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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우리는 연예인 빛내주는 연예인

등록 2015-03-29 19:12수정 2015-03-30 10:52

(왼쪽부터) 조영구, 하지영
(왼쪽부터) 조영구, 하지영
연예리포터 ‘빅5’ 김생민·조영구·김태진·박슬기·하지영이 사는 법
모두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단 1초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늘 누군가를 기다려봤기 때문에 그 고충을 잘 알아요. 남을 기다리게 하는 건 미안해서 절대 못 하죠.” 성실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똑같이 배어 있다. <연예가 중계>(한국방송2·KBS2)의 김생민과 김태진, <한밤의 티브이 연예>(에스비에스·SBS)의 조영구와 하지영, <섹션 티브이 연예통신>(문화방송·MBC)의 박슬기까지. 3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연예리포터 5인방을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각각 따로 만났다.

우리나라 연예산업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전문 연예리포터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다. 박슬기는 “어떻게 하면 연예리포터가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한밤의 티브이 연예> 개편 소식에 리포터 자리를 꿰차려는 기획사의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연예리포터가 전문성을 인정받게 된 데는 1세대라 불리는 조영구와 김생민의 역할이 컸다. 1992년 <한국방송>(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생민은 <연예가 중계>에서 19년째 연예리포터로 활약 중이다. 리포터 경력만 22년째인 조영구는 18년째 <한밤의 티브이 연예>에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 김태진, 하지영, 박슬기까지 이른바 2세대들이 7~12년간 꾸준히 제 몫을 해오면서 연예리포터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오르지만 남모를 고충도 있다. 연예인이지만, 연예인 앞에선 ‘을’의 처지를 면치 못한다. 들인 노력에 견줘 출연료도 적은 편이다.

연예인만 빛내라!

이들은 “연예리포터는 억울한 직업”이라고 했다. 티브이에 나오지만 화려한 조명은 취재 대상 연예인에게 양보해야 한다. 소식을 전하지만 기자나 아나운서 대접도 못받는다. 취재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적도 많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김태진은 “약속한 시간을 계속 미루더니 결국에는 자신의 머리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며 인터뷰를 취소한 연예인도 있었다”고 했다. 박슬기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화를 낼 수 없다. 기다리다가 스트레스를 풀려고 수영을 하고 돌아왔더니 갑자기 인터뷰를 시작하자고 해 눈썹만 그리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철저히 연예인에게 맞춘 삶을 사는 것도 때론 버겁다. 스튜디오 방송은 하루이지만, 현장 인터뷰를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김태진은 “리포터 초기 때는 결혼식, 졸업식, 입대 현장 등 무조건 들이대야 하는 곳에 주로 가고 경력이 쌓이면 일대일 인터뷰, 이름을 건 코너 등을 맡는다”고 했다. 그래서 하지영도 “초창기 때는 자다가 새벽 3시에 급히 현장에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광고촬영장이나 제작발표회 현장 등 인터뷰 형태가 대체로 천편일률적이어서, 리포터 역량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없는 것도 아쉽다.

그래서 화려한 모습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실망하고 금세 그만두는 이들도 많다. 리포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했던 김태진은 “연예리포터의 어려운 점을 들려주면 다음날 절반 가량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2001년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엠넷> 공채 브이제이(VJ)로 데뷔한 김태진도 “고교 시절 <연예가 중계>에서 김생민 선배의 모습이 멋져 보여 연예정보 프로그램 출연을 꿈꿨다”고 했다. 직접 피디를 찾아가 오디션을 보는 등의 노력 끝에 꿈을 이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현실은 달랐다. “처음에는 화면에 얼굴이 나오려고 질문을 한 뒤 카메라를 쳐다봐서 피디한테 혼도 많이 났다”고 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그는 “연예리포터는 주연이어도 안 되고 조연이어도 안 되고 철저히 제3자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생민, 김태진, 박슬기
(왼쪽부터) 김생민, 김태진, 박슬기

현장의 팔방미인

김태진은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팔만 나오니 손에 네일만 받자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자조를 무색하게 할 만큼 연예리포터들에겐 다양한 재능이 요구된다. 순발력은 필수이고, 현장에서는 진행자이자 피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방송엔 4~6분 정도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기본 2시간 이상씩 인터뷰한다. 실제 2시간짜리 토크쇼를 진행하는 셈이다. 김생민은 “질문이 끊기면 안 되고 물 흐르듯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기본 질문을 토대로 곁가지도 잘 쳐야 한다. 김생민은 “상대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지 서너가지를 예측한 뒤 그에 파생하는 질문을 떠올리는 등 시뮬레이션 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협조적인 연예인을 다독여 현장을 이끄는 것도 리포터의 몫이다. 박슬기는 “인터뷰가 끝나면 등이 땀으로 흥건하다”고 했다.

