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깊은 바다 속에 있고, 진실 또한 함께 묻혀 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2006년 개봉작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월호 참사와 겹치는 대목이 많다. 이뿐 아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부터 최근작 <설국열차>까지 봉준호 월드는 세월호 참사를 낳은 우리 사회를 날카롭고 일관된 시선으로 꿰뚫어봤다. 이번주 한겨레티브이 잉여싸롱에선 <괴물>과 세월호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정민: 세월호 유가족들이 보상을 바라고 떼를 쓰는 것인 양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온당키나 한 일인가. <괴물>에서 변희봉의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니들 그 냄새를 맡아본 적 있어?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를 맡아본 적 있냐 이 말이여. 부모 속이 한번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하는 거여. 니들 강두한테 최대한으로 잘해줘야 헌다. 자꾸 뭐라뭐라 그러면 안되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뭐라뭐라 하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김선영: <괴물> 속 재난의 근원이 세월호 참사와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송강호 가족이 한강으로 오게 된 배경에는 88올림픽을 앞두고 행해진 상계동 철거가 있었다. 같은 시기에 한강변도 재정비되면서 그 철거민들에게 매점 운영권을 준 거다. 이때 재정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전두환 정권과 긴밀한 관계였던 세모그룹 회장이자 세월호 참사의 주 책임자 중 한 명인 유병언이다. 정권과 자본이 결탁한 비리의 역사가 <괴물>과 세월호를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승한: 봉준호 영화 속의 재난은 표면에 드러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대충 수습하려는 과정 그 자체일 때가 많다. 괴물의 출몰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 바이러스 때문이라 결론 짓는 <괴물>의 정부, 알리바이가 안 맞아도 범인 검거를 위해 눈을 감아버리는 <살인의 추억> 속 경찰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의 모습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부끄러운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