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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10분만에 영화를…한입거리 스낵컬처

등록 2015-05-11 19:19수정 2015-07-09 09:12

모바일 콘텐츠 ‘짧게 가볍게’ 진화
작은 화면·산만한 감상환경 고려
피사체 크게…자막·음악 비중 높여
웹툰은 스크롤 없는 ‘컷툰’ 단순화
지난달 20일 공개된 <나인틴 : 쉿! 상상금지!>(감독 노진수)의 한 장면.
지난달 20일 공개된 <나인틴 : 쉿! 상상금지!>(감독 노진수)의 한 장면.
10분 만에 영화 한편이 끝나버렸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나인틴 : 쉿! 상상금지!>(감독 노진수)는 10~14분 분량의 일화 6꼭지를 한 데 묶은 스마트폰용 영화다. 레진코믹스 19금 웹툰 <나인틴>(작가 은야)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옷벗기 게임’이나 ‘아슬아슬 첫경험’ 같은 일화들을 모두 합쳐도 70분 분량이다. 일화마다 배우와 주인공이 서로 다르고, 연결되지도 않기 때문에 끊어보아도 무리가 없다. 처음부터 극장 개봉이 아니라 관객들이 스마트폰이나 피시로 내려받을 때 돈을 받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인틴 : 쉿! 상상금지!>의 한 장면.
<나인틴 : 쉿! 상상금지!>의 한 장면.
빠르고 간편하게 먹는 음식을 ‘스낵’이라고 하듯 짧고 가볍게 즐기는 문화를 ‘스낵 컬처’라 한다. 빠르게 확산되는 스낵 컬처 트렌드가 영화에까지 이르렀다. <나인틴 : 쉿! 상상금지!> 제작사 클로버이앤아이쪽은 손가락으로 영화를 본다는 뜻에서 ‘스마트 핑거 무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 웹드라마가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주로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에 도전하는 등용문 구실을 하는 것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2017년엔 전 세계인이 하루 1개 이상 동영상을 모바일로 볼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해 한국에선 전체 모바일 데이터 중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74%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2012~2017 시스코 브이엔아이 보고서>) 매체 환경의 변화는 문화양식에서도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한 해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서 선보인 웹드라마만 21편이다. 스낵컬처라는 트렌드가 2시간짜리 영화, 60분 드라마, 1권의 만화책 등을 10분 남짓한 ‘한 입 거리 콘텐츠’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웹드라마 <출중한 여자> <모모쌀롱> 등을 만든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는 “웹드라마가 처음엔 60분 드라마를 단순히 10분씩 6개로 나눈 것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장르적 진화가 시작됐다. 작은 화면을 염두에 두다보니 우선은 카메라가 피사체에 바싹 다가간다. 또 산만한 환경에서 많이 보기 때문에 음악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우리 제작사의 경우 음악으로 정서와 리듬을 만드는 비율이 60%를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주인공의 내면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속 이야기를 말로 하는 내레이션이 많은 편이다. 웹드라마 자체만의 미학과 구성을 위한 장르적 시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무비인 <나인틴 : 쉿! 상상금지!>를 보면 길이가 짧은 것 말고도 대사나 상황이 자막으로 처리되고, 음악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등 기존 영화와 다른 형식적 변화들이 보인다.

“3초만 주세요”라는 말로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하루 3컷>
“3초만 주세요”라는 말로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하루 3컷>
스낵컬처의 원조격인 웹툰에서도 콘텐츠 형식이 변화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지난달 1일부터 웹툰을 컷단위로 끊어보는 ‘컷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웹툰은 스크롤을 내리면서 보는 형식이었지만 컷툰은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귀귀, 미티, 서나래, 이동건, 랑또, 박미숙, 오묘 등 ‘컷툰’ 연재를 시작한 7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예전 스크롤 방식보다 컷수가 줄어들고 장면이 강조됐다. 또 스크롤 방식이라고 해도 3~4컷 정도의 짧은 만화가 크게 늘었다. 올 1월1일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3초만 주세요”라는 말로 <하루 3컷> 연재를 시작한 배진수 작가는 “모바일로 만화를 보는 독자들을 위해 스낵 컬처 형식으로 그리기 시작한 만화”라며 “연재를 거듭하니 허무하거나 병맛 개그 말고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단 3컷에 담기더라”고 했다. 만화가 마인드시(C)는 스마트폰 앱 피키캐스트에 단 2컷짜리 만화 <2차원 개그>를 연재하고 있다. 종이만화가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이미 배경은 대폭 생략되고 서사의 비중도 줄어들었는데 ‘스낵 컬처’를 만나면서 아예 순간의 만화로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스낵컬처에 맞는 한입 콘텐츠는 아직 진화중이다. 올해 3월부터 한국방송 사이트를 통해 <간서치열전> 등 9편의 웹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방송(KBS) 엔스크린 고찬수 기획팀장은 “웹드라마에선 아이돌 팬덤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고 품질면에서도 뚜렷이 평가할 작품이 없다. 유튜브 등 해외사례를 볼 때 지금은 얼리어댑터들의 시장이라면 앞으론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제작비를 좀더 투자하면서 그럴 듯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글 남은주·안창현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클로버이앤아이 제공, 웹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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