김생민·조영구 1세대가 다지고
김태진·박슬기·하지영이 잇고
연예산업 팽창에 전문성도 커져

연예인 쫓아다니느라 상처받기도
기자와 인터뷰 시간 1초도 안늦어
“누군가 기다리는 고충 잘 알아요”

4~6분 방송 위해 ‘2시간 토크쇼’
현장에선 진행자이자 피디
“인터뷰 마치면 등줄기 땀 흥건”

리포터 DNA 타고난 그들
사람 좋아하고 끼로 똘똘
“연예대상 취재땐 울적하기도”

김생민은 “10년 넘게 하다 보니 사람의 유형은 50가지로 정리되더라. 녹화 전 인사할 때의 눈빛부터 악수할 때 손의 힘 등을 고려해 유형에 맞게 대처한다”고 했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이들은 언제 누구를 만나도 대화를 풀어갈 수 있게 뉴스를 챙기는 등 끊임없이 공부한다. 박슬기와 하지영은 “다양한 것을 배우는 등 견문을 넓히며 공감의 지점을 쌓는다”고 했다. 둘 다 외국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중국어도 배우고 있고, 하지영은 자동차정비까지 배우려고 한단다. 연예인의 마음을 여는 자신만의 필살기도 있다. 조영구는 나를 낮춰 남을 높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태진은 “조영구 선배는 인터뷰를 하면서 뒷머리를 긁적일 때가 많다. 이는 자신을 낮춰 상대를 높이는 행동으로 인터뷰 대상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조영구는 “박슬기는 웃음 포인트가 강하고 하지영은 친화력이 좋다”고 했다. 김생민은 눈치가 빠르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김생민은 “김태진은 어떤 대답이 나와도 잘 받아친다. 머리가 좋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도 초기에는 실수를 했다. 박슬기는 “질문을 던지고 나서 대본만 봤다”고 한다. 김태진은 “‘만나보시죠’라는 말을 ‘만나보쇼’라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타고난 리포터 DNA

들여다보면 모두 리포터 디엔에이를 타고났다. 사람을 좋아하고 대화를 즐긴다. 연극과 출신인 김생민은 “아버지 형제가 10남매였는데, 대가족에서 자라 눈치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영은 “부모님이 목욕탕을 하시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등을 밀어주는 등 아주머니들을 상대하면서 말 거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고 했다. ‘넘치는 끼’도 공통점이다. 박슬기는 고등학교 때인 2004년 <엠비시 팔도모창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성대모사와 노래, 춤까지 만능 재주꾼이다. 하지영은 중3 때 댄스동아리를 만들었고, 고1 때부터 라디오 리포터로 활동했다. 2003년에는 <한국방송> 공채 개그맨으로도 뽑혔다. 김태진은 “우리끼리 리포터는 ‘끼, 깡, 꿈, 꼴, 끈’을 갖춰야 한다고 얘기한다. 끼 많은 연예인들을 상대하려면 다양한 끼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연예산업이 팽창하면서, 전문 연예리포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은 <연예가 중계>에 출연하는 리포터들. 한국방송 제공
우리나라 연예산업이 팽창하면서, 전문 연예리포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은 <연예가 중계>에 출연하는 리포터들. 한국방송 제공

늘 누군가를 빛내온 그들도 때론 ‘날 위한 시간’을 꿈꾼다. 김생민은 “시트콤에 출연하는 꿈을 간직하고 산다”고 하고, 박슬기는 “트로트 음반을 내고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 그래서 레드카펫 위의 화려한 연예인을 만나고 돌아갈 때면 특히 마음이 울쩍해진단다. “매년 연말 <연예 대상>을 하는 날이 가장 힘들어요.”(김태진) 그럼에도 리포터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를 김생민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타를 빛내려고 나도 한번쯤은 화려한 물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애써 억제하며 산다는 이들이야 말로, 스타보다 빛나는 스타가 아닐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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