된 단발성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 동안 이어지리라고 당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콘서트 7080>(한국방송1 토 밤 12시)이다.

1970~1980년대 가요를 들려주는 음악 프로그램 <콘서트 7080>은 2004년 11월6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4%(닐슨코리아 집계)였다. 화려하거나 들썩하지는 않았지만, 1970~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의 추억의 페이지를 들추며, 조근조근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추억을 실은 노래의 힘은 강했다. 설 특집 단발 프로그램이 정규 프로그램이 됐고, 이후 10년 동안 이어졌다. 지난 21일에는 500회를 넘어섰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했고 지금까지 연출을 맡고 있는 유찬욱 피디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들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인 20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콘서트 7080> 10년을 키워드별로 짚어봤다.

‘열린음악회’ 설특집편이 500회 장수
50·60년대생 ‘스무살’ 노래하는 시간
“소녀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줘 고마워”

어니언스∼장기하 연령대·장르 다양
2600여명 출연…이장희 섭외 8년 ‘공’
담당 피디 “2000년대 음악으로 확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10년간 출연 가수는?

10년 동안 2600여명(중복 출연 따로 집계)이 출연했다. 첫 회의 어니언스, 샌드 페블즈부터 500회에 나온 장기하까지 장르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특히 티브이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들이 깜짝 선물처럼 등장했다. 1978년 <문화방송>(MBC)의 <대학가요제>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로 대상을 받은 썰물은 멤버들끼리도 연락이 안 되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났다.(2005년 3월12일) 어니언스(2004년 11월16일), 논두렁 밭두렁(2005년 3월26일) 등 국내 가수뿐만 아니라, 그리스 가수 나나 무스쿠리(2005년 10월15일)처럼 당시 사랑받았던 해외 가수들도 무대에 올랐다. 유 피디는 “녹화날이 되면 대기실에서 동창회 같은 분위기가 된다”고 했다. 300회 특집에서는 윤항기·윤복희 남매가 40여년 만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 가장 섭외하기 힘들었던 가수는?

30~40년 전 활동했던 이들을 무대에 세우려는 제작진의 노고도 눈물겹다. <대학가요제> 출신들이 많았던 과거에는 해당 대학에 찾아가 주소를 수소문했고, 경찰서나 동사무소 등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유 피디는 “어렵게 찾으면 절반 이상이 마이크를 놓았더라”고 전했다. 선생님이나 의사, 미술가 등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 그들을 다시 무대에 세우는 작업은 만만찮았다. “교수한테는 드럼 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수강 신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등 ‘맞춤 설득’이 요긴했단다. 가장 오래 설득한 이는 2013년 2월10일 출연한 이장희다. 유 피디는 “8년간 찾아가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콘서트 7080>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제는 알아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제작진이 수소문해도 연락이 안 닿던 ‘바야야’를 부른 이정희는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 와 2005년 5월12일 30여년 만에 티브이에 출연했다. ‘하늘색 꿈’을 부른 로커스트의 한 멤버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 가장 즐겨 보는 연령대는?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코리아 집계를 보면 <콘서트 7080>을 가장 많이 보는 시청층은 남녀 50대 이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유 피디는 “20대는 누구한테나 인생의 황금기다. <콘서트 7080>의 인기는 자신이 가장 좋았던 때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 피디는 “시청자들이 20대를 함께 보냈던 가수들을 보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소녀 시절로 돌아가게 해줘 고맙다”는 반응이 많다. 의외로 알리, 효린 등 20대 가수들이 깜짝 게스트로 나왔을 때도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한다. 유 피디는 “중장년층이 젊은 세대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20대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1970~1980년대의 문화적 깊이다. 요즘 오락거리가 많아지고, 스마트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깊이나 풍부함 면에서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진행자인 배철수는 “<콘서트 7080>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시의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때의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에서 한 시간 동안 노래하고 연주하는 걸 들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세대 음악은 록밴드부터 블루스까지 지금보다 장르가 더 다양했다. 이것이 우리 프로그램을 10년간 유지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외에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점도 <콘서트 7080>의 가치를 높인다. 이런 가치 때문에, 한때 <가요무대>와 통폐합될 뻔했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콘서트 7080>은 500회를 기점으로 변화를 모색한다. 80년대를 넘어 90년대, 2000년대 음악까지 들려줄 방침이다. 유 피디는 “8090 음악까지 포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추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며 저변을 넓혀 가고 싶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귀는 모차르트인데, 내 노래는 동네 아저씨”

‘7080’서 진행만 하는 가수 배철수
“프로그램 그만두는 날 노래할 것”

<콘서트 7080>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전 송골매 멤버인 진행자 배철수다. 10년째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7080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6개월 정도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덧 500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유찬욱 피디가 송골매로 출연해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럼 엠시를 봐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한 게 벌써 10년이 됐다”고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콧수염에 회색빛이 살짝 도는 헤어스타일까지, 10년 전 그대로인 그의 외모도 놀랍다.

10년간 마이크를 잡았지만, 노래는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 500회 특집에도 같은 송골매 멤버였던 구창모와 성시경 등 후배 가수들이 송골매의 노래를 불렀지만, 같이하지 않았다. 첫 방송부터 100회, 300회까지 제작진이 줄기차게 제안했지만, 배철수가 계속 거절해왔단다. 배철수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10년 넘게 좋은 음악을 너무 많이 듣고,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의 음악을 듣다 보니 귀는 모차르트가 됐는데, 노래하는 건 동네 아저씨가 됐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내가 들을 수가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구창모는 “송골매에 대한 애정은 배철수가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송골매 음반을 내고 마지막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싶은 욕망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배철수는 “내가 노래하는 날은 <콘서트 7080>을 그만두는 날”이라고 말했고, 유 피디는 “어떻게든 (배철수를 포함한) 송골매 멤버 전체를 출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10년간 이어진 둘의 ‘밀당’이 600회에는 결론날까.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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